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남민심 김종민 |
| 2015년 10월 26일(월) 19: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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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잿빛 미세먼지에 갇혀 있었다. 주의보까지 내렸으니, 건장한 성인도 이런 재해 수준의 날씨에는 버틸 재간이 없다. 가벼운 증상으로는 답답함을 호소하고, 우울증에까지 시달린다는 보고도 있다.
요즘 정치권을 바라보는 민심이 그러하다. 맑게 갠 하늘이어야 하는데, 온통 희뿌연 먼지 속이다.
태생적으로 호남을 기반으로 삼는 새정치민주연합은 평생 무기력한 야당만 할 심산인 것이어서 계속해서 회초리를 맞는 중이다. 무능하다는 평가가 나온 지 오래인데, 여기에 더해 뭉쳐도 부족할 판에 갈기갈기 찢겨질 판이기 때문이다.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넣고 있는 한국사 교과서 국면. 전국적으로 반대 여론이 우세해 지는 가운데서도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첫 장외집회를 예고하는 등 투쟁 수위를 한층 끌어올겠다고 하나 실추된 지지세를 회복할 지 의문이 크다.
청와대 5자회동에서는 어떠했나. 청와대와 여당에 톡톡히 무시당할 정도로 존재감 조차 드러나지 않았다는 평가가 니왔다.
다들 아시다시피 한 두 해도 아니고, 친노 대 비노니, 주류 대 비주류니 갈등과 분열의 대명사가 됐다. 당내에서도 어쩔 수 없는 계파가 있다 치자. 허나, 정작 뭉쳐야 할 땐 사생결단으로 뭉쳐야 야당이다. 그런데 이러질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를 비롯해 지도부 모두의 책임이 크다. 호남 출신 국회의원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들은 내년 4·13 총선에서 공천장을 쥐어보겠다고 이른바 ‘오픈 프라이머리’ 서약까지 해 또 다른 비난을 부르고 있다.
그동안 대통령선거는 물론이고, 지방선거, 국회의원 총선거, 하다못해 여당의 무덤이라는 재보선 하나에서까지 싹쓸이로 패한 제1 야당, 바로 새정치민주연합으론 안된다는 이유이다.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는 정당은 존립할 수 없다고 하지 않은가.
아마도 오는 28일 하반기 재·보궐선거가 국회의원 선거가 없는 초미니급으로 치러져 속으로 안도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민심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인 바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
내년 총선거를 앞두고 역시 지금으로선 필패를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숱하게 제기돼 온 전국 정당화의 초석을 호남을 기반으로 삼아 이뤄내야 하는데 말 뿐이니, 호남민들로선 복장이 터지고 만다.
사정이 이러하니 밑바닥에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전부터 진행형이었는데,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바로 상징이 돼 버린 ‘2번’이라고 앞뒤 재지 않고 찍지 않는다는 것이다. ‘1번’이면 어떻고 ‘3번’이면 어떻고, 참 일꾼을 모신다는 의미다.
이런 차원에서 과연 몇 명의 현역 의원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지역을 대변해 온 ‘진짜’가 과연 몇이냐 이다. 지역구도 지켜내지 못해 축소 가능성이 있지만, 호남에서는 절반 정도, 광주에서는 고작 1-2명 생존할 수 있다는 냉엄한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전통적인 텃밭, 야권의 심장부…, 호남이 뭐 이렇게 불리워 왔는데, 앞으로는 장담할 수 없게 된 지경이다. 물론 제1 야당이 아닌 존재감이 희박한 꼬마 야당이란 수식어만 따라 붙을게 뻔하다.
새정치민주연합에 대한 극도의 실망감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신당에 대한 여론 역시 그렇게 그리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어느 정당인지가 중요하지 않고 인물을 보겠다는 민심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 평가야 일부 엇갈리기야 하지만, 이미 새누리당 이정현(순천·곡성), 무소속 천정배(광주 서을) 의원의 당선은 단적인 사례가 된다.
지난 추석 명절에도 귀향활동을 통해 지역 국회의원들은 청년 취업난 해결, 민생경제 살리기 등의 주문이 많았다고 민심을 전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지금의 새정치민주연합으로는 안된다는 분명한 경고를 이전처럼 간과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정치를 똑바로 해야 서민들이 먹고 살기에도 편한 세상이 열린다. 호남은 야당다운 야당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진정한 야성(野性)으로 거듭나 정당의 최종 목표인 더는 늦춰서는 안될 대망의 정권교체까지 실현해 줄 것을 염원하고 있다.
호남은 신음하고 있다. 또 숨이 막혀 죽음 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 이유는 이상에서 그러하듯 당연히 정치 1번지에서 정치의 실종 때문이다. 따라서 안일한 새정치민주연합이든, 신당이든 어떻든 될성부른 새 인물을 찾고 있다. 그래서 종국에는 ‘포스트 DJ’를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 미세먼지까지 날려버릴 반가운 비 소식이 들린다. 어느 날보다 높고 푸른 하늘이 다가오고 있다. 바로 호남 민심의 지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