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불교의 원류를 찾아서…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해상실크로드 최대 거점 ‘광저우’ (3)

2015년 10월 06일(화) 19:55

해남 땅끝에 있는 달마산과 미황사.

인도에서 태어난 달마! 그는 그의 스승의 유언을 받들어 동으로 갔다. 중국에 광저우에 도착한 그는 중국 땅에 ‘선불교’를 널리 알렸다. 중국 선불교의 시조가 됐고, 신화적 인물로 숭상됐다. 또한 그는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져 한국 불교의 뿌리가 됐다.
그가 죽은 후, 부활해서 다시 인도로 돌아갔다는 얘기와 함께, 더 동쪽인 우리 한반도로 건너왔다는 설이 있다. 그 흔적과 향기를 찾는 여행을 다녀왔다.

▶ 달마(達磨·?-528)란 누구인가?

달마는 중국 선종(禪宗)의 초조(初祖), 즉 선종을 최초로 전파한 인물이다.

그는 남인도 팔라파스(Pallavas) 왕국(중국에서는 향지국(香至國)이라 부름)의 셋째 왕자로 태어났다고 한다. 지금의 ‘첸나이’ 근처 ‘칸치푸람(중국에서는 婆羅門이라 부름)’ 지역이다. 그의 스승 ‘프라기야타라(pragyatara)(중국에서는 ’반야다라‘로 부름)’에게서 불법을 배운 뒤, 그는 ‘28대 조사’가 됐다.

부처님(석가모니)는 지금으로부터 약 2600여년 전에 인도 카필라왕국에서 왕자로 때어난다. 그리고 출가해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얻고 불교를 창시했다.

그 후, 부처님은 자신의 제자 중에 종단을 이끌어갈 최적의 인물에게 자신이 입었던 가사(의복)와 발우(밥그릇)을 물려주게 되는데, 첫 번째로 물려받은 이가 ‘가섭’이다. 이후 계속 이어여 내려와 달마대사가 28대가 된다. 그래서 그를 28대 조사라 부른다.

그의 스승 ‘반야다라’가 죽으면서, 달마에게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은 후 67년이 지나면, 동쪽 중국이라는 나라에 가서 전법하도록 하라. 남쪽에 머무르지 말고, 네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는 중국으로 가도록 해라.”라는 메시지였다.

▶ 달마가 東으로 가다

어언 67년, 반야다라가 유언한 햇수가 흘렀다.

달마는 중국으로 갈 것을 결심하고 왕을 찾아갔다. 왕이 눈물을 흘리며 만류했지만 달마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달마는 우선 제자 ‘불타야사’에게 사전답사를 떠나게 했다. 불타야사는 오랜 여정 끝에 겨우 중국에 도달했다.

하지만 중국에서 접한 광경은 달마의 가르침과는 크게 어긋나는 것들이었다.

중국 승려들은 달마의 사상을 낯선 것으로 배척했다. 불타야사는 크게 낙심해 병으로 죽고 말았다.

521년, 이에 달마는 뛰어난 제자의 죽음에 안타까워하면서도 중국을 향해 출발했다.

달마는 어려운 항해 끝에, 중국의 광저우에 도착한다. 9월 21일이었다. 광저우 자사 ‘소앙’이 바로 이 사실을 남조의 황제(양무제)에게 알리자, 무제는 대단한 흥미를 가지고 달마를 궁궐로 초청했다. 그리하여 달마는 11월1일 도읍인 ‘건강’에 도착해, 양무제와 문답을 나눈다. 당시 양무제는 열렬한 불교 신자였다.

▶ 양무제와 담론을 하다

“짐은 즉위한 이래 많은 절을 짓고, 경문을 직접 옮기기도 했으며, 또한 많은 승려와 비구니를 육성했소. 그러니 어떤 공덕을 받겠소?”

“그런 것은 공덕이 될 수 없습니다. 무공덕입니다(無).”

“어찌 공덕이 없다는 것이오?”

“그런 일은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 공덕은 속세에서나 필요한 덧없는 것이며, 실체(實體)가 아니고, 허상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참된 공덕이란 무엇인가?”

“지혜 입니다.”

“그대가 말하는 진리는 무엇인가?”

“크고 텅 비어서, 조금도 성스러울 것이 없는 것입니다.”

“짐을 대하는 그대는 누구인가?”

“모릅니다.”

