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오월 전시파행’ 광주비엔날레만의 책임인가

2015년 08월 23일(일) 20:01

광주시가 지난해 대통령을 풍자해 논란이 된 홍성담 작가의 걸개그림 ‘세월오월’과 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시회 파행의 책임을 물어 재단법인 광주비엔날레를 ‘기관 경고’했다는 소식이다. 광주시는 최근 감사 보고서에서 “시 보조금으로 제작된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프로젝트 작품의 제작과정에 대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물의를 일으키고 작품 전시도 하지 못해 ‘기관경고’한다”고 밝혔다. 광주의 대표적인 문화행사인 비엔날레에 파행을 초래했기에 책임을 묻는 것은 당연하지만, 먼저 광주시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서 반성이 선행됐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잘 알다시피, 지난해 광주비엔날레는 걸개그림 ‘세월오월’ 때문에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 국내 최고의 비엔날레라는 명성을 갖고 있음에도 현직 대통령과 비서실장을 풍자하는 그림 하나로 논란이 빚어지면서 행사 자체가 빛을 잃은 것이다. 그러면서 광주비엔날레는 그 명성과 가치가 훼손당했다.

더 큰 문제는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광주시의 입장이 갈피를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시 광주시는 광주비엔날레 특별전을 위해 홍 작가에게 제작비 5천만원을 지원했다. 그런데, 홍 작가의 작품 속에 대통령과 비서실장을 풍자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자 수정을 요구했다. 이로 인해 지역의 예술계는 물론이고 시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크게 벌어졌다. ‘사전 검열로 예술가의 표현 자유를 억압한다’는 예술계의 반발이 잇따랐다. 그럼에도 광주시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못하면서 초기 혼란을 가중시켰다. 결국 ‘세월오월’ 작품의 전시가 유보됐고, 결국 특별전에서 선보이지 못했던 것이다. 더구나 당시 ‘세월오월’ 전시 유보에 항의해 동료작가들까지 작품을 철거했고 책임 큐레이터와 비엔날레 대표도 사퇴하는 등 20주년 특별전이 파행으로 치달았다.

광주를 흔히 예향이라고 한다. 예술의 향기가 넘쳐나는 도시라는 뜻이다. 그 한 축을 광주비엔날레가 담당하고 있다. 그러하기에 비엔날레는 언제나 정상 운영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기관경고는 광주시 역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먼저 상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