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고, 욕먹고…택시 기사들 ‘수난 시대’ 취객들 불황·스트레스 ‘묻지마 주폭’ 늘어 광주 운전자 폭행범죄 올해 53건 구속 2명 격벽설치 의무화 예외…폭행 예방책 시급 주재홍 기자 jujae84@kjdaily.com

2015년 11월 25일(수) 20:27

택시 운전기사가 취객들에게 갖가지 이유로 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다가오는 연말 회식 등 술자리가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비를 거는 취객들에 대한 택시기사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격벽 등 운전자 보호 장치가 미흡한 택시 실정상 택시기사에 대한 폭행은 대형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25일 만취한 상태에서 택시기사를 폭행한 주모(51)씨를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주씨는 전날 오후 4시33분께 서구 화정동 노상에서 채모(35)씨가 운행하던 택시에서 술이 취한 채 잠을 자던 중 채씨가 자신을 깨우자 뺨을 때리는 등 폭행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서부경찰서는 술에 취한 채 택시에 탑승해 택시기사를 폭행하고 뒷범퍼를 발로 차 손괴한 권모(43)씨도 폭행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권씨는 전날 밤10시15분께 서구 치평동 노상에서 한모(66)씨의 택시에 탄 뒤 ‘서울로 가자’며 한씨를 폭행하고 택시를 부수는 등 행패를 부린 혐의다.

현행법상 차량을 운행 중인 운전자를 폭행·협박한 사람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는 중벌을 받지만 운전자들에 대한 폭행·폭언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운전기사 폭행범죄 발생 건수는 62건이었으며 올해 1월-10월까지는 53건이 발생, 59명을 검거했으며, 이 중 2명은 구속됐다.

사안이 경미하거나 자체적으로 처리돼 신고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더욱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취객들의 폭행이 늘면서 특히 심야시간대 택시를 운전하는 기사들은 더 많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개인 택시기사 이모(61)씨는 “연말이라 회식등이 많아 택시 기사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최근 불황 등 스트레스가 많아서인지 취객들이 무리한 요구나 과격한 행동을 할 때가 많다”며 “항상 승객 눈치를 보면서 주행해야 해서 신경이 곤두서는 날이 많다”고 토로했다.

이 같이 승객들의 ‘묻지마 폭행’ 등으로 택시기사들은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절실해지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운전기사 폭행을 막기 위해 2006년부터 시내버스를 대상으로 운전석 주변 격벽 설치를 의무화했지만 택시는 예외다.

광주시 대중교통과 관계자는 “현재 서울에서 여성 운전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광주에서는 아직까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아무래도 좁은 공간에 격벽을 설치할 경우 택시기사와 승객 간 불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고 밝혔다.

/주재홍 기자 jujae84@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