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 싸움’에 통곡하는 엄마들~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5년 10월 28일(수) 19:19

아이 키우는 일이 정말 힘들었다. 필자는 직장 생활 30여 년 동안 가장 고통스럽고 힘들고 지친 일이 육아였다. 나만 유독 그런가 싶어 주위 워킹맘에게 물어보면 모두 ‘죽고 싶다’했다. 엄살 아니다. 한국 출산율이 심각하게 낮은 이유, 이렇게 고통스런 육아 때문이다.

요즘 젊은 30대 워킹맘은 회사에서 9시간, 집에서 4시간 등 총 12시간 일한다. 출·퇴근 시간 3시간과 밥 먹는 시간 제외하면 잠자는 시간 6시간을 겨우 확보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요국 남성의 집안일 시간을 비교한 결과 한국 남성이 조사 대상 29개국 가운데 꼴찌인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맞벌이 한국여성 고통지수는 매우 높다. 여성문화네트워크가 낸 ‘워킹맘 고통지수’ 통계에서 10명 중 9명 90%이상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게 고통스럽다’고 답했다.

현재 한국의 20-5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5%를 넘었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신체적 정신적으로 피폐해져 소리 없는 통곡이 이집 저집에서 들린다. 모성애에 맡겨두고 남편도 가족도 사회도 국가도 그 고통을 분담하지 않는 현실, 어쩌면 여성들은 저 출산이라는 수치로 항변하고 있는지 모른다.

아침에 눈뜨기가 무섭게 아침식사준비, 애들 깨우고 유치원 보낼 준비, 아침 먹은 것 뒷정리, 그리고 회사출근 준비 마치고 아이들과 함께 집을 나서면 출근하기 전에 벌써 지치는 삶.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좌불안석. 시간 맞춰 애들 유치원 하원과 저녁식사, 또 집안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팍팍한 하루 중 가사노동의 절대량보다 더 시급한 건 아이를 봐 줄 사람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교가 엄마의 사정을 감안해 엄마처럼 처절히 고민하지도, 그 시간들을 책임지지도 않기 때문이다.

‘금수저’ 물고 태어난 딸과 손자 상위1%가 아니고서야 임신하고 아이낳아 키우는 일이 전쟁인 대한민국 엄마에게 정부가 얘기한 ‘아이 기르는 비용을 국가에서 적극 지원하겠다. 0-5세 보육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그 말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어야 하는지 정부나 정치인들은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이번 주 핫이슈였던 ‘보육대란 우려’기사를 보면서 필자는 ‘역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의 일방적인 보육예산 삭감에 불만을 품고 각 지역의 교육청은 내년 누리과정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고 전국 민간 어린이집은 집단휴원을 선포했다. 엄포가 현실화될 경우 1만4000곳의 전국 민간 어린이집에 다니는 62만 3000명의 영유아가 일주일 내내 갈 곳을 잃는다.

민간 어린이집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이유는 정부와 17개 시·도 교육청 만 3-5세 누리과정 예산을 대줄 수 없다 자제충당하라고 최후통첩하면서부터다. 그러나 17개 시·도교육감은 의무지출 편성 절대불가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리 아이들을 책임져야 할 정부와 교육청의 격화된 ‘치킨 게임’에 끼인 어린이집은 문을 닫겠다고 맞서는 상황, 엄마와 아이들은 너무 불안하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대기자가 많아서 보내기가 어렵고, 민간 어린이집은 툭 하면 휴업 얘기가 나오도록 하는 보육정책을 믿고 ‘걱정 말고 애 낳으라’는 표어가 가당키나 한가. 매번 워킹맘 입지를 뿌리째 흔들며 저 어린 아이들을 볼모로 정부와 교육당국이 싸움을 하는 사이, 상처받는 어린영혼은 어쩔 것인가.

정부는 지금 ‘보육’을 사적재화로 보는 것 같다. 필자는 보육을 ‘공공성’으로 봐야 한다고 본다. 영·유아시기에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의보육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될 경우 외부효과로 후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른다는 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영·유아 단계 교육은 국가가 가장 관심을 갖고 안정화 시켜야 워킹맘의 짐이 다소 덜어진다.

이쯤 되면, 정치권은 싸움 구경만 할 것 아니라 적극 개입해야 한다. 인구정책 보건정책 노동정책 여성정책 등을 풀가동해 ‘엄마와 아이’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 정말 이런 식 이라면 애국심이 아주 강하고 저 출산을 꼭 극복해야 한다고 믿는 필자도 딸에게 아이 낳으라고 권할 자신이 없다.

보육복지는 엄마와 아이의 일상을 지배하는 것이기 때문에 약속하면 어길 수 없고 한번 시작하면 국민 저항 때문에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 때문에 보육복지정책의 수립과 추진 과정은 신중해야 하고 정치권이 정쟁이나 선거를 의식하여 감당할 수 없는 공약을 남발해서도 안 된다. 특히 잘못된 정책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최대한 신속하게 정상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수정·보완되어야 한다.

집에 두어도 유치원에 보내도 불안한 ‘엄마’의 눈물, 이제 닦아 줄때도 됐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