서역의 배가 닿았다는 고대 포구 ‘서래초지’와 달마대사가 팠다는 우물 ‘오한고정’.

▶ 아직도 서역의 향기가 남아 있다

달마와 황제의 문답은 이것으로 끝났다. 양(梁)나라 황제를 만났으나, 그 뜻이 합치하지 않음을 느꼈다.

남쪽 나라에 아직 자신의 불교를 퍼트릴 분위기가 성숙하지 않은 것을 깨달은 달마는, 조용히 양나라를 떠나 북쪽 위나라를 찾아가기로 마음 먹었다.

이때 달마가 “갈대를 꺾어 타고 양자강을 건넜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달마의 신통력을 보여주는 일화인 듯하다.

▶ 낙양 소림사에 머물다

달마대사는 낙양에 도착해 숭산의 소림사에 머물며 정진에 몰두한다.

이때, 소림 토굴에서 9년간 면벽 수행은 유명하다. 벽을 향하고 앉아 수행한 것이다.

이 때의 ‘벽관(壁觀)’은 달마가 세운 새로운 선(禪) 수행법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달마의 수행법은 ‘경전에 의존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문자 해석이나 풀이에서 답을 찾지 않았다.

모든 것은 사람 마음 속에 있다고 여겼다. 마음먹기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고 믿었다. 마음 속으로 들어가 자기 본래 모습을 보기를 원했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좌선 수행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리고 ‘선(禪)’ 사상의 핵심은 안심(安心)인데,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벽관이라 했다. 벽을 향해 앉아 모든 인연을 멈추고, 청정한 자기의 본래 마음을 보는 것이다. 안심벽관은 곧 안으로 마음에 근심이 없으며, 모든 번뇌나 망상이 들어갈 수 없도록 마음의 긴장과 통일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말년에 토굴에 들어가 면벽(面壁)을 9년 동안 했다.

그 후, 달마는 수행방법으로 선(禪)을 가르쳤기 때문에, 그의 일파를 선종(禪宗)이라고 했다.

경전 위주의 수행법인 교종과 대비되는 종파이다. 그리고 명상과 요가를 통한 정신수양이 곧 선불교 핵심이다. 때문에 선사(禪師)들이 선정 중에 깨어 있기 위해 차를 즐겨 마시게 됐다.

달마가 수행 중 깨어 있게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알 수 있는 무시무시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대사는 수행 중, 자꾸 잠이 와 눈이 감기니, 화가 나서 눈꺼풀을 잘라버렸다고 전한다. 그래서 눈이 커지고, 부릅뜨고 있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한다. 지금도 ‘달마도’의 그림을 보면, 무섭게 보이는 것은 달마대사가 눈을 부릅뜨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 환생해서 해동으로 갔다

달마의 이러한 선불교는 당시 중국에서 이단(밀교)으로 취급받았다.

자신의 불법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로부터 모함을 받아 다섯 번이나 독약을 받았다.

그때마다 신통력으로 이겨냈다. 그러나 여섯 번째는 스스로 독을 받아 마시고 숨을 거뒀다.

그의 시신이 ‘웅이산’에 매장됐다. 몇 년이 지난 후 어느 날 서역을 다녀오던 사신 ‘송운’이 파미르고원에서 ‘짚신 한 짝을 나무지팡이에 매달고 가는 달마’를 목격했다.

“대사님 어디로 가십니까?”라고 묻자, “서역(인도)으로 가노라”고 했다.

송운이 작별하고 귀국해 무덤을 파보도록 했다. 관 속에는 짚신 한 짝만 있고 달마의 시신은 없었다.

달마는 환생한 것이었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또 다른 설화는, 환생한 달마대사가 인도로 가지 않고, 우리나라 해남 달마산으로 왔다는 설도 있다. 그때 중국인들은 달마대사가 해동(한국)으로 건너가 안주한 곳이 바로 전남 해남에 있는 달마산이라 생각하고 몹시 부러워했다고 전해 온다.

중요한 것은, 달마의 최후는 신비에 싸여 있다.

과연 달마는 어디로 간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정말 서역으로 다시 돌아갔을까? 아니면 해동(한반도)로 건너왔을까?

여하튼, 달마가 자취를 감추어버린 뒤로 중국, 한국, 베트남, 일본 등은 달마대사를 선종의 초조로 모시고 선 수행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