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깨끗한 공기를 위해 굴뚝을 오른다 민경우 광주시보건환경연구원 환경연구사

2015년 08월 20일(목) 20:07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까마득히 높게 보이는 굴뚝을 오르니 숨이 확확 막힌다. 35도가 넘는 폭염이라 온 옴이 땀으로 범벅된다. 더구나 굴뚝에서 품어 나오는 열기로 안전모의 무게가 천근으로 느껴지며, 겉옷까지 축축하게 젖어온다. 그래도 살을 에는 한 겨울 추위에 비하면 더운 여름이 훨씬 낫다는 생각으로 버텨낸다. 보건환경연구원 대기연구과의 연구사 3명이 한 조를 이루어 공장의 굴뚝에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을 측정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다.

광주시 관내 대기오염 배출 사업장은 총 700 여개소이며 이 중 250여개의 업체 400여개의 굴뚝을 매 년 계속해서 검사하고 있다. 연구원이 공장 굴뚝에서 주로 측정하는 대기오염물질은 먼지, 중금속류, 암모니아 등 총 25개 항목에 달한다. 대기오염물질의 측정 분석은 크게 시료채취와 실험실 시험·분석으로 나눠지는데, 공기는 눈에 쉽게 보이지 않는 물질을 측정하고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실제로 대기오염 측정은 현장 시료채취가 70% 이상을 차지한다고 보면 된다.

굴뚝 측정을 담당하는 연구사의 하루를 간단히 엿 보자. 3인 1조가 되어 출장을 가야하니 아침부터 각자 바쁘다. 한 사람은 어제 채취 했던 시료에 대한 시험기록부를 만들고 성적서를 작성하느라 바쁘고, 나머지 사람은 20여 가지가 넘는 현장 시료채취를 위한 장비며 그에 따른 부속 물품 등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긴다. 자칫 하나라도 빠뜨리면 현장에 갔다 다시 되돌아오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다. 준비가 다 되면 장비가 가득 실린 승합차를 운전하여 사업장에 도착하면 담당자를 만나 공장 내의 공정을 확인한다.

보통 공장의 말미에 위치한 방지시설의 최종 배출구(굴뚝)을 확인하고 굴뚝까지 시료채취를 위한 장비 및 주변기기들을 나르는데, 아뿔사! 오늘은 미로 같은 공장 내의 좁은 통로를 지나 2층 옥상에 굴뚝이 위치해 있다. 하지만 내가 안하면 누가 하랴!는 심정으로 일단 안전모를 단단히 쓰고 펌프며 밧줄, 받침대 등 총 무게 100㎏ 이 넘는 장비를 각자 어깨에 들쳐 메고, 손에 들고 부지런히 2층 옥상까지 옮긴다.

현장에 모터나 팬(fan) 돌아가는 소리와 공기압축기가 뿜어내는 소리 때문에 육성으로는 잘 들리지 않아 굴뚝 위의 측정구에 있는 사람과 땅바닥에서 장비를 조작하는 사람은 무전기를 이용하거나 간혹 수신호로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측정 항목 수에 따라 다르지만 2시간에서 많게는 7시간 이상씩 굴뚝위의 좁은 측정 작업대에 머물러야 하는 굴뚝 위의 그 사람! 요즘 같은 찜 통 더위에는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시료채취와 측정이 다 끝나면 같은 방법으로 다시 장비와 주변기기들을 챙기고 옮겨 차에 싣고 난 후, 업체 사무실에 들러 담당자를 만나 배출시설이나 방지시설의 적정 운영에 필요한 현장에서 보았던 기술적인 사항들을 상담해 준다. 이렇게 시료채취가 끝나면 연구원에 돌아와 주요 실험은 즉시하고, 측정 자료를 뽑고, 서류를 정리하면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다. 날씨가 좋으면 매일 출장을 가다보니 일주일 아니 한 달이, 일 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공기는 늘 유동적이기 때문에 외부의 요인도 크지만, 우리시가 계속해서 깨끗하고 맑은 공기 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업체에서는 배출시설과 방지시설을 최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노력과 더불어 우리 시민들도 일상생활 속에서 자동차를 적게 타고 가까운 거리는 걷는 다든지, 대중교통 이용하기, 음식물 남기지 않기 등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내가 먼저 주변에서 가장 쉬운 것부터 작은 실천을 하면 환경오염도 줄이고 기후변화에도 대응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광주의 맑고 깨끗한 공기를 위해 무거운 장비를 들고 위험하고 힘든 굴뚝을 올라야 하는 많은 어려움이 있지만, 큰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