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섬’ 해답은 ‘살고 싶은 섬’에 있다 전남 ‘가고 싶은 섬’ 을 꿈꾼다 <12·完>에필로그 원주민 떠나가는 섬은 단순한 지도 위의 ‘점’에 불과 거시적 접근·미시적 다양성 모두 담보해야 성공 가능 ‘삶의 터전’이자 ‘즐거움 가득한 공간’ 지향점 삼아야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2015년 09월 09일(수) 19:42

전남도가 추진 중인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정책은 무엇보다 ‘살고 싶은 섬’ 만들기에 바탕을 둬야 한다. 주민이 살고 싶지 않은 섬에선 그 어떤 매력도 찾을 수 없고, 결국 ‘가고 싶은 섬’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섬을 ‘삶의 터전’이자 ‘즐거움이 가득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고민이 선행돼야 한다. 사진은 일본 카가와현 나오시마 미야노무라항(위)과 베네세하우스(아래)./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섬은 특수하다. 육지의 삶과는 확연히 다르다. 섬에서 살지 않는 사람들은 그 불편함과 고단함을 알기 힘들다. 특별히 시간을 내, 잠깐 놀러 가는 섬은 마냥 아름답고, 고즈넉한 매력만을 간직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민선 6기 전남도가 추진 중인 ‘가고 싶은 섬’ 가꾸기 브랜드 시책에 명확한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대신 ‘해답’은 있다. 우선 전남지역 섬을 ‘살고 싶은 섬’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가고 싶은 섬’은 어찌 보면 공급자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접근하는 명칭이다. 외지인들이 바라보는 시각에서 자칫 관광 분야에 치우칠 가능성이 높다.

‘가고 싶은 섬’ 정책은 최초 기획 단계에서부터 첫 해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현재까지 방향성이 계속 바뀌고 있다.

초기 ‘가고 싶은 섬’은 섬 개발이나 관광객 유치에 초점을 맞췄던 게 사실이다. 이낙연 전남지사 역시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중국 관광객을 타깃으로 삼는 정책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이 지사는 지난해 말부터 도내 섬 현장을 직접 다니면서 ‘지속 가능한 발전’ 형태로 ‘가고 싶은 섬’ 정책 방향을 틀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책 방향은 시책 이름처럼 ‘가고 싶은 섬’에 방점을 찍고 있다. ‘살고 싶은 섬’이 되지 않는 한 외지인들이 섬에 찾아 오도록 하는 데에는 명확한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다.

올해 전남도가 ‘가고 싶은 섬’ 사업 대상지로 선정한 6곳(여수 낭도, 고흥 연홍도, 강진 가우도, 완도 소안도, 진도 관매도, 신안 반월·박지도)의 섬을 보더라도 ‘살고 싶은 섬’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6개 섬의 60대 이상 인구 비율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인구 300명 이하 작은 섬의 고령화는 더욱 더 상황이 좋지 않다.

실제 6개 섬 전체 인구 3천587명 가운데 70대 인구가 803명(22.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60대 597명(16.6%), 50대 564명(15.7%), 40대 380명(10.5%) 등의 순이었다. 60대 이상 인구 비율은 49%에 이른다.

반면, 0-9세는 180명(5.0%), 10대 206명(5.7%), 20대 235명(6.5%), 30대 257명(7.1%) 등으로 유아·청소년과 청·장년층 인구가 50대 이상 인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마저도 인구수가 2천777명으로 6개 섬 인구의 77.4%를 차지하는 소안도의 청·장년층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아 평균 수치를 상승시킨 것이다. 작은 섬의 고령화는 평균 범위를 훌쩍 넘어서고 있다.

소안도의 70대 인구 비율이 19.2%에 불과한 것과 달리 반월·박지도(70대 18.1%)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섬의 70대 인구 비율은 낭도(전체 인구 299명) 34.4%(103명), 연홍도(전체 인구 102명) 35.2%(36명), 가우도(전체 인구 31명) 41.9%(13명), 관매도(전체 인구 240명) 38.3%(92명) 등 다른 연령대에 비해 월등히 높다.

‘가고 싶은 섬’ 정책을 추진한다 해도 인구가 계속 줄고 고령화가 지속되는 한, 성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이 지사와 전남도가 ‘지속 가능’에 초점을 맞춘 것도 같은 맥락일 터다.

그런데 간과해선 안되는 대목은 ‘가고 싶은 섬’ 정책의 양면성이다.

이 지사는 올해 초 벤치마킹을 위해 일본 나오시마를 방문했다. 당시 이 지사는 나오시마의 사례가 우리의 현실과는 맞지 않다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실무진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나오시마의 경우 베네세그룹이 막대한 사업비를 쏟아부은 섬 개발로 보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나오시마의 사례는 겉으로 보이는 것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나오시마에 엄청난 돈을 들여 미술관과 호텔 등 고급 시설을 갖춘 것은 맞다. 그게 전부는 아니다. 베네세그룹과 카가와현은 미술이 아닌, 섬을 봤다. 미술은 수단일 뿐, 섬 재생을 핵심가치로 삼았다. 이는 전남도가 무게 중심을 둔 ‘지속 가능’과 다르지 않다.

나오시마를 근거지로 주변 섬들로까지 미술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가 확대되고 있다. 세토우치국제예술제는 그 같은 미래가치의 정점에 서 있다. 통상 비엔날레 같은 예술제가 현대미술에 천착하고 있는 것과 달리 세토우치국제예술제는 섬과 주민들의 삶에 주목하고 있다. 개발 이후 다양한 아이템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지속가능 발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전남도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대규모 섬 개발을 굳이 배제할 필요는 없다는 뜻으로 귀결된다. 물론 일부러 배척하지는 않겠으나 미리 단정짓고 개발을 ‘터부시’해선 안된다. ‘기업들이 알아서 개발하겠다고 나서면 땡큐’라는 소극적 방식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개발이란 ‘도구’를 통해 인근 여러 개의 섬을 ‘날실’과 ‘씨실’로 엮어내면 ‘가고 싶은 섬’의 동력은 배가될 수 있다.

향후 ‘가고 싶은 섬’ 정책은 거시적 접근과 미시적 다양성을 모두 담보해야 한다. 둘 중 하나를 배제하면 섬은 그저 지도상의 ‘점’으로 남을 뿐이다. 섬 관련 정책 수립이 쉽지 않은 이유다.

그럼에도 전남도가 꿈꾸는 ‘가고 싶은 섬’의 지향점은 분명하다. 섬을 ‘삶의 터전’이자 ‘즐거움이 가득한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이 한 쪽 방향에 치우쳐선 안될 일이다. 갓 출발점에서 발을 뗀 ‘가고 싶은 섬’ 시책이 연착륙을 넘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완성형 정책으로 자리잡길 기대한다. 다행인 것은 지금 전남의 섬에 작은 희망이 깃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