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탄 흔적 사라진 옛 전남도청 누구의 잘못인가

2015년 08월 27일(목) 19:16

참으로 어처구니 없고 애석한 일이 벌어졌다. 5·18의 상징이자 80년 5월 마지막 항쟁지였던 옛 전남도청 본관이 사적지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렸다.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이 옛 전남도청 본관 건물을 리모델링하며 5월 항쟁의 마지막 현장이자 시민군의 심장부였던 당시의 흔적을 말끔히 지웠기 때문이다.

이 곳은 그날의 치열했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총탄 자국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그런데 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은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의 일환으로 옛 전남도청 본관 건물을 민주평화교류원으로 탈바꿈하는 공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탄흔’을 형태도 없이 지워버렸다. 군사정권의 무차별 발포 사실을 입증하는 역사적인 기록 현장을 인위적으로 훼손한 것이다.

5월 단체는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경악하고 있다. 5·18 구속부상자회 양희승 회장은 “80년 5월 당시 계엄군들이 옛 도청 본관으로 진입할 때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면서 복도에 난사를 해 그곳에도 총탄흔적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보수공사를 한답시고 다뜯어내고 없다. 우리로써는 정말 허망할 뿐이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동안 전남도청을 지키기 위해 광주시민들은 지난한 싸움을 해 왔다. 광주의 미래가 걸린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기를 기원하면서도 전남도청 보존을 주장하며 2년여의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부분 존치로 서로 타협하고 전당건립공사가 재개됐는데, 이후에는 관심을 뚝 끊었다. 이런 무관심이 현재의 사태를 야기한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광주시민들은 아쉽고 한탄스럽다. 광주정신의 한 축을 차지하는 ‘오월광주’의 현장이 그렇게 변형되고 있는데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바라다 보고만 있었다는 자책을 하기도 한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민족은 미래도 없다. 역사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는 국가는 앞 날을 기약할 수 없다. 불과 35년 전 한국 현대사에 깊게 각인된 5·18광주민중항쟁의 현장을 아무런 역사의식없이 변형시킨 추진단은 물론이고 사태가 이렇게 전개되는데도 그대로 방치한 광주시와 5월단체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