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광주시 탄소은행제 평가 시스템

2015년 11월 10일(화) 18:41

광주시가 역점 시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탄소은행제 운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에너지 절감 실적이 우수한 시설을 골라 일정 인센티브를 주고 있는데, 사용량이 오히려 증가한 곳이 포함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기본적인 평가 자료조차 제출하지 않은 시설들도 포함됐다고 하니, 선정 과정에서 기준이나 제대로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광주시가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선정된 우수시설 27개소 중 7개소가 전년대비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난 시설들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학교시설 평가순위 1위를 기록한 A초교는 전년에 비해 전기사용량이 1천10kwh 증가했고 가스사용량에 대한 자료 제출도 하지 않았으며, 상수도 사용량도 776㎥ 늘었다. 상업시설 평가순위 1위인 B업체 역시 전기사용량은 384kwh, 가스사용량은 40㎥, 상수도사용량은 50㎥ 각각 증가했다.

또 부문별로 자료 미제출 기관은 신규가입 시설을 제외한 전체 486개소 중 219개소로, 40%가 넘는 곳이 1개 이상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평가를 통한 인센티브가 주어졌다.

광주시에 등록된 탄소은행 가입 시설은 초·중·고·대학 235개교, 상업시설 203개소, 배출시설 151개소 등 총 589개소에 이른다. 올해는 학교 15개교, 상업시설 74개소, 배출시설 14개소 등 103개소가 새로 가입했다.

이에 시는 연말 평가를 통해 27개 우수시설을 선정, 최우수상 300만원과 우수상 200만원, 장려상 100만원 등 상금 5천400만원을 지급하고 시장 표창과 현판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모름지기 평가란 누구나 승복할 수 있도록 공정·객관성을 담보해야 하는 게 상식이다. 하물며 공신력 있는 자치단체 등에서 이뤄지는 평가는 더욱 그러하다. 이번에 지적된 광주시의 탄소은행제 우수시설 선정이 무수한 뒷말을 낳는 이유이다.

아울러 광주시가 인센티브를 부여하며, 시설들 간 무리한 경쟁을 부추기는 것이 아닌지도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혹여 외부에 보여주기 식의 ‘성과주의’에 집착하고 있는 것인지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탄소은행제도에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 평가시스템 전반의 재검토가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