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98년 호남지역 과거시험은 어땠을까 광주시립민속박물관, 8일부터 기획전 200여년전 수험생 일상·과정 등 공개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5년 10월 05일(월) 19:05

1567년 당시 광주목사 최응룡이 문과급제 동기생들과 모여 충장로2가 옛 광주우체국 자리에 있던 ‘희경루’란 누각에 올라 개최한 연회의 모습을 담은 그림인 ‘희경루 방회도’.

호남지역의 과거시험은 어땠을까. 200여년 전 이 지역의 과거제도를 들여다보는 흥미로운 전시를 만나보자.

광주시립민속박물관은 고려시대에 도입된 이후 조선왕조 500년 간 고위공직자를 선발하는 가장 중요한 통로로 운영됐던 과거제도를 소개하는 기획전을 연다고 4일 밝혔다.



박물관 내 기획전시실에서 8일부터 11월22일까지 열리는 ‘1798년 광주의 과거시험’ 전시는 광주 역사에서 오래 전에 잊힌 한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다.

1798년 정조임금은 혼탁한 공직자 선발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호남지역의 인재 발굴을 위해 전라도 유생들만을 대상으로 광주에서 과거시험을 치르도록 했다. 이에 따라 그해 4월 옛 무등극장 일대인 광주객사 앞뜰에 유생들이 모여 사흘간 시험을 치르고 이를 통해 최종합격자 53명이 선발된다. 그 중 일부는 사실상 문과급제와 다름없는 영예를 차지하는 등 각종 특전을 입게 된다.

이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꾸며진 이번 전시는 총 4부로 나눠 200년 전 광주 역사 속으로 관람자들의 이끌 예정이다.

‘과거시험’이란 제목의 제1부 전시에선 조선시대 수험생들의 일상과 시험 진행과정을 만날 수 있다. 당시 과거응시생이라면 잠시라도 손에서 놓지 않았을 수험서들, 하루 300자씩 암송해도 4년 반이 걸리는 사서오경의 암송을 위해 사용하던 ‘죽첨경서통’ 등이 소개된다. 또한 시험답안지인 시권 읽는 법, 매우 엄격한 절차로 진행된 채점과정도 풍부한 관련 자료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제2부 ‘1798년 광주’에서는 당시 광주에서 실시된 과거시험의 전모를 소상하게 담았다. 당시 장원급제를 한 고정봉(1743-1822)의 답안지를 통해 시험문제의 출제유형과 답안내용을 소개한다. 특히 이 시험을 통과한 53명의 명단인 ‘어고방목’도 전시장 전면에 가득 펼쳐 보여준다. 길이가 28m에 달하는 이 합격자 명부는 국내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것으로 워낙 긴 방목이라 전시도록 제작을 위해 수 십장으로 나눠 촬영한 뒤 다시 합성하는 과정을 거치고서야 온전한 전체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을 정도이다.

그런가하면 제3부 ‘벼슬길과 삶’에선 당시 시험을 통해 벼슬길에 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1798년 과거시험 합격자들의 뒷얘기뿐 아니라 1567년 당시 광주목사 최응룡이 문과급제 동기생들과 모여 충장로2가 옛 광주우체국 자리에 있던 ‘희경루’란 누각에 올라 개최한 연회의 모습을 담은 그림인 ‘희경루 방회도’ 등도 선보인다.

마지막 4부 ‘쇠락해가는 과거제’에서는 대리응시·위장전입·입시전문학원·스타강사 등 오늘날 우리의 입시풍속도가 사실 조선후기에도 성행했던 풍조였음을 보여준다. 더불어 평생 과거준비에 몰두했음에도 끝내 조선왕조 1만5천명의 문과급제자 명단에 오르지 못한 어느 수험생의 설움, 신분의 장벽에 막혀 과거응시자격을 얻지 못했으나 스스로 사회적 성취를 위해 나간 사람들의 이야기 등 과거제의 그늘에 묻혀있던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려준다.

한편 이번 전시회의 개막에 맞춰 박물관 측은 전시도록 외에 1798년 시험에서 장원급제한 고정봉의 후손들이 소장하고 있는 고문서 120점을 소개하는 자료집 ‘광주 이장동 장흥고씨 고문서’도 함께 발간하게 된다.

김원석 시립민속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매일 시험 속에 사는 학생들에게 시험의 기원과 변천 과정을 알려주는 기회일 뿐만 아니라 광주의 감춰진 역사를 알고 싶어 하는 시민에게도 풍부한 지적 탐험의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의 062-613-5361.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