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난민사태와 기후변화 임낙평 국제기후변화센터 대표이사

2015년 11월 10일(화) 18:41

유럽의 ‘난민문제’가 국제적인 이슈이다. 리비아를 거쳐 지중해를 횡단하고, 터키를 거쳐 육로로 유럽을 향해가는 난민들의 행선지는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의 선진국들이다. 국경을 넘는 난민은 불법밀입국자들이다. 유럽 각국은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들을 어떻게 받아드릴 것인지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영국 등은 일정한 수의 난민들을 수용할 태세이지만 국경철조망을 치며 난민을 수용할 수 없다는 나라들도 있다.

유엔난민기구 등의 자료에 의하면 올해 9월까지 36만 명 이상의 난민이 유럽으로 들어갔고 연말까지 40만 명이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에도 45만 명 이상의 난민들이 유럽으로 들어올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지난 2013년 6만여 명, 지난해 32만 명의 난민이 유럽에 정착을 위해 국경을 넘었는데 해가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그동안 지중해를 횡단하다가, 국경을 넘다가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난민들의 수효도 2천700명이 넘는다. 겨울철이 다가오는 시점임에도 난민사태는 진정될 기미가 없다고 한다.

왜 그들은 정든 고향산천과 그들의 조국을 버리고 목숨을 걸고 떠나는가. 정치적인 갈등과 대립, 테러 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 극심한 빈곤과 배고픔으로 인한 생존의 위협이 그들을 고향에서 탈주하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보다 더 안전하고, 배고픔을 피할 수 있는 삶을 찾아 남부여대하고 유럽을 향해 가는 것이다. 그들에게 유럽은 희망의 땅일 것이다. 그래서 시리아 등 정정이 불안한 중동지역, 극심한 빈곤에 소용돌이 속에 있는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인근지역의 사람들이 삶의 희망을 찾아가고 있다.

난민사태를 더욱 부채질하는 요소가 기후변화이다. 이번 유럽의 난민문제도 기후변화의 악화가 그 요인이다. 시리아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시리아는 지난 2006-2011년 사이에 기후변화가 그 요인인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농작물 수확이 불가능함에 따라,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도시로 향했고, 그들을 수용할 만한 도시는 없었다. 빈곤과 견딜 수 없는 배고픔, 정치적인 불안과 내전, 테러 등이 그들은 난민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북아프리카 지역도 사정이 비슷하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반복되는 가뭄이 그들을 그들의 땅에서 내몰았다. 농업용 토지가 사막으로 변하고, 폭염(Heat Wave)은 각종 작물과 방목동물들은 말라 죽였다. 먹을 물과 식량이 구할 수 없으니 살 방도가 없는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보다 안전한 곳을 찾아 이웃 나라 국경을 넘고, 도시로 향했으나 그곳에서의 삶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들은 유럽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 2013년 발표된 유엔 IPCC(기후변화범정부간위원회)의 ‘5차 기후변화보고서’에 의하면, 현재와 같이 기후변화가 계속될 경우 ‘대규모 기후난민’ 사태가 발생하고, 더불어 국제적인 대립과 갈등이 격화될 것이고, 나아가 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현재의 기후위기를 치유하지 않으면 2050년께 1억 5천만 명 이상이 난민이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유럽의 난민사태도 IPCC를 비롯한 많은 전문가들이 예견했었다.

지금의 난민문제의 근원적인 해법의 하나가 기후위기 극복이다. 내가 사는 땅에 가뭄과 홍수가 빈발하고, 사막이 늘고, 식량과 마실 물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뜰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늘 난민문제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그리고 난민을 수용해야 할 유럽의 문제이지만, 기후변화가 치유되지 않고 지속된다면 언제가 우리나라도, 동아시아도 난민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