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 확충·감세 혜택…“폐달 밟으며 여유 즐긴다” 광주, 자전거로 녹색도시 도약 꿈꾼다 <4>‘친환경교통 1번지’ 네덜란드 델프트시 자전거 보급률 100%·교통분담률 45% 자랑 전용 주차장·시트 개발 등 활성화 연구 거듭 자동차 억제정책 캠페인 주도 시민의식 전환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

2015년 08월 24일(월) 20:29

24시간 개방 무료 주차장 네덜란드 내에서 자전거 보급률 100%를 자랑하는 델프트는 중앙역 인근의 주차장에 8천700대를 보유할 수 있도록 건립했다. 또 하루 24시간 개방해 주차와 보관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시켜 활성화를 높였다.

네덜란드 조이트홀란드 주에 위치한 델프트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전거 보급률 100%, 자전거의 교통 분담률 45%를 자랑한다. 운하를 중심으로 골목마다 자전거가 세워져 있고 주차장 등 편의시설까지 잘 갖춰져 대표적인 친환경 녹색도시로 통한다. 델프트는 헤이크와 로테르담 중간에 위치해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기차로 1시간이면 도착하는 면적 24.08㎢의 인구 9만5천여명이 안되는 소도시로 자전거를 건강에 좋고 편한 교통수단으로서의 이미지 구축에 힘썼다.

◇‘폐달을 밟자’ 슬로건 추진 성공사례=‘삶이 지나치게 빠르다고 생각하면 폐달을 밟자. 우리 아이들에게 숨 쉴 공기를 주고 싶다면 폐달을 밟자’라는 슬로건으로 지난 1979년대 일찍이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지정했다.

시는 자동차 중심의 정책에서 보행자와 자전거를 우선시 하는 정책으로 변화시켜 한달에 한번씩 설명회를 갖고 주민들의 요구에 따라 자전거가 건널목을 먼저 건널 수 있도록 해주기, 운하에 전용다리 놓기, 자동차 속도 방지턱 추가 설치 및 속도 늦추기 등을 추진했다.

자전거 도로, 주차장, 전용 신호등, 보관대, 도로망 구축 등 자전거 정책에 힘을 실었다. 더불어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이용자에게는 감세 혜택을 부여하고 자전거 주행우선권, 자전거 위주의 신호등 체계 등을 주도하고 있다.

또 자동차 억제 정책으로 주차공간을 최소화 시키고 확장계획을 폐기하고 기름값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책정했다. 특히 자동차 주차장을 주요 주택가나 시내 중심가와 멀리 만들어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자동차의 교통을 어렵게 만들었다.

반면에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델프트 역에 주차장을 설치했다. 시민들이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역으로 이동, 제2목적지로 이동하도록 유도한 것. 자전거 관련 인쇄물 배포, 설명회 개최, 신문 광고 게재 등 활성화 캠페인도 지속적으로 실시해 활성화를 도왔다.

델프트에서는 아이들을 태울 수 있도록 띠와 의자를 연결한 시트를 개발, 연구하고 있다.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도로 구축=델프트의 자전거 도로는 전체 도로망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총 25㎞로 평균 가로 3m에서 5m로 이뤄져 있으며 30㎞의 규정 속도로 통행이 가능하다. 도로 옆에 하얀선으로 구분해 놓았고, 겸용도로는 애초에 설치하지 않았다.

더불어 자전거만이 다닐 수 있는 구역을 따로 만들어 오직 자전거를 위한 도시로서 인프라 구축에 전력했다.

물론 델프트도 1970년대 초반의 네덜란드의 많은 도시들처럼 자전거 주차장 등 편의시설이 많이 이용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시는 텅 비어있는 주차장 옆에 추가로 주차장을 건립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은 시의 주도 아래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받아들였고 점점 주차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중앙역 인근의 주차장은 하루 24시간 개방해 주차와 보관을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시켰다.

