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대순 문학관’을 보존하자 김을현 |
| 2015년 08월 27일(목) 19: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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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 동구 계림동 재개발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계림 4지역에 포함된 ‘범대순 문학관’이 헐릴 위기에 처했다. 이 건물은 범대순 시인(1930-2014)이 60여년간 생활한 가족과의 단란한 보금자리이자 문학의 산실이다. 범 시인은 생전에 재개발에 반대했는데 병이 깊어지자 어쩔 수 없이 재개발을 허락했다고 한다. 가족들도 “아직도 가능하면 범대순 문학관을 보존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북구 효령동이 고향인 범대순 시인은 1961년 계림동에 주택을 구입하여 줄곧 살았다. 2층 양옥집을 손수 짓고 나무와 꽃들을 가꾸며 애정을 쏟았다. 시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거실과 서재 등이 생전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그가 잠시 외출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범대순 문학관은 광주의 뜻있는 문인들과 제자들이 뭉쳐 2013년 무등산을 사랑한 그의 문학정신을 받들어 개관하였다. 그 이듬해 범 시인은 급격히 악화된 지병으로 타계하고 이젠 그의 집마저 내년 봄이면 도심재개발로 사라지게 될 운명이다.
그러나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계림동 68번지 일대에 근린공원이 조성된다는 말이다. 또 아파트 설계를 푸른길공원과 연계하여 설계할 것이라는 것인데, 그렇다면 아파트 근린공원에 범대순 문학관을 포함하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범대순 시인의 가족도 범대순 문학관이 근린공원에 포함되어 광주시민들의 쉼과 문학에 이바지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한다. 범대순 문학관이 존치된다면 1960년대의 주거양식과 광주문학 정신계승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생가는 매일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세계적인 명소가 되었다. 대구 근대골목투어에서 눈에 띈 것은 이상화 고택이다. 1943년 시인이 작고하기 전에 머물렀다는 것만으로도 보존하여 관광명소가 되었다. 광주에서도 용아 박용철 생가가 보존되어 교육과 문화활동의 장이 되고 있다. 반면에 다형 김현승의 흔적은 광주에서 대부분 사라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한번 없어지면 다시 만들 수 없다. 따라서 범대순 문학관의 존치를 깊이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과연 어떤 것이 지혜롭고 미래의 가치를 만드는 것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최근 영무건설은 수완지구의 아파트에 지역 작가들을 위한 창작 공간을 운영하며 창작 지원과 함께 다양한 전시회를 열고 있다. 문화예술의 메세나 운동이 건설 현장에 접목되었다는 것이 반갑기 그지없다. 따라서 범대순 문학관도 계림4구역 재개발아파트에 지금의 모습 그대로 보존한다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범대순 시인이 평생토록 그리워했고 1천회가 넘는 무등산 산행, 비록 시인의 산행은 멈췄지만 시인의 시편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옛 선비들은 ‘요산요수’라 했지만 범 시인은 ‘고산고수’라 했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에서 소중한 것은 남겨서 가까운 미래의 거울로 삼아야 한다. 서정주 시인의 육필시집을 비롯하여 1만여권의 시집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범대순 문학관도 그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