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亞)! 전당, 광주시민에게 어떤 존재인가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5년 08월 26일(수) 20:12

어떤 지역에 어떤 큰 사건이 일어난 후, 그 사건을 계기로 성장하느냐 후퇴하느냐 그 운명은 사후관리와 방향을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달려있다. 2015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가 끝나고 40여일이 지났다. 주최측과 행사 참여자들은 ‘대성공’이라며 외부에 성공 노하우를 수출하고 있지만, 일반 시민 경우 무엇이 성공이냐 되묻는 상황이다. 서로 온도차가 있는 것은 이 대회의 특징과 보이지 않는 성과를 보느냐 못보느냐 차이다.

필자는 광주U대회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시민’이고 U대회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 역시 ‘광주시민이 갖게 된 자신감과 자부심’이라 본다.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우리 지역사회는 절망과 설움을 딛고 이 운동의 정신을 다각도로 연구·분석·평가해 미래 대한민국의 중요한 민주화 자산으로 ‘광주정신’을 부각시켰듯, 큰 국제행사를 성공리에 치른 그 업적을 인문사회학적으로 잘 분석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이어가는 작업을 지금 해야 한다. 여름이 가기 전에 광주에서 꼭 해야 할 사명 중 하나다.

따라서 얼마 전부터 광주매일신문은 ‘광주U대회 성공 에너지 문화수도의 성공 기적으로 이어가야한다’는 집중 캠페인을 시작했다. 광주U대회 성공 주역들의 성공담을 실으면서 ‘광주U대회가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은 광주시민이 갖게 된 자신감·자부심이다’ ‘광주U대회에서 보여준 광주시민 열정·응원 미래 지역발전의 성장 동력 에너지로 연계되어야한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제2의 광주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더불어 9월초에 광주U대회 성공 요인을 분석하고 어떻게 발전시켜나갈 것인가를 도모하는 토론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좀 늦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역신문이 지역사회 길잡이 노릇을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광주U대회의 에너지를 9월4일 개관하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으로 승화시키는 일을 꿋꿋이 수행할 계획이다.

얼마 전,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보니, 한 여성 앵커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앞에 서서 ‘다음달 초 부분 개관을 시작하는데 부실 운영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로 리포트를 시작했다. 4일 부분 개관을 앞둔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곳곳에서 막바지 공사가 한창인데 문화시설은 국내 최대 규모지만 운영을 맡을 전당 조직은 허술하다며 전 국민에게 생방송 하고 있었다. 정부사업이고 정부가 신경 써야 할 일이지만, 국민의 우려와 걱정 속에 시작될 것 같아 안타깝다.

광주시민이 개관을 앞두고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인력과 조직이다. 4개과 70명으로 당초 요구한 인력의 절반으로 시작한다. 콘텐츠 개발과 운영을 맡은 아시아문화원 인력도 문체부가 용역보고서에 제출했던 423명의 4분의 1에 그친다. 벤치마킹 대상이던 프랑스 퐁피두센터 인원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고급 콘텐츠 제작을 위한 전문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부실 운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운영 인력이 부족하면 방향 감각을 잃게 될 것이고 균형 감각도 잃기 때문에 결국 스스로 부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상태다. 더군다나 9월 4일은 개관식도 안하는 부분 개관이다. 공식 개관식 날짜가 당초 예정됐던 11월25일에서 미확정으로 변경됐다.

부분 개관 8일전 현재, 아시아 대표 문화기관으로서의 위상과 신뢰성이 초기부터 위태로와 보인다. 광주시는 개관을 앞두고 부랴부랴 현장 위주의 총력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3대 빅 이벤트인 KTX 호남선이 개통됐고, 광주하계U대회도 성공적으로 치렀다고 보고, U대회 기간 운영한 교통·숙박·관광 등 모든 행정 역량을 이제 문화전당 개관 준비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런 준비는 통상 행정기관이 하는 방식이고, 지금 정작 중요한 것은 정부의 지원이 미흡하나 ‘광주시민이 어떻게 이 전당을 바라보고 자긍심을 가지며 광주의 자랑으로 만들어가려 하는가’이다. 그러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광주시민의 열정과 에너지를 물려받을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다.

광주시는 외부 관광객에게 전당의 의미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광주시민에게 ‘5·18광주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인 광주 금남로 옛전남도청에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사업의 첫 시작을 알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왜 지었는가’ ‘군부 독재 정권에 맞서 기꺼이 목숨을 바친 광주 시민의 숭고한 정신이 깃든 민주성지 위에 문화수도를 건설한 이유는 무엇인가’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U대회조직위가 시민의 참여를 끌어낸 것은 ‘광주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외국인이 오는 이 국제대회에 광주시민이 할 일은 무엇인가’를 잘 설득했기 때문이다. 광주매일신문이 광주U대회의 중요한 가치인 ‘시민의 힘’을 전당 개관 의미로 이끌어 가려 하듯, 광주U대회의 성공 요인이 ‘시민’이었다고 평가한다면, 전당 개관에 맞춰 140만 광주시민의 눈과 귀를 어떻게 전당에 모으고 그 높은 관심을 어떻게 문화에너지로 승화시켜 세계인을 감동시킬 것인가, 문화사회학적 노력을 해야 한다.

잘 알다시피 빛의 숲,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세계문화의 다양성을 광주에 결집시키기 위해 아시아문화연구, 국내외 인문사회·문화예술·과학기술 교류 플랫폼, 문화예술·문화콘텐츠 창조와 교육, 그리고 창작의 향유가 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문화생태계·문화발전소다.

그러나, 그동안, 광주에서 크게 간과해왔던 것 중 하나, 이런 빛의 숲 밑을 흐르는 지하수가 무엇이며, 숲의 생명을 숨쉬게 하는 대기는 무엇인가에 대한 확신, 시민 공감을 끌어내지 못했다. 하여, 지금이라도, 빛의 숲을 구성하는 가치·요소·뜻을 프리즘을 통해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고 만져보는 작업, 프리즘을 통하여 분광되었던 공연·전시·축제·정보 등 문화콘텐츠들을 다시 하나의 빛으로 합쳐 전당 사업 전체를 재조망하고 새로운 통찰력으로 이 공간에서 ‘광주시민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이런 새로운 통찰은 향후 우리가 상상하는 빛의 숲 미래 공간에서 ‘광주시민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좌표가 될 것이다. 광주매일신문은 그 사명을 기꺼이 감행할 것이다./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