나름의 자전거 주차에 대한 기준에 따라 지어졌으며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진입해 주차할 수 있도록 지하에 조성됐다.

이밖에도 밴드들이 공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관광객들의 자전거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따로 마련했다. 플랫폼 인근에 정비소도 갖춰 언제든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현재 중앙역 자전거 주차장에는 8천700대를 보유할 수 있으며 시내 곳곳에도 총 3천대를 주차할 수 있다. 시는 델프트 내에 주차된 자전거는 3만대가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자전거 문턱 낮춰 활성화 도움=델프트에서는 4살부터 자전거 타는 법을 교육하며 신호, 안전 운행 법 등 정규교과 과정으로 지정해 지식을 쌓게 한다. 이후 초등학교 졸업 시 자전거 능력시험을 치른다. 하지만 면허증은 따로 필요 없다. 물론 안전모를 써야 하는 법규도 존재하지 않는다. 자전거의 개조도 자유롭다.

특히 나이 제한을 두지 않고 아기가 똑바로 앉을 수 있는 순간부터 전용 시트를 부착해 탈 수 있도록 했다. 시가 먼저 자전거에 시트를 연결한 모델을 선보이는 등 유모차의 기능도 내세웠다. 앞으로 더욱 안전하게 아이들을 태울 수 있도록 띠와 의자를 연결한 시트 개발에 나서는 등 연구를 거듭하고 있다.

마크 드 콕(Mark de kok) 델프트 도로과 담당은 “사람들은 보통 습관을 바꾸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우선 시설을 완벽하게 유도해야 한다”며 “자전거 이용의 편리·안전성을 적극 홍보해 시민들의 마음을 얻은 다음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자동차 시속 15㎞ 이하 서행…아이들 안전 최우선
●보행자·자전거 보호 ‘보너르프


델프트시에 들어서면 마을 곳곳에 유독 눈에 띄는 공간이 있다. 자전거, 보행자를 위한 공간인 ‘보너르프’.

네덜란드어로 ‘생활의 터전(residential yard)’이자 완전도로(complete streets)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공간은 자전거 도시로서의 델프트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보너르프의 시작과 끝에는 파란색 바탕에 흰색으로 집, 아이들이 공을 가지고 뛰어 노는 모습, 자동차 등의 그림이 포함된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지난 1960년대 네덜란드에서 델프트시가 처음으로 도입했으며 보행자의 편리성을 최대한 강조하며 보행자와 자동차·자전거 통행이 조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길이다.

보너르프는 사람과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우선시되는 주거지역 도로를 주로 가리킨다. 대개 인도와 차도를 특별히 분리하지 않으며, 차도 선형을 꺾고, 차량이 고속 주행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자동차는 시속 15㎞ 이하로 서행해야 하며 보행자의 안전이 최우선으로 보호되며 자전거, 자동차 순이다.

보너르프의 목표는 ‘아이들의 안전’이었다. 아이들이 집 앞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1990년대 새로운 도로관리정책을 수립했다. 전체 도로의 통일성 있는 관리를 위해 도로를 시속 30㎞·50㎞·70㎞ 등 세 가지로 단순화했다. 주거지역 인근의 보너르프는 시속 30㎞ 제한구역(Zone30)으로 이뤄져 있다. 해당 구역에서는 보행자는 통행이나 놀이를 할 때 도로 전체를 이용할 수 있다.

차량은 보행속도를 준수해야 하며 주차는 지정된 장소에서만 허용한다는 내용의 규정도 도로교통법에 명시했다.

아이들의 안전과 자전거 활성화 및 자동차 억제 효과를 경험한 주민들의 호응도가 높아지자 네덜란드 정부는 1976년 보너르프를 법제화하고 적극적으로 도입에 나섰으며 교통안전 제도 일환으로 구간 확장에 돌입, 교차로에 과속방지턱을 설치해 자동차의 속도를 낮추도록 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네덜란드 델프트시=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