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1990명 울린 농협은행 유대용 지역사회부 기자

2015년 11월 02일(월) 19:48

지난달 28일 졸업 후 3년째 토익·자격증·대외활동 등 ‘취업스펙’을 쌓는데 열중하던 A(27·여)씨는 모처럼 환하게 웃었다. 바로 NH농협은행 6급 신규직원 1차 서류전형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었던 것. 비록 1차 전형 합격이지만 매일 눈칫밥을 먹어왔던 터라 의미가 남달랐다. 하지만 A씨의 미소는 3시간 만에 날아갔다. 서류 접수 대행업체인 인크루트가 데이터 작업 실수로 불합격자 1천990명의 명단을 홈페이지에 합격자로 잘못 게시했다가 번복했기 때문이다. A씨 역시 인크루트 관계자로부터 연락은 받았지만 취업 첫 문턱을 넘었다고 안도했던 A씨와 가족들의 상심까지 되돌릴 순 없었다.

이와 관련, 김주하 농협은행장은 지난달 29일 ‘서류전형 합격 번복 피해자들에게 필기시험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김 행장은 사과와 함께 “잘못된 통지를 받고 난후 착오로 생긴 교재 구입과 강의 등록 등 물질적인 부분에 대해선 변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농협은행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농협은행의 대응은 2005년 하반기 LG CNS 공채시험 당시 CNS가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서 전산착오로 합격이 번복된 69명을 전원 합격시킨 것과는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 때문에 농협은행 합격 번복과 관련, 집단소송 및 재시험 등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당시 CNS는 합격으로 잘못 통보된 불합격자들에게 합격 취소를 통보했다가 해당자 69명 전원을 합격 처리했다. 당초 ‘현실적으로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던 CNS가 전원 합격 처리로 선회한 것은 기업의 도의적 책임 때문이었다.

물론 이번 농협은행의 후속 조치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판하기는 어렵다. CNS 소동과는 시기·규모에 큰 차이가 있고 보상차원에서 재시험을 치르는 것은 역차별이 될 수도 있어서다.

다만 합격자 명단을 외부에 전달하기에 앞서 확인에 소홀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이 시대 청춘을 울린 실수는 어떤 이유에서든 비판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