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역사, 음악·문화재와 어우러져 지상낙원 이루다 5.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가다 모차르트 고향·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 배경지 유명 관련 문화유산 변함없이 유지해 관광 브랜드로 활용 인구 15만 규모 소도시에 매년 관광객 600만명 발길 구시가지 ‘게트라이데’ 전체가 세계문화유산 지정돼 지역민·행정 협력 철저한 보존·지원으로 옛것 관리 “오래될수록 자랑스러운 것” 문화 유적 공감대 팽배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5년 10월 29일(목) 18:49

호헨성에서 바라본 잘츠부르크 구시가지 게트라이데 전경. 잘츠부르크 구시가지 전체는 1967년 제정된 구시가지 보존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으며,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다. 이처럼 고스란히 보존된 2천년 도시 역사 흔적은 그 자체로 문화관광의 브랜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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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Salzburg)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모차르트’와 ‘사운드 오브 뮤직’이다. 이들은 잘츠부르크를 명실 공히 세계 최고의 음악도시로 만든 아이콘이자 여전히 잘츠부르크를 먹고 살 수 있게 해주는 탄탄한 브랜드다.
더불어 잘츠부르크를 관통하고 있는 바로크 건축양식은 이들의 유명세를 더욱 빛나게 뒷받침해준다. 그런 만큼 잘츠부르크는 관련 역사유적과 문화유산을 철저히 보존·유지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수십년, 수백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그 모습에 감탄은 절로 나온다. 그 결과 잘츠부르크는 인구 15만명 규모에 매년 600만명의 손님을 맞는 ‘관광으로 먹고 사는 소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모차르트 동상.

◇모차르트가 태어난 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는 서쪽의 스위스와 동쪽의 슬라브 국가들 중간에 또 북쪽의 독일과 남쪽의 롬바르디아(밀라노를 중심으로 하는 이탈리아 북부지방)의 중간에 놓여있다. 그리고 잘츠부르크는 도시와 시골의 중간이며, 과거와 현재의 중간이며, 바로크 왕후의 기품과 순박한 농민과 같은 모습의 중간이다. 모차르트는 바로 이러한 모든 양상을 타고났다. 중부유럽에서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찾아볼 수 있으랴.’

20세기 초반, 극작가 후고 폰 호프만스탈은 ‘유럽의 심장 중의 심장, 잘츠부르크’라는 글에서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와 같은 음악가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래서일까, ‘죽은 모차르트가 먹여 살리는 도시’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로 모차르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명소가 잘츠부르크 곳곳에는 가득하다.

가장 대표적인 명소는 잘츠부르크 시가지에서 구심점을 이루는 건축물인 바로크양식의 대성당이다. 잘츠부르크에서 1756년 태어난 모차르트는 1779-1781년 이 대성당에서 오르가니스트로 봉직했다. 대성당 내부에서는 아직도 모차르트의 음악이 숨쉬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 성당과 성당 앞 무대에서는 모차르트 음악을 중심으로 매일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모차르트 생가.

더불어 구시가의 중심에 있는 레지던츠 광장에는 종탑이 우뚝 솟아있으며, 35개의 종이 매일 모차르트의 ‘돈조반니’에 나오는 미뉴에트 등을 연주한다.

대성당은 모차르트의 동상이 세워진 모차르트 광장으로 연결된다. 또 모차르트 광장은 잘츠부르크의 구도심 게트라이데가세(Getreidegasse)로 이어진다.

좁은 이 길의 9번지에 오스트리아 국기를 길게 늘어뜨려 단장한 모차르트 생가(生家)가 있다. 모차르트의 유년기 작품은 대부분 이 집에서 작곡됐다. 현재 이 집은 모차르트 박물관 및 자료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실상 모차르트가 직접 사용했던 물건은 거의 없는데도 연간 50만명의 관광객이 이 곳을 찾는다고 한다.

한편, 1920년 당시 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 시인 호프만슈탈,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모차르트를 기념하기 위해 7월말부터 6주간 오페라, 오케스트라 연주 등을 펼친 것이 지금까지 잘츠부르크페스티벌로도 이어져오고 있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뮤지컬이자 영화인 ‘사운드 오브 뮤직(The Sound of Music)의 무대도 잘츠부르크이다. 1930년대 오스트리아 폰 트랍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1965년 제작된 작품이다. 올해는 ‘사운드 오브 뮤직’이 영화화된 지 딱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하지만 여전히 전세계인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영화이다.

이 영화는 비록 20세기폭스에 의해 제작됐지만 모든 촬영은 잘츠부르크에서 이뤄졌다. 그래서 ‘사운드 오브 뮤직’ 투어를 위해 잘츠부르크를 찾는 이들이 굉장히 많다. 현재 시티투어 버스는 영화의 대부분을 촬영했던 호숫가 폰트랍 저택(레오폴드스크론 성), ‘가제보(Gazebo·서양식 정원 내 정자)’가 있는 헬브룬 궁전, 영화 속 폰트랍 대령과 마리아가 결혼식을 올리는 미하엘 성당 등을 돌고 있다. 영화에서처럼 잘츠부르크 시가지에 입성하면 묀히스베르크 산(542m)과 호엔잘츠부르크 요새가 정면에 서 있다. 또 마리아와 아이들이 ‘도레미 송’을 부르던 미라벨 정원의 페가수스 상이 눈에 딱 들어온다.

미라벨 정원.

