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물 만지고 느끼며 감수성·창의력 키운다 ‘숲’, 미래 유아 교육장으로… (9)독일 프라이부르크 숲 유치원② 목공놀이·길찾기·나무오르기·자연 관찰 등 놀이 다채 숫자공부도 실생활 연계…공격성·스트레스 감소 효과 주정부·시 운영비 60% 지원 유아 교육기관 자리매김 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

2015년 10월 01일(목) 20:22

독일 프라이부르크시 ‘waldseilgarten’정원에 위치한 숲유치원은 숲 속 꽃과 나비, 나무, 곤충 등을 직접 보고 만지며 집중력과 관찰력, 창의력을 키우고 있다. 사진은 아이들이 두더지를 관찰하고 있는 모습.

독일은 도시와 인접한 곳, 평지에 있는 숲이 많다. 때문에 숲 유치원도 도시 주변에 있는 평지 숲에 많이 위치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 시내 중심지에서 트램을 타고 20분 정도 가면 Bollerstauden 종점이 나온다. 그리고 조금만 걸어들어가면 무스숲(Moosvald)이 펼쳐진다. 숲길을 200m정도 걷다보면 ‘waldseilgarten’이라는 정원이 눈에 띈다. 이곳에 바로 숲 유치원의 중심 공간이 있다. 이 숲에 조성된 숲 유치원에서는 컨테이너 박스를 둔 숲 유치원의 주 활동 공간을 만나게 된다.
숲 입구에 아이들이 세워놓은 등교용 자전거가 눈에 들어왔다. 몇 명의 아이들은 부모님이 직접 데려다 주고 일부 아이들은 인근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숲으로 온다.

숲길을 따라 들어가면 컨테이너 박스를 둔 숲 유치원의 활동공간을 만나게 된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빵과 과일 등으로 아침식사를 한다.

이날 아이들은 한창 아침식사 중이었다. 작은 테이블 위에 아침식사 버터잼 바른 빵, 치즈 올린 빵, 미니토마토, 오이 등이 놓여 있었다.

16명의 아이들은 나무를 잘라 만든 의자에 동그랗게 둘러앉아 스스로 먹고 싶은 음식을 가져다 먹는다. 교사들은 아이들이 원하는 음식을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옆에서 최소한의 도움만 준다.

눈에 띄는 건 손을 씻거나 흔한 물티슈도 보이지 않은 점이었다. 현대에는 너무 씻어서 문제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고 병균에 대한 항체도 생기지 못하게 돼서다. 자연의 흙과 나무를 더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씻지 않는다.

이곳 숲 유치원은 지난 1996년 설립됐다. 이 숲에는 5개 숲 유치원 연합이 있다. 각 16명-20명 정도의 아이들은 매일 이 곳에 와서 자연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은 오전에 등원해서 여러 가지 자연물을 이용한 놀이를 즐긴다. 나뭇가지로 그리기, 나무에 못 박기 빼기, 톱질해서 나무 자르기, 나뭇가지 잘라 가운데 부분 송곳으로 뚫기 등 다소 위험한 목공놀이도 진행한다. 아이들은 목공놀이를 통해 톱이며 망치를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이밖에 교육활동은 계절별로 숲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의 변화를 탐색 관찰하는 활동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활동은 숲 주변에서 자유롭게 놀기, 나무그루터기에 올라가서 뛰어내리기, 나무에 오르내리기, 땅바닥에 그림 그리기, 나무로 만든 구조물 안에 들어가 자신들만의 공간 만들기, 숲에서 길 내어 걸어 돌아오기 등이다.

아이들은 오전에 등원해서 흙과 나무 등 여러가지 자연물을 이용한 놀이를 즐긴다.

숲이 넓어 컨테이너 박스가 있는 주 활동 공간에서 멀리 가는 아이들도 있지만 평지라 아이들의 위치가 파악되고 아이들도 스스로 거리를 조절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사실 요즘 아이들은 완구 회사에서 만들어 파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때문에 이미 완성된 형태와 기능을 이용해서 상상력을 발휘할 기회가 적은 실정이다. 숲은 아이의 주관적 판단력과 상상력을 길러주는 수백 가지 장난감이 있는 곳이다.

어느 것 하나 똑같은 것 없이 저마다 고유한 형태를 지닌 자연물을 만지고 느끼며 상상력은 물론 자발적인 집중력과 관찰력, 창의력을 기르게 된다.

꽃과 나비, 나무, 곤충 등 살아 있는 생물체를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로 인식하고 맑은 공기와 바람, 새소리를 들으며 정서적 안정과 감수성을 키울 수 있다.

아이들에 맞게 나온 도구들로 다양한 활동을 하다보면 감수성과 창의력이 동시에 자라나는 걸 알 수 있다.

컨테이너 박스는 아이들의 소지품, 교재 교구 등을 보관할 수 있고 날씨에 따라 교실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곳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보다 함께 만들어 간다. 학습은 초등학교에 가서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숫자와 셈 글자는 아이들이 원할 때 답을 주거나 알려준다. 출석체크를 할 때 구슬로 알려주거나 달력읽기 등으로 숫자공부를 진행한다.

독일 숲 유치원은 주정부와 시 차원에서 숲 유치원 설립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재정의 경우 전체 운영비의 약 60%를 지원하고 있으며 나머지 40% 정도는 학부모의 교육비로 충당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숲 유치원은 아동청소년 복지법에 근거해 만 3세부터 취학직전까지의 유아를 보육하고 교육하는 정식 유아교육기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숲 유치원이 일반유치원과 비교해 볼 때 갖는 교육적 장점은 다양하다. 순수한 유아로서 생활할 수 있는 장소를 숲은 제공한다. 유아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 마음껏 웃고 울고 춤추고 꿈꿀 수 있는 공간이 무한대로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자연을 직접 경험하고 인식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이 삶에 주는 지혜를 배울 수 있다.

문과 벽이 없는 자유스럽고 넓은 자연 공간에서의 활동은 유아들의 육체적 공격성과 스트레스 또한 감소시켜 준다. 창의적인 놀이 활동을 하도록 이끌고 유아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숲 속 자연의 다양한 요소로 인해 자극을 받으며 촉진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활동의 제한이 없는 숲의 생활은 유아들의 공격성이나 정서적인 긴장감,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등 숲 속 교육의 효과는 기대 그 이상이다.

독일에서는 많은 연구들에 의해 숲 교육의 효과가 검증되면서 사회적 인식도 긍정적이고 유아의 전인적인 성장발달을 위한 바람직한 유아교육 기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독일 프라이부르크=오경은 기자 white@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