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청보리 먹여 키운 명품 한우 위기의 축산업 위생사육·고품질로 극복한다 <1>영광 청보리한우영농법인 품질 고급화·차별화로 안정된 판로 구축 명품백화점 선별 입점 높은 가격에도 불티 이경수 기자 kspen@kjdaily.com

2015년 11월 19일(목) 20:15

영광군 법성면 청보리한우영농법인은 동물복지를 고려한 친환경 축산을 통해 특허청으로부터 청보리한우상표를 등록하고 농식품부 환경친화축산농장으로 지정됐다.

연례화한 AI나 구제역으로 축산농가는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최근에는 그 강도나 규모가 세지고 커지면서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대응방안은 있다. 철저한 위생관리와 사육환경 개선으로 이를 극복하고 있다. 동물복지형 사육이 자리를 잡아가고 이제는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로 모든 사양관리가 이뤄지는 축사도 등장했다. 광주매일신문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2015 공동기획취재에 참여해 선진축산업 현장을 취재, 보도한다. /편집자 註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영광군 법성면 용덕리 야트막한 산 중턱에 그림 같은 집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 넓지 않은 길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어여쁘게 단장한 그 집에 도착한다. 회의장과 숙박시설을 갖춘 이 집을 지나 더 안으로 들어가려면 ‘방역소’가 길을 막고 있다. 방문객은 누구나 이 곳에서 ‘방역’이라는 통과의례를 치러야 한다. 단 한번만 활용되는 방역복으로 갈아입고 나노광촉매램프를 쬐고 그 문을 나서면 풍광이 달라진다. 시원하게 지어진 축사가 웅장하게 서 있고 그 안에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는 소들이 가득 차 있다. 요즘 서울과 광주의 대형 백화점에서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는 청보리한우영농법인의 소들이다. 식이 섬유소 성분이 쌀보다 5배 더 많고 베타글루칸 성분이 들어있어 나쁜 지방 축적 억제 및 면역증강에 효과가 좋은 친환경 청보리를 먹고 자란 한우다.

이 곳 청보리한우영농법인의 주인장은 유경환 대표. 그는 지금 농장 주변에 14ha의 초지를 확보하고 1만2천㎡ 규모의 축사 5동에 번식우 400두와 비육우 200두, 그리고 송아지 등 모두 785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다.

지금은 이렇게 대형 농장으로 자리잡았지만 시작은 미미했다. 1979년 군대를 막 제대한 24살의 유 대표는 연로하신 아버지를 돕기 위해 집 근처 땅 330㎡에서 송아지 20마리로 시작했다. 이후 36년간 그는 한 길만 달려왔다. 아침 6시 소 여물을 주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 그는 2시간 간격으로 축사를 찾아 소를 살핀 뒤 밤 9시 마지막으로 축사에 불을 끄고 하루를 마감하는 생활을 이어왔다.

물론 위기상황도 겪었다. 1982년엔 수입쇠고기가 들어와 한우 산업 자체가 도산위기에 처했으며, 1990년에는 서울 도축업자에게 50마리를 넘기고도 판매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난관에서도 한우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서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방식을 고수했다. 품질 고급화와 차별화만이 살 길이라고 판단했다. 유 대표는 ‘시장에 내놓았을 때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우리 소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소를 키우는 데 기본 바탕이 되는 사료를 바꿨다. 직접 TMR 사료 공장을 차린 유 대표는 영광 지역에서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 청보리를 이용해 사료를 만들고, 다른 축사와 달리 청보리 사료를 1년 내내 먹여 소에 보리의 영양 가치를 더했다. 좋은 품질의 청보리를 엄선해 만든 청보리 사료는 일반 사료보다 30%가량 저렴하지만, 소에 알맞은 성분으로 좋은 육질을 만들어내는 데 1등 공신이 됐다.

