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올해 가기 전에 꼭 해야 할 숙제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5년 11월 18일(수) 20:15

1914년 12월5일, 영국 탐험가 섀클턴과 27명의 대원이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남극탐험에 나섰으나 빙벽에 가로막혀 10개월간 발이 묶였다. 섀클턴은 5명을 제외한 나머지 대원들을 그곳에 남겨두고 1300㎞를 나아가 구조요청을 했다. 결국 해냈다. 섀클턴 리더십의 특별한 점은 온갖 위험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아무도 죽지 않고 모두 살아서 돌아왔다는 데 있다. 모두 살아 돌아올 수 있었던 비결은 운이 아니다. ‘적합한 사람’을 뽑았기 때문이다.

섀클턴은 어떻게 이런 대원들을 선발했을까. 런던타임즈에 이런 짤막한 광고를 냈다. ‘목숨을 건 탐험에 동참할 사나이 구함. 쥐꼬리만한 수입에 지독한 추위, 완벽한 어둠 속에서 반복되는 위기에 맞서 수개월을 보내야 함. 무사귀환 보장 못함. 보상은 성공 후의 영광과 인정뿐’ 이 광고를 보고 가슴 뛴 이들이 지원했다. 자신의 신념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채용했기에 극한 위기 속에서도 모두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 광주복지재단 대표,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광주·전남발전연구원장 등 광주와 전남 산하기관장 공모로 시끄럽다. 적격자가 없어 재공모 3차공모를 반복하고 있다. 우리가 광주시장이나 전남도지사의 인재발탁 과정, 등용에 관심 갖는 이유는, 그 기관장의 능력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광범위한 광역지자체 업무를 시장이나 도지사가 모두 관여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업무를 대신하는 CEO 선발은 지역민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윤장현 광주시장이나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초선 광역단체장이다. 2선·3선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산하 기관 조직에 최적의 인재를 배치, 성공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그 조직의 존재이유와 목적, 핵심가치에 열정을 느끼고 조직문화에 어울리는 태도를 최우선 잣대로 삼아 고른 후, 직무 관련 기술·경험 등을 평가해야 한다.

그러면 ‘섀클턴 대원’같은 인재는 광주·전남 어디에 숨어있을까. 필자는 광주유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끈 조직위 직원들이 거기에 해당한다고 본다. 어려운 대회 유치부터 9년간의 각종 어려움을 이긴 준비과정, 대회 성공까지 직접 몸으로 겪은 이 직원들이 ‘광주유대회 가장 위대한 자산’이다. 이 자산을 광주시가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문화수도 역시 성패가 갈린다고 보고 있다.

현재 U대회 유치부터 개최에 이르기까지 9년의 준비 기간 동안 광주U대회 조직위에는 통번역은 물론, 마케팅, 홍보, 경기, 국제협력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 60여명이 있다. 이들은 유니버시아드 주최 기관인 FISU를 포함해 UN, WADA 등 세계기구, 각 국가대학스포츠연맹(NUSF)팀과 발맞춰 네트워킹을 통해 여러 프로그램들을 진행시켰다. 해외유학파, 교포, 대기업, 인천아시안게임 등 다양한 배경의 전문인력들이 광주U대회에 모여 다시 실무 경험을 쌓았다.

문제는 이런 훌륭한 인적자산을 광주가 길러 내놓고도 활용하지 못해 외부로 뺏긴다는 점이다. 정치적 이익에 부합한 사람만 찾고 있지 정작 우리 안에 있는 보석을 보지 못함으로써 ‘제2의 유대회 성공’의 싹을 자르고 있다.

광주매일신문은 광주유대회가 끝난 후 평가 토론회를 열고 이런 인재들을 계승해 ‘광주유대회 재단’을 만들자고 제안한 적 있다. 9년 동안 트레이닝 된 스포츠마케터들이 타지로 빠져나가는 것을 손놓고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였다.

요즘 스포츠는 문화와 함께 소프트파워로 새로운 시대의 화두다. 스포츠도 넓은 의미에서 문화 범주다. 유대회 인력자산을 잘 활용해 성공한 도시가 영국 제4의도시 쉐필드시다. 유니버시아드를 계기로 도시 재생에 성공한 곳이다. 일회적인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유니버시아드의 유산이라 할 수 있는 스포츠시설을 사용해 지속적으로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했다. 영국 내에서는 처음으로 ‘National City of Sport’로 인정받아 철의도시에서 스포츠 도시로 이미지를 전환했다. 쉐필드시는 1991년 U대회 개최 이후 스포츠 인프라를 이용한 스포츠 이벤트 전략으로 17년간 600회 이상의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했다. 그 경제적 효과는 9000만 파운드(약 1,700억)다. 유대회 이후에도 계속 스포츠 이벤트를 실행해 경제적 효과를 창출했다. 작은 이벤트라도 많은 수를 개최해 총괄 단체와 관계를 강화하고, 이벤트 개최의 노하우를 축적해 그 후에 보다 더 큰 이벤트의 유치, 개최로 이어갔다. 현재 영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대표팀과 트레이닝캠프를 수행, 각광을 받고 있다.

유니버시아드를 개최한 러시아 카잔 역시 스포츠 이벤트 개최의 노하우를 축적해 세계적인 스포츠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카잔U대회에 이어 올해 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그 중심에는 고도로 트레이닝된 전문 인력들이 있었다.

해서, 다시 주문한다. 광주시는 광주유대회 인력자원을 붙잡아 ‘재단’을 만들고, 스포츠마케팅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사업을 연계하라. 꼭 해야 할 과제다. 우리도 쉐필드시, 카잔시를 만들 수 있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