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銅像으로 표현한 ‘움직임의 자유’에 대한 갈망 亞문화전당 개관 페스티벌 공연작품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
| 2015년 09월 08일(화) 19: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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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배우 중 4명의 배우는 입고 있던 가운을 벗어 던지고 ‘고통 받는 동상’의 모습을 연기 하고, 나머지 3명은 심벌즈를 연주하며 박자를 맞춘다. 연기를 맡은 4명의 배우는 객석 앞에 마련된 4개의 마이크에 대고 ‘내 육체를 자유롭게 해 주세요(set my body free)’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그들 중 1명의 배우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회상하는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훔치며, 객석으로 난입해 관객의 물을 마시기도 하고 관객의 안경을 빼앗아 쓰고는 객석을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극이 끝나갈 무렵, 연기를 하던 프레이타스가 파랗게 빨갛게 칠한 두 손을 이용해 얼굴에 대고 눈과 입술을 가린다. 온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자신들의 운명을 얘기하듯, 억울하고 슬픈 모습을 보인다. 공연 마지막에선 모리스 알버트(Morris Albert)의 ‘필링(Feeling)’을 4명의 배우가 부르는 것으로 이 작품의 막이 내린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문화전당)의 개관 페스티벌 공연 30개 작품 중 하나인 마를레네 몬테이노 프레이타스의 ‘상아와 살에 관하여-동상도 고통 받는다’란 작품 이야기다.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지난 6-7일 이틀에 걸쳐 공연은 이어졌다. 100여명의 관객이 모인 지난 7일 밤에는 이 작품의 배우들이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가졌다.
이 작품은 온몸이 굳은 동상들이 ‘움직임의 자유’를 갈망하는 것이 대략적인 주제다. ‘동상’들은 태어날 때부터 딱딱한 고체가 자신의 신체를 지배하며, 그것이 그들의 운명임을 자각하고 슬퍼한다. 극이 진행되면서 굳어있던 동상들은 점점 갇힌 공간에서 벗어나고, 움직일 수 없는 것과 움직임을 위한 것이 서로 대립하는 과정이 그려진다.
연출을 맡고 직접 공연에도 나서는 프레이타스는 “극의 처음부터 끝까지 동상들은 ‘움직임’을 위한 자유를 갈망한다”며 “여러 요소들이 대립하면서 마치 순대 속을 꽉 채우고 있는 내용물들이 터지기 일보 직전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익살스런 표정을 연신 내보이던 배우들은 일정한 ‘스텝(step)’에 맞춰 춤을 춘다. 이들의 춤은 규칙이 없는 듯 정말 규칙적이고 정형화 돼 있다. 각자 춤을 추다가 ‘삐’하는 사이렌이 울리거나 강한 조명이 비추면 이들은 일제히 동작을 멈춘다. 입을 벌리고 있던 일부 배우들은 ‘삐’소리에 통제돼, 입 속에 고여 있던 침을 자신도 모르게 흘리기도 한다.
작품 내 ‘스텝(step)’에 대해 프레이타스는 “사실 이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것이 바로 이 스텝이다. 관객들이 직접 이 ‘스텝’을 눈치채기엔 어려웠겠지만 모든 장면과 음악의 바탕은 바로 이 스텝에 있다”면서 “동상들은 이 스텝에 맞춰 움직일 수 있거나 혹은 움직일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프레이타스는 “움직이고 싶어 하는 7개의 동상들은 모두 ‘사랑’을 이야기 하고 있다. 자유를 추구하는 이들의 움직임 속에는 사랑이 녹아들어가 있다”며 “마지막에 필링(Feeling)이라는 곡을 삽입한 이유도 ‘사랑’의 이미지를 설명하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이 작품을 감상하러 서울에서 온 한 대학교수는 “연극 내내 관객의 입장에서 고통을 받게 됐다. 움직일 수 없는 존재들이 갇혀 있는 곳에서 나오려는 모습이 슬펐다”며 “끝날 무렵에는 동상들, 석상들 뿐 아니라 살을 가진 우리 인간들이 정말 굳어있는 존재며, 내면의 감정을 쉽게 표출하지 못하는 것이 진정 현대인들의 모습 같았다”고 작품 감상을 말했다.
프레이타스는 “관객으로서는 우리 배우들의 표정이나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보며 웃거나 때로는 슬픈 감정을 느끼면서 교감 했을 것”이라면서 “문화전당이 광주에 개관해 다양한 컨템포러리 예술작품이나 공연이 열릴 계획이라고 하는데 좋은 작품으로 이 곳에 다시 찾아오고 싶다”고 밝혔다./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