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구묘역 안장 기준 제대로 마련해야

2015년 11월 17일(화) 20:21

그동안 안장 자격여부를 놓고 논란이 돼왔던 5·18 구(舊)묘역에 대한 안장 기준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본보에 따르면 광주시와 5·18 기념재단,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광주·전남 시민단체 관계자 등은 간담회를 갖고 다음 달 민관합동 태스크포스(TF)를 출범키로 했다고 한다.

TF는 5·18 구묘역 안장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규정이나 조례화 할 계획이다. 5·18 구묘역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5·18 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안장 기준을 달리 해석하며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해 7월에는 전주 버스기사 진모(당시 47)씨의 시신을 구묘역에 안장하려는 민주노총 조합원과 이를 반대하는 5·18 단체 회원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5·18 단체 측은 부당해고에 맞서다 목숨을 끊은 진씨가 5·18 민주화운동과 연관성이 떨어진다며 구묘역에 안장하는 데 반대했다.

앞서 2013년 12월에는 서울역 고가도로 위에서 분신한 이모(당시 40)씨의 시신을 민주열사 묘역인 구묘역에 안장할 때도 5월 단체와 시민사회는 이견을 보였다. 역시 안장 대상자 선정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탓이었다. 16만6천734㎡ 면적의 국립 5·18민주묘지에는 현재 구묘역에는 40여기를 안장할 공간이 남은 상태다. 결코 넉넉하지 않은 상태다. 묘지관리비가 면제되고 안장 기간도 제한을 두지 않아 누구나 묻히길 선호하는 곳이다.

광주시는 구묘역이 민족민주열사의 묘인 점을 고려해 2011년부터 구체적인 안장자 선정 기준 등을 담은 ‘민주화 운동 관련자 심의기준 조례’ 제정을 추진해 왔지만 아직까지 제정되지 않았다. 묘역은 원칙적으로는 광주시민들만 묻힐 수 있는 시립묘지이지만 5·18정신을 대변하는 공간이 되면서 시민사회단체에 의해 이한열과 이철규, 강경대, 김남주 등 41명의 민족민주열사 유해가 안장됐다.

물론, 5·18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으면서 1997년 구묘역 옆에 신묘역(국립 5·18민주묘지)이 조성되면서 묘 대부분이 이전됐다. 하지만 엄존의 사실은 구묘역이 1980년 5월 민주화 운동 당시 군부에 의해 숨진 희생자들이 입관 절차도 갖추지 못한 채 비닐 등으로 둘둘 말려 임시 매장된 곳으로 매년 민주인사들이 집회를 해 온 역사적인 장소이자, 5·18정신을 대변하는 곳임을 간과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