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개관, 광주에 문화예술경영자는 있는가?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5년 09월 09일(수) 19:31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했다. 이제 이 전당의 미래는 전당장의 리더십에 달렸다. 누가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부임할지 모르지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대표는 대한민국 문화예술 경영자로서의 대표성 뿐 아니라 광주와 전남의 문화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우리나라 공공 문화예술기관의 최고 경영자를 표시하는 호칭은 사장·관장·대표·극장장·상임이사·대표이사·총감독·단장·센터장·전당장 등 시설의 성격, 예술 장르에 따라 다르다. 광주와 전남 관청이 직접 관리하는 경우 관장이라는 호칭이 많고, 기획의 성격을 가미한 산하기관의 경우 대표라는 호칭을 많이 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는 문화예술공간의 경우 관료행정가가 경영을 맡는 경우가 많다보니 그것이 예술관료행정인지 예술전문경영인지 성격이 모호하다. 관료의 파견은 특히 문화예술무대에서 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의 목적기관을 현실감 있게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을 파괴하고 예술창작자들과 마찰이 심하다. 반면 특정 장르의 예술가가 경영자가 되었을 때는 예술적 편향성과 관리역량 미흡으로 적폐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특정 외부 전문가를 공모해서 예술단체나 시설의 책임자를 맡기고 ‘대표이사’나 ‘사장’ 호칭을 준 경우도, 파견된 공무원 관리보다 특출 나게 잘 경영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더 권위적이고 획일적인 경영을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렇다면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이런 모든 시행착오를 반복해선 안된다. 이번 정부가 ‘전당장’으로 대표의 직함을 정한 것은 양수겹장, 전문성과 관리를 동시에 만족시키겠다는 전략으로 보여진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국책사업 장소가 광주이고, 그 첫발을 내딛는 최고문화경영자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은 막중하다.

필자가 새 전당장에게 미리 주문하고 싶은 것은 예술관료행정과 예술전문경영은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대부분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국책문화행정의 경우 예술관료행정의 성격이 두드러진다. 예술전문경영을 하지 않고 예술관료행정을 선택할 경우 문화예술 활성화에 꼭 필요한 전문성·섬세함·포용성·다양성이 줄어들고 실적 과시를 위한 전시적이고 단편적인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아서 지속가능한 내실을 다져가지 못한다. 결국 경영자가 바뀔 때마다 그 성격에 따라 사업의 방향이 바뀌고 사업의 맥이 흩어지게 마련이다.

필자는 옛 전남도청 자리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완공되어가는 10여년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의 성공은 정부의 전폭적인 예산 지원 못지않게 이 문화산업을 총지휘하는 첫 문화예술경영CEO의 강력한 리더십이 가장 중요한 성공요인 중 하나라고 보았다.

지난주 이곳 칼럼에서 ‘전당 개관 이후 가장 필요한 것은 너그러운 형님리더십이다’는 내용이 나간 이후 많은 이들이 공감하며 이 거대한 수레를 누가 끌고 갈 것인가에 많은 관심을 나타냈다. 사실 광주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했지만 지금까지도 문화예술 분야의 리더를 배출하지 못했다. 리더십이란 통상적인 예술경영서에나 나오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편타당한 이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개인적인 철학과 인성, 전문가적인 포용력과 인화력을 갖춰야 예술경영을 원만하게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그런 리더가 과연 있는가’ 광주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필자는 13년 넘게 북한 어린이의 배고픔을 달래주기 위해 평양에 빵 공장을 짓겠다는 야심으로 매달 달거리 공연을 하고 있는 가수 김원중씨의 추진력과 배짱 예술가정신을 보면서 전당장은 이런식의 실천력과 리더십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광주라는 작은 도시에서 세계평화와 북녘어린이, 우리가 살아가는 참다운 의미를 말하며 공연을 직접 기획하고 연출하고 있는 김원중식 예술경영의 자세가 절실한 것 아닌가 생각해본 적도 있다. 지금 평양에는 ‘옥류’라는 빵이 하루에 1만2000개씩 생산돼 북녘 어린이들의 소중한 먹을거리가 되고 있다. ‘옥류’에는 김원중의 시작으로 광주시민의 정성이 담겨 있다. 김원중의 달거리 공연을 찾은 이들이 십시일반 보탠 작은 사랑들이 북한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김원중씨는 광주가 존재하는 한, 통일이 되기 전까지 ‘달거리 공연’은 계속될 것이라 한다. 달거리 공연은 단순한 이벤트도 아니고, 이념을 기반으로 한 공연도 아니며 북한도 우리와 한민족이라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해 문화공동체정신을 발신하는 나눔의 무대라는 점에서 김원중식 문화경영 리더십이 돋보이는 장면이다. 다양한 음악적 시도와 다른 장르와의 소통, 나눔의 문화를 실천한 13년 공연 궤적은 진정성을 담보한 문화예술경영이야말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필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광주의 운명을 바꿔놓을 정도의 역량을 가지려면 전당장이나 여기서 일하는 전문 인력의 행동양식이나 사고방식이 실천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본다. 무엇보다 문화예술경영의 패러다임이 선진화 되어야 한다. 문화예술 하드웨어 인프라가 확장되고 있는데 그에 맞는 소프트웨어자원 수준이 격상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다. 문화예술 전문가로서의 리더십을 배양하고 슈퍼리더로서 예술경영자 철학이나 비전을 배양해야 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전당장 한 사람의 판단과 결정이 지구촌 최고의 결정이 되어야 하며 조직원 모두가 조직적으로 참여하고 전문가가 두루 공감하는 ‘공감 리더십’이 절실히 요청된다. 그래서,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고 창의력이 펄펄 넘치는 경영패턴을 창출해서 전당의 힘이 광주문화의 향기로 흘러들고, 광주에 스며든 그 향기가 대한민국, 나아가 전 세계로 울려 퍼져야 한다.

참으로 혁신적인 화예술경영 리더십의 전형을 기대한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