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고 콘텐츠 창·제작 발전소 만들겠다” 방선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 직무대리 정식개관 한달앞…관객과 콘텐츠 채우는 과정 공유 동시대 예술 선도하되 대중 욕구 충족 작품도 선봬 단순 전시·발표 대신 ‘콘텐츠 견본시장’ 시스템 구축 지역 소통 주력 “5-10년 후 국가 대표 브랜드 될 것”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5년 10월 18일(일) 20:13

방 전당장은 지난 8월부터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이끌고 있는 방선규 전당장 직무대리는 충남 서천 출신으로 고려대 사회학과를 나와 행시 28회에 합격한 정통 관료다. 국정홍보처 홍보협력단장과 문체부 문화정책관, 문화예술국장, 국민소통실장 등을 거쳤다. 특히 한글날 공휴일 재지정과 국가브랜드위원회 설립, 국립현대미술관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개관 업무를 실무적으로 이끌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정식 개관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그를 전당장 직무대리로 결정한 것 역시 그간 굵직한 기관 개관 업무에서 보여준 추진력과 대외교섭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지난 10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며 건립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드디어 다음달 25일 정식 개관된다. 지난달 부분개방을 통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로의 가능성을 확인하기도 했다. 특히 아시아문화전당은 옛 전남도청 자리에 들어선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점에서 그 역할에 대해 문화계는 물론 지역사회 안팎의 기대가 크다. 이에 방선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당장 직무대리를 만나 향후 청사진을 함께 들여다보자./편집자 註
“문화전당에서 제작되는 모든 작품은 아시아 최고이자 세계 유일의 것이 될 것입니다. ‘아시아’라는 화두를 기반 삼은 최고 양질의 콘텐츠를 모두 만들어낼 테니까요. 더 세분화하자면 동시대(Contemporary·컨템포러리) 예술을 말이죠. 이 같은 콘텐츠를 창·제작해 생산·유통하는 것이야말로 문화전당의 최종 목표라는 청사진을 제대로 보여줄 것입니다.”

정식 개관(11월25일)을 한 달가량 앞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총지휘자 방선규(56) 전당장 직무대리(이하 전당장)는 단호하리 만치 강단지게 문화전당의 정체성을 요약했다. 요컨대 ‘세계 유일 아시아 최고의 문화콘텐츠를 창·제작·유통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예술성과 대중성, 순수성과 수익성, 지역과 중앙, 아시아와 세계 등 단순 이분법적 접근으로 인해 파생되는 소모적 우려의 시선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 표명이기도 하다.

아시아문화전당 내 어린이문화원 모습.

“예술성을 내세우면 대중성이 필요하지 않느냐고 하다가 대중성이 가미되면 문화전당까지 그럴 필요 있냐고 되묻죠. 그러다 예술 본연의 순수성을 얘기하면 국민세금으로 계속 지원만 하라는 것이냐고 우려하다가 수익사업을 계획하면 문화기관이 왜 돈을 내세우느냐고 하죠. 문화예술은 이처럼 양면성을 지녔고 문화전당 역시 이 이분법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습니다. 다만 문화전당은 이 극단을 달리는 이분법의 중간지점에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입니다. 어떻게 그게 실현되는지도 말입니다.”

창·제작 시스템을 지향하고 있는 문화전당은 가능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밖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전시·공연된 뒤 떠나는 구조라면 그 작품의 성격만으로 예술성과 대중성을 따지겠지만,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팔리는 결과까지 품고 있다면 그 판단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월 4-21일 열린 문화전당 내 예술극장의 개관페스티벌을 들여다보자.

총 33편의 컨템포러리 공연예술을 선보인 결과 ‘참신하고 예술적’이란 호평과 ‘난해하고 어렵다’는 혹평을 동시에 받았다. 호평과 혹평 사이의 공통분모는 ‘수익성이 있겠느냐’에 대한 우려였다.

하지만 이 작품들의 창·제작이 유통으로 이어져 세계 곳곳으로 전파된다면 예술·대중·수익 등 모든 극단의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다. 실제로 33편 중 12편은 예술극장이 자체 또는 공동 제작한 것이어서 그 가능성을 드러내기도 했다. 방 전당장은 이 지점의 실현을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예술극장에서 만든 작품들이 지난달 개관페스티벌을 통해 처음 관객들을 만났는데 너무 예술적이어서 어려웠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번에 선보인 컨템포러리 공연예술은 틈새시장을 겨냥한 문화전당의 지향점입니다. 어렵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이죠. 다만 그 작품들이 세계 곳곳에 팔려 무대화돼 문화예술계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실현된다면 너무 예술적이란 평가는 달라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오히려 예술성을 대중화하는 데에 기여하는 구조가 되니까 말이죠. 그러다보면 문화전당은 세계 속 컨템포러리 예술의 중심으로까지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해서 그는 5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8-9월 문화전당을 찾으면 컨템포러리 공연예술축제를 볼 수 있다는 고정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해마다 관련축제를 정기화해 열 방침이다.

