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은 들끓는 호남 민심의 경고”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민심 엄중하게 받아들여 분열·갈등 수습 끝까지 통합·연대 가능성·끈 놓아선 안돼 꿈·희망 잃은 서민 눈물 닦는 정치 힘쓸것 jskim@kjdaily.com

2015년 09월 30일(수) 20:14

프로필 ▲경기고·서울대 법대 졸업 ▲변호사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사 ▲16-19대 국회의원(4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새정치민주연합의 내홍에 대한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우려가 크다. 이와 함께 무소속 천정배 의원과 박주선 의원의 신당창당 로드맵 발표 등 지역정치권도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새정치연합 원내사령탑인 이종걸 원내대표를 만나 각종 정치현안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편집자 註



대담=김진수 서울취재본부장
▲1일부터 2차 국감이 시작된다.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사령탑으로서, 1차 국감에 대한 총평 및 2차 국감에서 새정치연합이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을 말씀해 달라.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할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정부의 고압적인 태도와 새누리당의 비협조로 파행적으로 운영 중이다. 정부·여당의 국정감사 발목잡기로 핵심 증인 신청이 거부되고 피감기관들의 자료 제출 거부가 횡행하면서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권위가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참담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그러나 최악의 여건이긴 하지만 성과가 없지는 않았다.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인 치적 부풀리기의 허구성이 폭로됐고 파탄난 민생의 실상이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국민적 관심사였던 신동빈 롯데 회장을 국감 증인석에 세워 국민적 의혹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우리 당은 전반기 국감 상황을 재점검해보고 추석을 통해 확인된 민심을 바탕으로 후반기 국감에 더욱 성실히 매진하겠다. 특히 당력을 집중해 ‘최경환표’ 경제정책의 허상을 지적하고, 국회 권위를 무시하는 피감기관들의 행태를 제도적으로 바로잡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다.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신당 창당 작업은 결국 내년 총선에서 새정치연합과의 격돌을 예고하는 것인데….

-천정배 의원과는 과거 인연이 깊다. 그분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자산과 정치적 이해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부분이 많이 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장기적으로 천 의원과 충분히 논의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천 의원과의 연결고리를 갖고,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야권 분열의 가장 큰 책임은 우리 지도부를 비롯해서 우리 당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우리 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분열로는 2016년 총선승리는 물론 2017년 정권교체는 어렵다. 끝까지 통합과 연대의 가능성과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본다.

▲지난 22일 있었던 박주선 의원의 탈당과 신당 창당 선언에 대한 평가는.

-야권 지지자들께 이 상황이 오게 된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특히 호남발 신당들이 생겨난 것에 대해서 호남의 지지자 분들께 면목이 없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호남인들의 기대가 크고, 그만큼 호남민심이 들끓고 있다는 ‘경고’라고 생각한다. 우리 당이 잘하면 신당 움직임이 ‘찻잔 속 미풍’ 그칠 것이라는 평가가 있다. 호남민심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겠다. 우선 중요한 것은 우리 당의 변화이다. 과감하게 혁신하고 국민의 지지를 모으고 회복할 수 있는 조치들을 과감하게 취하고 분열과 갈등의 모습을 수습해 나갈 것이다.

▲평소 한국정치 발전에 있어 호남과 호남인들은 어떤 기여를 해왔으며, 현재 어떤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왔나.

-현재 한국의 인구 비율로 볼 때 호남은 10%를 약간 상회해 충청 및 대구경북과 비슷한 규모이다. 고령화로 인한 자연감소현상과 함께 여전한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인해 호남의 인구 비중이 하락하는 추세로 보인다. 이런 인구비중 하락에도 불구하고 호남의 정치적 영향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과 함께 나라를 보존하게 된 데는 호남 민중의 절대적 희생과 동참은 헤아릴 필요조차 없는 일이다. 당시의 고경명, 김덕령 장군의 의병활동도 빼 놓을 수 없다. 또한 일제로부터 독립의 열망을 뿜어낸 광주학생의거도 자랑스런 호남의 정치적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직도 생생히 살아있는 역사, 5·18광주민주화운동은 온 국민을 각인시킨 살아있는 역사이다. 그리고 김대중 대통령을 변함없이 지지해서 여야간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뤄 낸 그 끈기와 단결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을 것이다. 또한 노풍의 진원지로써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어 낸 것도 호남이다.

한국정치에 있어 호남과 호남인이 조명을 받는 것은 우리와 국가라는 공동체를 위한 희생이 담보됐다는 점, 그리고 선각자처럼 아침이 오기 전에 이미 새로운 세상을 향해 용기있게 도전하고 승리를 쟁취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광주·전남 지역민 사이에서는 지난 대선 이후 ‘호남정치 복원’이란 용어가 종종 등장하고 있다. 아마도 한국의 주류 정치에서 배제 또는 소외된 느낌을 반영하는 단어일 것이다. 서울 출신인 이 원내대표께서 ‘호남정치 복원’이란 말을 들을 때 갖게 되는 솔직한 느낌은 무엇인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지금까지 호남정치가 추구한 가치는 내가 아닌 우리와 국가 등 공동체를 위한 것이었다. 호남 지역민들이 호남정치 복원 의사를 보이는 것은 현재의 대한민국 상황에 만족할 수 없다는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제가 이해하는 호남정치는 한가하게 주류정치 배제나 소외를 언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저는 호남정치 복원에 대해 대한민국과 우리 사회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호남인들의 열망으로 받아들이고 환영한다. 그것이 제2의 김대중을 통해서건, 제2의 노풍을 통해서건 그 결과는 바람직할 것이라는 믿음도 환영하는 배경이다.

다만 한 가지 전제는 있다. 호남의 인프라, 즉 산업, 교육, 일자리, 복지 등에서 다른 지역에 비해 뒤처지거나 낙후돼 호남 공동체에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거나 나쁜 영향을 끼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이 점에 있어서는 지역 정치인들이 특히 관심을 기울이셔야 하고, 저 또한 잘 챙겨 보겠다.

▲광주·전남 지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자유롭게 해달라.

-자기를 버리고 희생하고, 불의에 맞서 용기를 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독립운동을 위해 그 많은 가산을 정리하고 일족을 이끌고 나섰던 저의 친할아버지 이회영 선생이나, 군부의 총칼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고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맞섰던 광주와 호남이나 진심으로 존경한다.

광주와 호남인들은 지금까지 해 오신 것처럼 미래에도 건설적인 역할을 하실 것이라고 기대한다. 호남의 역할은 호남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남인들이여! 용기를 잃지 말고 지금까지 해 오신 것처럼 우리 사회와 대한민국을 위해 정의롭고도 새로운 선택을 주저하지 마시라. 그 길에 저를 비롯한 새정치민주연합 구성원들도 흔쾌히 동참할 것이다. /jski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