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강은 멈추지 않고, 흘러야 한다 취재수첩 김혜수 지역사회부 기자

2015년 08월 26일(수) 20:12

4대강 사업 후 호남의 젖줄인 영산강에는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온다. 바로 죽산보와 승촌보에 나타나는 녹조와 큰빗이끼벌레가 그것이다. 사업 이후 하천에서의 유수성 생물종의 감소 등 심각한 생태계 파괴와 기이한 현상이 거듭되고 있다.

벌써 4년째다. 여름이 되면 당연한 듯이 영산강에 녹조가 떠오른다. 폭염이 지속되는 즈음에는 ‘녹차라떼’라는 비유처럼 초록색 페인트를 풀어놓은 형상을 띠며 악취와 함께 불쾌감까지 주고 있다.

물을 가두는 승촌보와 죽산보가 들어서면서 유속의 영향으로 본류 구간에서 나아가 지천에 까지 미쳐 영산천, 봉황천, 만봉천, 신창천, 문평천 등의 하류에서도 비슷한 상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생태계의 파괴다.

투명한 형체로 물컹한 촉감을 가지고 있는 큰빗이끼벌레는 승촌보에서 2년 전부터 급격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봄부터 가을까지 번성하고 겨울이면 낮은 기온의 영향으로 폐사해 사체가 수질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줘 생태계의 교란을 불러일으키는 외래종 태형동물이다.

저수지나 호수에서 서식하는 큰빗이끼벌레의 등장은 영산강의 호수화가 상당폭 진행되고 있다는 의문을 갖게 한다. 또 물이 고이고 썩으면서 다양한 생태계 파괴가 이뤄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부에서 지역 주민들의 뜻을 거슬러 강행한 4대강 사업이다. 하지만,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고, 주민들의 강인 영산강이 매년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 오롯이 해결해야 하는 이유다. 실질적으로 영산강을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 영산강유역환경청의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녹조가 떠오를 때서야 수질 관리에 나선다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녹조가 매해 되풀이되지 않도록, 아니면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응책을 사전에 만들어,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여름이 끝나가고, 비가 내린다며 자연에 감사해 할 일이 아니다. 광주시, 전남도 등 자치단체도 영산강의 관리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영산강을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려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고인 물은 썩지 않던가. 흐르지 않는다면 더 이상 강이 아니다. 김혜수 지역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