더불어 유명 오페라나 뮤지컬, 대중적 콘서트 유치에도 주력할 것이다. 다만, 단순 유치가 아니라 문화전당에서의 제작을 유도하거나 쇼케이스를 열게 하는 등의 다양하고 실험적인 형식을 도입할 요량이다.

문화전당 내 창조원 역시 마찬가지이다. 창·제작센터와 복합전시관으로 구성된 창조원의 동력은 정시공간이 아니라 창·제작센터에서 비롯된다.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통해 아시아 각국의 작가들을 불러 모아 작품을 함께 만들고 시연하며 완성하는 과정을 선보이게 된다.

“많은 이들이 문화전당을 공연장이나 전시관의 개념으로만 바라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또 다른 비엔날레 같다’는 우려를 하거나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곤 하는데요. 하지만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유통시킬 공간이란 점에서 문화전당은 일반 미술관, 비엔날레, 박물관들과 엄연히 다른 개념의 공간임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단순 발표장이나 전시공간이 아니라 ‘콘텐츠 견본시장’이 맞는 말이죠. 앞으로 5년 후, 10년 후의 성장을 지켜봐줘야 합니다. 그래서 지난 9월부터 부분개방도 한 것입니다. 문화전당이 만들어지고 콘텐츠가 채워지는 과정도 관객들과 공유하기 위해서요.”

실제로 문화전당이 10여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달 부분 개방되자 한 달 동안 20여만명이 몰려들었다. 또 지난 10여년간 쌓인 우려와 부정적 이미지도 다소 해소됐고, 앞으로의 성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40% 정도의 콘텐츠를 가지고 지난날부터 전당을 부분 개방한 것이 마중물이 된 것 같아요. 문화전당이 ‘앞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에의 가능성을 보여준 물꼬 말이죠. 이제 한 달 뒤 정식 개관을 하게 되면 그때부턴 ‘우리 이렇게 하고 있다’를 보여줄 겁니다.”

이를 위해 전당은 최근 공식 출범한 아시아문화원을 중심으로 콘텐츠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문화전당을 위탁·운영할 아시아문화원은 경영지원실과 공연사업실, 전시사업실, 교육사업실, 창·제작센터, 아시아문화연구소로 구성돼 아시아예술극장과 어린이문화원·문화정보원·창조원·민주평화교류원 등 5개 원(院)의 전당 공간을 채울 콘텐츠를 개발 중이다.

“오랜 진통의 시간을 거쳐 지금의 문화전당이 구현됐습니다. 이젠 다양한 콘텐츠를 채우고 창·제작 시스템을 완비해 시동을 거는 일만 남았지요. 광주는 전당을 중심으로 해 명실 공히 문화예술을 생산해내는 창조적 발신기지가 될 것입니다. 또 옛 전남도청을 보존하고 광주정신을 품은 한국 최대 규모의 건축물을 바탕으로 전 세계인들에게 다양한 스토리와 정신을 제공할 것입니다. 게다가 전당은 광장과 공원이라는 열린 장소를 지향하고 있으니 그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한 미래적 공간으로 주목받게 될 것입니다.”

방 전당장은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범국민적 관심에 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일단 문화전당은 국가브랜드의 가치로 봐줬으면 합니다. 광주에 위치해있지만 범국민적으로 관심을 갖고 문화예술적 공공목표를 잘 달성하는지 지켜봐줘야 해요. 문화전당이 아시아문화교류를 제대로 실현하면 국가와 국민 자체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니까요. 다만, 지역사회의 특별한 애정은 꼭 전제돼야 합니다. 광주에서의 동의와 사랑이 없는 문화기관이 그 어디에서 환영받을 수 있겠습니까? 광주·전남 지역민들이 아껴줘야만 세계가 들여다봐줄 것입니다. 전당 역시 지역과의 소통과 협업을 위해 다양한 기획을 시도하겠습니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사진=김기식 기자 pj21@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