문화 입은 ‘예술섬’ 원주민 삶도 ‘업그레이드’ 전남 ‘가고 싶은 섬’ 을 꿈꾼다 <9>나오시마 사회·경제 생태계 ‘대격변’ 방문객 1992년 3만6천명→지난해 48만6천명 13.5배↑ 베네세하우스 개장 이후 지역경제 서비스 업종 위주 재편

2015년 08월 19일(수) 20:11

자전거 대여점도 활기 베네세그룹이 추진한 나오시마 프로젝트로 인해 외부인구가 많이 유입되면서 작은섬 나오시마의 사회·경제적 생태계가 요동쳤다. 황무지 섬으로 방치된지 30여년만에 꼭 가보고 싶은 섬으로 소문이 나면서 자전거 대여점, 민박, 식당 등 관광객을 상대로 한 섬 원주민의 사업이 활기를 띄게 됐다. /일본 나오시마=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베네세그룹이 추진한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작은 섬 나오시마의 사회·경제 생태계에 대격변을 불러일으켰다. 아무도 찾지 않는, 황무지로 방치돼 있던 섬이 30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많은 이들의 가슴 속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란 ‘로망’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비단 관광객에 국한되지 않는다. 원주민 등 섬에 엄청난 직·간접 파급효과를 줬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나오시마가 떠나가는 섬이 아닌 ‘살고 싶은 공간’으로 변모했다는 점은 ‘가고 싶은 섬 가꾸기’를 시작한 전남도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집 프로젝트’ 통해 주민 공감대 확산=베네세그룹의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카네시로 켄지로 후쿠타케 재단 사무국장의 이야기처럼 사업 초기 주민들의 관심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섬 주민들이 살아온 삶과는 사뭇 동떨어진 미술, 건축, 예술 등을 중심으로 한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터다.

나오시마를 대표하는 노란 호박 모양의 쿠사마 야요이 작품 앞은 관광객들의 필수 기념촬영 장소다. 나오시마 목욕탕 타월을 들고 기념촬영중인 일본인 관광객들. /일본 나오시마=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섬 주민들이 나오시마 프로젝트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이에(집·家)프로젝트’에서 비롯됐다.

1997년 나오시마정(町)은 베네세그룹에 도움을 요청했다. 미야노무라 항구 반대편에 있는 혼무라지구의 오래된 집을 주민으로부터 기증받았는데 고쳐달라는 민원 아닌 민원이었다. 이에프로젝트가 첫 걸음을 뗀 계기였다.

베네세그룹은 집을 그냥 고치면 재미가 없다고 판단, 현대미술이라는 접근 방식을 택했다. 유명 작가들의 손을 거치면서 혼무라지구 내 폐 가옥들이 현대미술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카도야 내 ‘Sea of Time 98’ 이에프로젝트 중 하나인 Kadoya 내에 설치된 Tatsuo Miyjima의 ‘Sea of Time 98’ 작품. /후쿠다케 재단 제공(Photo=Ken'ichi Suzuki)

1998년 ‘카도야’(미야지마 타츠오 作)를 시작으로 1999년 제임스 터렐의 ‘달의 뒤편’이 설치된 ‘미나미데라’(안도 타다오 건축), 2001년 ‘긴자’(나이토 레이 作), 2002년 ‘고오진자’(스기모토 히로시 作). ‘하이샤’(오오타케 신로 作), 2006년 ‘이시바시’(센쥬 히로시 作) 등 10년에 걸쳐 이에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원주민 정주 환경도 개선됐고 원주민들이 ‘예술 섬’의 가치에 눈을 떴다. 실제 이에프로젝트가 진행될수록 주민들은 꽃 장식을 했으면 좋겠다거나 쓰레기를 잘 줍는게 좋겠다고 하는 등 마을을 가꾸는 데 신경쓰기 시작했다. 자발적으로.

◇폭증하는 관광객에 인구 감소도 둔화=‘베네세 아트사이트 나오시마’ 이후 섬을 찾는 관광객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미쓰비시제련소와 관련된 섬 방문객이 사실상 전부였다.

베네세그룹이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최초로 시작한 1989년 나오시마를 찾은 방문객은 1만1천358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나오시마가 순차적으로 예술 섬의 모습을 갖춰가면서 방문객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

베네세하우스가 문을 연 1992년 3만6천1명에 이어 이에프로젝트가 진행된 1998년에서 2002년 사이 4만명대로 방문객이 증가했다. 이어 지중미술관이 개관한 2004년 10만명을 돌파(10만6천958명)했다.

이후 나오시마 방문객은 2005년 16만9천319명, 2006년 19만575명, 2007년 28만93명, 2008년 34만2천591명, 2009년 36만87명, 2010년 63만7천376명, 2011년 40만4천485명, 2012년 42만8천240명, 2013년 70만5천72명, 2014년 48만6천820명 등으로 폭증했다.

60만명을 돌파한 2010년엔 제1회 세토우치국제예술제가 열렸고 제2회 예술제가 개최된 2013년엔 70만명이 넘는 인파가 나오시마를 찾았다.

반면, 나오시마의 인구 감소는 둔화되고 있다. 1990년 4천671명이었던 나오시마 인구는 1995년 4천162명으로 5년 사이 509명(10.8%) 5년 감소했고 2000년 3천705명으로 다시 457명(10.9%) 줄었다.

하지만 2005년 3천538명, 2006년 3천513명, 2007년 3천480명, 2008년 3천430명, 2009년 3천399명, 2010년 3천325명, 2011년 3천282명, 2012년 3천230명, 2013년 3천207명, 2014년 3천175명 등으로 눈에 띄게 감소세가 완화되고 있다.

◇숙박시설 등 섬 경제 눈에 띄게 변화=나오시마가 워낙 작은 섬이다 보니 주민들의 경제활동 변화를 판단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단순 통계 수치 상에서도 그 변화는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베네세하우스가 개장한 뒤인 2000년대 들어 상황은 급변한다. 민박 6개, 음식점 9개가 전부였던 나오시마의 지역 경제가 서비스업 위주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실제 민박은 2002년 6개에서 2007년 11개, 2008년 14개, 2009년 21개, 2010년 25개, 2011년 29개, 2011년 31개, 2012년 40개, 2014년 42개, 2015년 44개 등으로 13년간 38개가 늘었다. 2015년 기준 44개의 민박 중 나오시마 주민이 운영중인 곳은 38개, 외부인이 운영중인 곳은 8개다.

음식점 역시 2002년 9개에 불과했지만 2006년 20개, 2009년 28개, 2012년 36개, 2015년 41개(원주민 운영 29개, 외부인 운영 22개) 등으로 32개나 증가했다.

하마나카 미쯔루 나오시마정장은 “나오시마는 1970년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됐지만 베네세하우스가 들어오면서 그 속도가 완화됐다”며 “나오시마를 찾는 관광객이 증가한 2002년 이후 섬내의 서비스 업종도 함께 늘었다”고 설명했다.

하마나카 미쯔루 정장은 “나오시마의 경우 현재 일자리는 많지만 일할 사람이 없는 게 다른 지역과는 다른 점”이라며 “나오시마에 살고 싶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주택이 부족해 나오시마정에서 옛집 개조 보조, 빈집·빈땅 뱅크, 주택 건설 사업 등을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나오시마=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