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에 부는 하이브리드 바람 염해숙 밀라노직업전문학교장

2015년 11월 19일(목) 19:24

여기저기서 융합바람이 불고 있다. 어디 문화계 뿐이겠는가. 이 시대의 트렌드가 통섭이고, 통합이며 융합이다. 하나의 분야에서 아무리 파고 들어도 이제 새로울 게 더 이상 없다. 그래서 취하는 게 이종교합이다. 서로 다른 것끼리 교합을 했을 때 전혀 새로운 창발적인게 터져 나온다. 장르간 융합과 통섭으로 잡아채려 하고 있는 게 오늘날의 추세다. 사회 전반적으로 통섭과 통합의 바람이 분 것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패션업계에도 융합바람이 세차다. 하이브리드 천연 복합소재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다양한 기능성과 인체 친화성을 가미한 소재다. 하이브리드 소재는 의류와 산업용 섬유의 장점을 융합하여 실용적인 면을 강화하였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천연섬유의 흡습성과 합성섬유의 신축성을 결합하여 패션상품을 개발하였다. 천연·합성섬유의 장점만을 적용한 하이브리드 소재는 라이크라를 사용하지 않아도 인장신도를 16-20% 수준으로 신축성을 부여하였으며, 이는 기존 면섬유와 비교하여 최대 2배가량이다. 기존의 면, 마와 같은 천연섬유는 인체에 친화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지만 신축성을 발현하는 데에 다소 제약이 있었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의 섬유개발은 천연섬유와 합성섬유를 방적할 때 물성 차이로 인한 30mm 이상의 슬러브(실의 굵기가 균일하지 않고 군데군데 굵게 되어있는 부분)를 20mm 이하로 제어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늘어난 슬러브 하중에 의해 실이 끊어지는 현상을 줄이고, 천연소재의 표면 효과를 구현한 것이다.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이러한 천연복합소재를 컬러 기획 및 의류디자인에 적극 반영하여 고감성 여성 패션제품을 개발했다. 또한 공동연구를 총괄한 금보섬유 이응보 상무는 “향후 기능성과 표면 텍스추어를 더욱 보완하여, 글로벌 SPA 브랜드의 여성복 바이어를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웃도어 분야에서는 하이브리드형 의류가 강세다.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결합하여 다양한 타겟층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최근 휠라코리아는 골프와 수영, 두 가지 스포츠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골프형 래시가드를 출시하였다. 수상스포츠용 래시가드의 자외선 차단 기능을 가진 골프의류 디자인을 가미한 상품이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이더는 땀을 흡수하고 빨리 말려주며, 냉감·방수, 신축성 등 아웃도어 특유의 성질을 가진 비즈니스 캐주얼 재킷과 티셔츠, 팬츠 등을 출시하였다. 패션그룹형지의 샤트렌은 아웃도어의 특성을 가져온 냉감 소재의 여성복을 출시하였다. 오수민 삼성패션연구소 연구원은 ‘융합의 시대’라며 “제품별 영역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졌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리드(Hybrid)란 원래 이질적인 요소가 서로 섞인 것으로, 혼성물(混成物)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섞다’의 의미보다, 이종(異種)을 결합하여 부가가치를 높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의류업계에도 이러한 하이브리드 바람이 불어, 장점만을 취한 섬유, 디자인, 상품이 개발되고 있다. 융합의 시대에 소비자는 의류산업의 하이브리드 추구가 반길만 하다. 자신의 개성을 살리고 삶을 풍요롭게 하는 매개체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