여기에는 동물복지를 고려한 친환경축산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그 토대가 됐다. 유 대표는 2003년 19만8천㎡의 초지를 구입한 뒤 개폐식 축사 2개동을 짓고 초지방목과 청보리사료를 이용한 사육을 시작했다. 자연친화형 축산환경이 조성되자 어미소의 번식 분만 간격이 360일에서 340일까지 단축되고 송아지 폐사나 질병 발생 빈도가 줄어들면서 생산비가 크게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또한 넓은 초지를 활용한 방목 축산으로 사료비가 30% 이상 줄어들었다.

한우 사육에 경쟁력을 확보한 유 대표가 다음으로 정성을 쏟은 분야는 안정된 판로구축이었다. 좋은 소를 키워도 판매할 곳이 없으면 소용이 없다는 생각에서 최고급 소비자를 공략하기로 했다.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자연순환농법으로 재배한 청보리사료와 발효시킨 양질의 사료를 먹여 배합사료만 먹인 일반 한우에 비해 안전성이 높고 1등급 출현율도 20% 향상된 80% 이상 나오면서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게다가 2007년 무항생제축산물 인증을 획득하면서 신세계백화점 서울 본점과 강남점, 영등포점, 죽산점, 광주점 등 이른바 최고 유통시설에 납품이 이뤄졌다. 유 대표는 “판로가 확실해지니 마음 편히 소에만 전념해 좋은 품질의 한우를 생산할 수 있고, 유통업체는 좋은 고기를 판매해 매출을 올리니 서로 상부상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친환경 축산만이 축산업의 미래를 약속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서서히 유기축산으로 전향해 2013년엔 유기축산물인증을 획득했다”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신선하고 위생·안전한 청보리한우를 생산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일본·미국 등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꿈을 밝혔다.

방목으로 싱싱한 사료를 먹고 자란 장흥 한우.

동물복지형 축산 정책으로 미래 선도

전남 축산업 현황

전국적으로 우리나라의 축산업은 연간 생산액이 18조7천억원(2014년 기준)으로 총 농업생산액 47조3천억원의 39.7%를 차지한다. 그 중에서 전남의 축산업 생산액은 2조3천억원으로 전국의 12.3%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전남은 한우와 육우가 전국에서 2번째로 많은 42만8천두를 사육하고 있으며 오리는 전국의 44%를 차지하는 최대 사육지역이다.

더구나 축산업은 시간이 갈수록 그 비중이 커지고 있다. 1인당 육류 소비량이 1980년 11.3㎏에서 1990년 19.9㎏, 2000년 31.9㎏으로 늘어난데 이어 지난해에는 45.1㎏까지 증가하는 등 지속적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우리 농업에서 차지는 비중이 큰 축산업은 그러나 사육환경에 따라 부침을 계속해 왔다. 대형 가축질병이 휩쓸고 지나가면 도산 농가가 속출했다.

여기에다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을 이룰 때는 가격폭락사태로 이어졌다.
이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남도는 동물복지형 축산 정책을 수립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2006년 전국 최초로 친환경축산 5개년 계획을 수립, 무항생제 축산물 생산에 돌입한 이후 2008년부터 2단계로 동물의 고유 습성에 적합한 사육환경 개선사업을 펼쳤다.

이어 2011년부터 3단계로 동물복지형 녹색축산 육성 5개년 계획에 따라 축사시설을 개선하고 친환경 인증, 조사료 생산 확대, 축종별 조직화를 적극 추진했다.

성과는 그대로 나타났다. 그 사이 전국 각지에서 구제역으로 몸살을 앓았지만 전남은 이를 비켜갔다. 구제역 미발생지라는 청정 전남의 이미지가 굳혀지는 계기가 됐다.

실제로 전남은 친환경 축산물 인증 전국 1위(인증농가 1천736호), 조사료 전국 최대 생산(전국의 44%), 녹색한우 명품브랜드 육성 등 성과를 입증했다.


/이경수 기자 kspen@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