구시가지의 한복판에 있는 미라벨 정원은 원래 궁전 부속건물이었다. 1606년 볼프 디트리히 대주교가 연인 살로메를 위해 지었으며 바로크 양식의 전형을 자랑한다. 1818년 지진과 화재로 무너지고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현재 시청 부속건물과 잘츠부르크음악대학 모차르테움, 음악회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오래된 흔적 고스란히’ 건축·성당의 도시

이 같은 음악적 브랜드들의 인기를 뒷받침해주는 것은 잘츠부르크의 철저한 역사유적 보존정책 시스템이다. 어쩌면 음악보다 바로크 건축양식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이 도시의 예스러움이 더 큰 원동력인 듯하다. 2차 세계대전 중 폭격으로 많이 파괴되기도 했지만, 교회와 궁전 등 바로크 건축이 많이 보존돼 있어 ‘북쪽의 로마’로도 불린다.

옛날 그대로의 벽을 보존한 상점들.

특히 ‘건축의 도시’ 혹은 ‘성당의 도시’로 불리는 잘츠부르크의 구시가지 전체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다. 1990년대에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곳에는 보호 유적만 해도 2천500여개에 달한다.

구·신도심을 구분하는 마카르트 다리는 19세기 오스트리아 화가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사랑의 결실을 염원하며 관광객들이 달아놓은 열쇠들이 장관을 이룬다. 열쇠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다리가 무너진 적도 있다고 한다.

이 다리를 경계로 해 자리잡은 구시가지 게트라이데는 현대와 어우러진 전통문화역사유적의 보존이 오히려 더 볼거리임을 증명한다. 2천년 역사를 담은 구멍이 송송 뚫린 벽들이 그대로 보존된 이 거리는 지역민들의 자부심의 표상이다. 세련된 현대식 쇼핑센터들이 옛 역사의 벽들과 공존한다.

이처럼 역사유적과 문화유산의 보존이 성공적으로 이뤄져 관광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일찍부터 마련된 관련법 시스템과 주민들의 자부심 덕분이다.

구시가지 게트라이데 거리.

1745년 오스트리아의 여제였던 마리아 테레지아가 도시건축물보존에 관한 명령을 했고, 1923년 문화재유적보호를 헌법으로 명시했다. 특히 1967년 구시가지보존법을 만들어 도시개발에 제동을 걸었고, 매년 보호구역의 범위를 넓혔다. 1996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엄격한 규제와 관리를 해온 것이다.

잘츠부르크에서의 문화재 관리는 여러 계층의 협업으로 진행된다. 중앙정부, 소유주, 정책 입안자, 수행하는 업체, 작업자, 건축당국, 각종 위원회가 모두 맞물려 협력한다. 예컨대 소유주가 유적을 개선하거나 수선하기를 원하면 연방유적청이나 주에서 운영하는 감정위원회를 찾아 상담을 받아야 한다. 감정위원회는 소유주가 왜 건물을 바꾸려고 하는 지 의도를 파악한 후 방향을 정하고 지원을 해준다.

해서 잘츠부르크에서의 오래된 것은 자부심으로 통한다. 그렇다보니 1703년에 생긴 커피숍이 여전히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관광코스로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옛집에 살수록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지역민의 의식 또한 부러울 만큼 자연스럽다. “너희 집 얼마짜리야”라고 묻는 게 아니라 “이 집은 얼마나 오래된 것 같으냐”고 말을 건네는 그들이다.

“문화재는 그 땅의 정체성 삶의 증언…보존·계승해야”

인/터/뷰-에바 호디·빅토르 브로야키

“오스트리아의 문화재 보호법은 갈수록 강화되고 있습니다. 오래된 역사가 그 곳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을 낳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잘 보존된 문화재야 말로 우리네 삶의 증언이 될 것입니다. 잘츠부르크는 그 중 가장 모범적인 결정체입니다.”

잘츠부르크 주 연방유적청 담당자 에바 호디<왼쪽>와 주 소속 구 시가지 담당자 빅토르 브로야키.

잘츠부르크 주 연방유적청 담당자이자 법정감정위원인 에바 호디(Eva Hody)는 “성당에서부터 대형 바로크 건축물, 모차르트기념비, 미라벨 정원, 낡은 농가, 시민의 오래된 집까지 삶의 제반에 관한 모든 것이 문화적·역사적 유적”이라며 “이 문화재들을 제대로 보존해 미래세대에게 전달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중요한 업무”라고 주장했다.

잘츠부르크의 문화유적관리 중 가장 합리적인 역할은 5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감정위원회가 맡는다. 소유자가 문화유적을 개선 혹은 수선하려 할 때 그 방향을 정하고 재정지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잘츠부르크 주 소속 구시가지 담당자이자 법정감정위원회 위원장인 빅토르 브로야키(Viktor Brojatsch)는 “모든 건축물을 변경할 때는 감정위원회와의 상담을 거쳐야 하는데, 매년 평균 500여건이 진행되고 있다”며 “만약 창문이 고장 나 다시 고치려 할 때, 창문 재질을 플라스틱과 같은 현대식 싼 재료가 아닌 옛날 방식의 것을 추천한다. 다만 그래서 발생하는 추가비용을 정부와 주에서 지원해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또 잘 보존된 문화유산을 미래세대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피력한다. 젊은 세대들도 문화재의 소중함을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홍보하는 것 말이다.

에바 호디는 “젊은 사람, 청소년들을 겨냥한 관련 행사를 많이 연다. 1년에 한 번 EU가 정한 문화유적의 날도 활용하고 일선 학교들을 찾아가 수시 강연을 갖는다”고 말했다.

빅토르 브로야키는 “1967년 구시가지법 제정 후 50년 동안 유지됐는데,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며 “지역민의 민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주민들의 의식은 대부분 보존을 향한 자부심으로 가득차 있는 편”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보존만큼이나 보존의 당위성을 알리는 교육이나 행사에 주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