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100만대’ 사업 성공의 전제조건 김진수 서울취재본부장 jskim@kjdaily.com

2015년 11월 24일(화) 20:24

광주의 최대 현안으로 등장한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 조성사업’의 성공을 위해 광주시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고 있다. 말 그대로 총력 경주 형국이다.

민선 6기 광주시정을 이끌고 있는 윤장현 시장은 그동안 청와대, 국회, 기재부, 산자부 등 주요 정부부처는 물론 민간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 관계자 등을 직·간접적으로 만나 ‘자동차 100만대’ 사업의 필요성과 당위를 적극적으로 설득해왔다.

윤 시장이 이처럼 ‘자동차 100만대’ 사업에 정성을 쏟고 있는 것은 이 사업에 청년 일자리, 지역경제 활성화 등 광주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다, 과거 군부독재정권과 격렬하게 싸워오는 동안 불가피하게 형성된 광주의 거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효과적인 사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먹거리 외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



시민들이 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이미 광주는 새로운 노사 문화와 상생·화합의 조직문화를 모색하고 있다. 윤 시장은 당선 직후 사회통합추진단을 신설해 상생경제의 이념에 기초한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를 ‘자동차 100만대’ 사업과 결합시켰다.

윤 시장은 특히 초대 사회통합추진단 단장으로 박병규 전 기아자동차노조 광주지회장을 임명했다. 이 인사를 놓고 정실인사 논란도 빚어지긴 했지만 광역자치단체가 추진하는 핵심사업의 책임자로 노조위원장을 임명한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결정이었다. 이를 두고 노동계에서는 광주시가 노동자들을 사회의 이물질로 적대시하지 않고, 지역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서 대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양대 노총과 광주시와의 견고한 협력관계로 이어졌다. 노조가 광주시정에 적극 협조하는 모양새가 이어지면서 궁극적으로 우리나라 경제계에 널리 퍼져있는 ‘광주에선 노조가 쎄서 기업하기 힘들다’는 부정적 인식 개선에 도움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윤 시장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자동차 100만대’ 사업은 현재 광주시와 (사)자동차산업밸리추진위원회(위원장 정찬용) 등 민관(民官) 투 트랙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사업을 민관이 함께 추진하는 이유는 지방정부인 광주시와 사단법인인 ‘자동차산업밸리추진위’가 각각 잘할 수 있는 일을 분담함으로써, 성공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일 것이다.



기아차 럭셔리 브랜드 유치전략 필요



자동차산업밸리추진위는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김동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박혜자 천정배 이정현 이학영 국회의원, 송영길 前 인천시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 1주년 기념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자동차 100만대’ 사업이 광주시의 기대와 달리 많은 난제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 핵심은 결국 자동차 생산시설규모를 현재의 62만대에서 100만대로 증설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자에 따른 이윤 증가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향후 자동차산업의 발전가능성 등을 놓고 봤을 때 기업의 투자의지는 암울하다는 것이었다.

이날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대당 이익률이 2010년 이후 단 한해도 늘지 않았다”는 객관적 수치를 제시하면서 “따라서 현대·기아차가 생산량을 늘릴 여지는 낙관할 수 없다”고 냉정하게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우선 럭셔리(고급화)가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김 연구원은 “렉서스와 인피니티 등 일본차의 위기 돌파 전략에서 배워야한다. 현대 제네시스처럼 기아차도 2-3년 안에 럭셔리 브랜드시장에 진출하게 될 것”이라며 “이때 기아차의 럭셔리 브랜드를 광주에 유치 할 수 있는 기반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관 협동사업은 조정과 소통 중요



이날 포럼에는 그러나 현장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취사선택해 시책에 반영할 책임이 있는 광주시 공무원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전직 시장 시절에는 서울에서 비슷한 행사를 개최할 경우 넘쳐나던 것과 크게 대비됐다.

포럼 인쇄물도 상식적이지 않았다. 인사말 순서가 정 위원장이 시장보다 위에 인쇄돼 있었던 것이다. 주최자라고는 해도 예산 지원을 받는 위원회의 수장이 시장보다 먼저 인사말을 하는 것은 일반적이라 할 수 없었다. 이런 몇몇 정황증거들은 ‘자동차 100만대’를 위한 광주의 민관 투 트랙이 무엇인가 갈등이 있거나, 평소 소통이나 조정을 게을리 한 결과는 아닌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혹자는 포럼에 광주시 공무원이 많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다른 바쁜 용무가 있었기 때문이며, 인쇄물의 경우는 단순한 실수라고 말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균열은 바늘구멍 크기로 시작하지만, 거대한 댐도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jskim@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