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한 소외, 저 끔찍한 차별의 사슬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5년 09월 16일(수) 20:01

#개인이 소외되면~

얼마전 한국인 조승희씨가 미국 버지니아대에서 총기를 난사해 많은 학생을 죽였다. 이유는 ‘소외’였다. 집단이나 가족, 사회로부터 소외당한 개인은 우울증을 앓거나 정신질환을 호소하고 극단적으로는 타인을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심이 커진다.

소외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성이 상실돼 인간다움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소외를 고립감, 무의미함, 도덕기준의 상실, 무기력, 불화 등을 동반한 ‘감정의 메마름’이라고 설명한다.

개인이 사회에서 겪는 좌절과 고통이 반복적으로 쌓이다보면 버림받았다는 분노와 낯선 세상에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이어져 폭력이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하게 된다. 버지니아 공대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조승희는 1.5세대로 편안한 소속감을 느낄 공동체가 어디에도 없었다고 한다. 이런 고립감은 시간이 지나면서 무차별적인 파괴로 폭발하게 된다.

오랫동안 소외감을 가진 개인이 치료책을 찾지 못하면 결국, 자살이나 타살을 통해 자멸하게 된다. 하물며, 한 지역이 오랫동안 ‘소외’를 당했다면, 그 결과는 어떨까. 아마 그 집단 구성원의 고통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고, 집단 우울감 역시 수치로 잴 수 없을 것이다. 호남이 지금 그렇다.

#집단이 소외되면~

호남이 대한민국 안에서 경제·사회적으로 ‘소외’ 당한 역사는 아주 길다. 오죽했으면 새누리당 같은 여당에서도 그것을 인정했겠는가.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이 최고위원에 임명된 직후 ‘호남 차별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다짐할 정도다.

2015국정감사 과정에서 호남지역 소외관련 통계들이 쏟아지는걸 지켜보고 있는 지역민들은 지금 너무 고통스럽다. 국감자료에 따르면 박근혜정부 들어 예산과 인사에서 호남지역 소외론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의원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12명 중 6명(50%), 국무위원 20명 중에 7명(35%)이 영남 출신인데 반해 호남은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장관 단 2명에 불과했다. 더욱이 감사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공정거래위원장까지 5대 사정기관장이 모두 영남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관·차관의 경우 참여정부 시절 41명(23%)이었던 것이 이명박 정부 24명(16%), 박근혜 정부 15명(15%) 등으로 줄었다. 경찰 인사에서도 영남출신 경무관 승진자는 12명으로 호남출신 3명 보다 4배가 많다. 최근 단행한 7명의 군 대장 인사에서 호남 출신은 한명도 없었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의 지역편중 역시 심각하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김윤덕 의원이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 지난 2013년부터 2014년 9월까지 호남권의 SOC예산은 4000억원에 불과하지만 영남권은 6배가 넘는 2조6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정책자금 역시 영남 편중과 호남 홀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영남의 경우 기업수 비중은 27.3%인데 비해 자금 비중은 34.2%로 기업 비중 대비 6.9%가 높게 지원됐다. 반면 호남의 경우 기업수 비중은 10.1%이고 자금 비중도 10.8%로 거의 기업수 비중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왜 이렇게 미워하는가. 단순히 선거에서 졌다는 이유로 설명하기엔 억울한 부분이 너무 많다.

#이렇게는 못살아~

강운태 전 광주시장은 16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박근혜 후보가 탕평인사를 하겠다는 것과 호남인들의 눈물을 닦아드리겠다고 한 공약이 아직도 귓전에 쟁쟁한데, 호남푸대접과 차별이 노골화 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하고, ‘더욱 한심한 것은 국정을 감시하고 호남의 대변자를 자임해온 김무성·문재인등 여·야 정치권조차도 아무런 문제제기나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것도 호남인의 가슴을 더욱 멍들게 하고 있다’며 ‘가칭 인사탕평 특별법을 제정해 법으로 균형과 통합의 인사질서를 세워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전 시장의 해법은 ‘소외’의 깊은 골은 결국 정치권이 풀어야 한다는 얘기다. 필자도 그렇게 생각한다. 박 대통령은 취임 당시 ‘100% 대한민국’ 건설을 천명했다. ‘100% 대한민국 건설’ 공약만 실천해도 호남소외의 그늘은 해소된다. 가장 큰 해법은, 정부가 국토불균형, 차별정책을 결자해지 해야 한다. 사회 곳곳에서 개인의 병적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해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공동체 회복’을 대안으로 내놓듯, 모든 국민을 골고루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부가 ‘호남소외와 지역차별의 심각한 고독’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고 정치·경제·사회적 대안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

대통령 다음으로 ‘호남소외’ 치료책을 내놓아야 할 집단은 정치쪽이다. 지금 호남에서 얘기하는 ‘호남소외론’은 호남의 한풀이나 호남만의 권익 찾기를 의미하는 것 결코 아니다. 호남정치는 현재의 뒤틀리고 왜곡된 차별정책의 구조를 바로잡아,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사생결단해야 한다. 지금처럼 호남 정치인들이 자신의 영달만 추구하며 일종의 침묵의 카르텔, 침묵의 묵계를 통해 호남소외라는 폭력을 좌시한다면 지역민들의 좌절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다양한 소수자의 권익을 인정하면서도 정작 대한민국에서 가장 억압받는 당사자인 호남의 경제소외와 민주적 발언권을 봉쇄하는 경향이 있다. 지역문제를 얘기하면 바로 지역주의자로 몰아버린다. 강도를 신고하는 사람이 강도가 되고, 불이야 외치는 자가 방화범이 되는 뒤틀린 구조다. 호남소외의 세 가지 질곡, 구조적인 경제적 낙후, 공공과 민간 분야의 심각한 인사차별, 호남인에 대한 폄훼 문제를 이 시대 호남정치세력은 꼭 해결해야 한다. 못하면 지역민을 대변할 자격 없다. 호남을 대표하고 호남의 정치자산을 이을 가치도 없다.

정부와 정치권은 뿌리깊은 ‘호남소외’를 ‘정책 의제’로 삼고 해결의지를 천명해야 한다. 호남의 분노가 더 쌓이기 전에~./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