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투성이’ 수은 관리 주재홍 사회부 기자

2015년 11월 12일(목) 19:20

수은은 상온에서 유일하게 액체로 존재하는 금속으로 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공업적으로는 유용한 측면도 있어 치과용 아말감, 체온계, 온도계 등의 의료기기와 수은 전지, 농약 및 의약품제조, 수은등 또는 형광등 제조 등 많은 부분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호흡을 통해 몸으로 흡수될 경우 뇌혈관 장벽을 뚫고 중추신경계에 영향을 줘 여러 증상을 유발할 수도 있다. 그래서 취급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지만 산업현장에서 수은관련 사고가 적지 않다.

수은 중독과 관련된 대표적인 사건은 1956년 일본에서 인근 화학공장에서 방류한 유기수은에 오염된 조개와 어류를 먹은 주민들에게 집단적으로 발생한 미나마타 병이다. 이후 수은의 중독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점차 줄었지만 이라크 등에서는 수은계 농약에 오염된 밀로 만든 빵을 먹고 수천 명이 중독되고 200여 명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 같은 위험성으로 수은이 산업현장에서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형광등 제조에 사용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번에 하남산업단지에 발생한 남영전구 수은 집단 중독 사태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졌다.

남영전구는 지난 3월15일부터 4월15일까지 하남산단에 소재한 광주공장 설비 철거공사를 도급업체에 맡겨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독물질이 있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아 10여 명이 수은에 중독되는 사고를 일으켰다. 게다가 수은을 불법으로 공장 지하에 매립한 사실까지 드러나 제2, 제3의 수은중독 피해자 발생가능성 마저 배제할 수 없다. 토양이나 수질오염에 위험도 크다고 한다.

이번 수은사태의 1차적인 책임은 전적으로 남영전구의 안일한 대처다. 위험성이 높은 물질을 처리하면서 제대로 안전대책도 세우지 않았다.

그러나 관계당국의 지도관리 책임도 적지 않다. 중독성이 강한 수은이 얼마나 어떻게 사용되고, 처리되는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미량으로도 큰 피해를 끼치는데 반해 관련 법규에는 이에 대한 지침이나 규정이 없다. 제2의 남양전구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철저한 책임규명과 함께 사후 유사한 방지를 위해 관련법규의 정비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