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혜’ 재심 결정이 주는 의미 오경은 사회부 차장대우

2015년 11월 24일(화) 20:24

스물셋 아가씨는 어느덧 서른여덟 중년이 됐다.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무기수 김신혜씨가 다시 법정에 서기까지는 15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은 지난 18일 존속살해 등 혐의로 복역 중인 김씨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사건을 다시 심리해 죄의 유무를 가리게 된다.

이른바 ‘김신혜’ 사건은 지난 2000년 발생 이후 꾸준한 의혹이 제기돼 왔다. 확실한 물적 증거가 없이 진술만으로 성립된 사건이라는 점에서였다.

김씨는 그동안 법원에서 줄곧 자신은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교도소 수감 생활 동안 가석방도 거부한 채 ‘무죄’를 주장해 왔다.

해남지원은 이번 재심 결정 이유에 대해 수사과정에서 경찰이 영장에 의하지 않은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조서를 허위로 작성한 정황이 있어 형사소송법상 재심 사유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법원의 재심결정에 불복, 지난 20일 항고했다. 이로써 재심 개시 여부는 광주고법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다만 광주고법이 재심을 결정하더라도 대법원의 재항고, 1심부터 재판되는 점을 감안하면 김 씨의 유·무죄 판단까진 상당 시간이 필요하게 됐다.

앞으로 길고 긴 과정이 남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재판부의 재심 결정은 큰 의미를 주고 있다. 민주화 운동 또는 시국사건의 경우 재심 사례가 다수 있지만 복역 중인 무기수에 대한 재심 결정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재심이란 ‘확정된 판결에 대해 사실인정에 중대한 오류가 있는 경우, 판결의 당부를 다시 심리하는 비상수단적인 구제방법’이다. 여기서 유·무죄가 바뀔 경우 사법부 스스로가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아야 하는 일이기에 쉽지 않은 결정이다. 물론 재심 결정 만으로 무죄를 단정하는 것이 아니어서 아직 진실을 속단할 순 없다. 하지만 적어도 재판부가 김씨의 주장에 귀를 기울였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다. 사법부는 인권 보장의 최후의 보루가 돼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