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인의 종족들 이덕수 |
| 2015년 08월 24일(월) 19: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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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더위에 기죽지 않고 떳떳이 가을맞이를 할 수 있겠다. 여름의 伏이라 함은 오행설에 따라 여름이란 火의 기운 때문에 가을의 金기운이 엎드려 복종하는 기간이라 했으니 절기상으로는 무지막지한 더위로 인한 굴종의 시련이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이래저래 노인들은 三伏이 싫고 겨울의 三寒이 싫음에야 어디에 하소연할까.
근래 각종언론매체나 인터넷 매체를 도배하다시피 한 ‘우피족과 푸피족의 노인층도 부익부 빈익부 빈익빈 극심 9.2배’라는 기사도 억울한 하소연에 한 몫을 했을 것 같다. 우피족이란 함은 대학의 사회복지시간에 노인들의 종족에 대하여 열을 올려 강의했던 터라, 우피족과 푸피족을 대칭으로 한 기사제목이 재미있기도 하고 의아스럽기도 했다. 하필이면 살기도 팍팍해서 숨 쉬기 조차 힘든 푸피족을 고소득층의 우피족에게 비유했을까. 원래 우피족이라 함은 시장개발과 마켓팅 전략에서 비롯된 분류로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고 경제적인 여유를 즐기며 풍요롭게 사는 노년세대로써 구매력이 강한 소비자층을 말한다. 푸피족은 우피족의 반대 종족개념으로 봐야 할 것이다. 즉 우리나라 우피족이 고령층 가구에 23만 가구에 6.2%, 푸피족이 200만 가구에 54%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국가, 어느 계층이나 부유한 노인 오렌지족은 있기 마련이다. 요즘 우리들에 삶을 한 풀 꺾이게 만든 94세의 모 재벌 같은 상노인은 특1급 호텔에서 거주하며 수치스런 허물을 보이는 마당에, 보통의 노인들에게는 우피족이란, 꿈같은 상류층들이란 점은 분명히 맞다. 우피족은 오렌지족 같은 퇴폐적은 아닐지라도 고급문화생활을 향유하는 노인종족은 분명하니까. 이를테면 비교할 대상하고 비교하면 노인들의 심정이 그래도 나았지 않았을까 보다. 마치 6척 거구에 철갑으로 중무장한 골리앗과 남루한 옷만 걸친 소년다윗과 비교함 일 테니 말이다.
기사자료에 따르면 우피족의 월 소득이 580만원이라고 했다. 65세 이상의 노인가구로서 이 정도의 고수입은 주변에서 찾아보기도 힘들뿐더러, 문제는 푸피족이라 하기도 애매모호한 차상위 계층의 노인가구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날로 발전하는 경제 덕에 공적 부조로 지탱하는 하위 계층은 어느 정도 빈곤의 안전망은 최소한 밑받침이 되었다고 본다. 그래서 빈곤을 세습 하려는 현상조차 생겨나고 있다고 하지 않나. 그러다 보니 거리현수막에 부정복지비 수급자를 신고해주시라는 현수막이 걸릴 정도이니, 내가 있는 법인시설에는 점심 한 끼를 위해 경노식당을 이용하는 대부분의 노인도 차상위계층 이란 것이다. 이들은 더위도 식힐 수 없어서 시설로비에 앉아 더위를 피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또한 여러 가지 제약으로 생활보호대상자로도 끼지 못해 이래저래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다행히 금년 7월부터 정부는 맞춤형 급여개편으로 다소 대상자를 확대한다 했으니 그나마 조금은 기대를 해보겠다.
한편, 주변에 중산 노인층들을 백화점이나 극장을 보더라도 근래에 부쩍 늘었음을 실감할 수 있다. 이들은 우피족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월 300백만원 내외를 받는 중산층으로 볼 수 있는 통크족(Two Only No Kids’)이나 오팔족(Old People with Active Life) 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공적연금제도가 생긴 이래 최초 연금수령 세대들이 정년을 하면서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평소부터 인생을 디자인하고 체계적으로 경제력을 쌓으므로 건강한 삶을 누리면서 문화생활, 심지어 자선사업, 봉사활동까지 영역을 넓혀가는 제2의 인생을 즐기는 즉, 뉴그레이 세대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스위스작가이자 정신의학자 폴 투르니에는 ‘노년의 의미’에서 “직업 이외에 어떤 다른 활동도 하지 않는 사람은 은퇴 후에 죽음을 맞을 것”이라고 단언하며 그는 “생계와 성공을 위해 내달리던 자연적 삶에서 벗어나서 문화적인 삶으로 전환하라”고 말한다. 새삼스레, ‘우피족이던, 푸피족이던 노인은 늙지 않는다’라는 오기가 생기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