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문화 전당’ 개관과 광주의 역할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
25일 아시아 문화 전당이 역사적인 개관을 했다. 아직 일부 시설이 보완 작업 중이라 완벽한 개관은 아니지만 이 거대한 공간이 거의 채워졌으니 개관이라고 해도 무방하리라 본다. 개관을 맞이한 많은 광주 시민은 감개가 무량하다.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개관 준비가 일단락 된 것에 대해 광주 문화의 일면을 맡아 일하고 있는 필자로서도 정말 기쁘다. 돌이켜 보면 ‘아시아 문화 전당’ 건립 초기부터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그 중에서도 가장 논의가 뜨거웠던 이슈는 아무래도 ‘아시아 문화 전당’의 정체성 부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이 부분이 아직도 많은 시민들과 문화 전문가들 사이에 명확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법적인 정체성(국가 기관으로 남아야 하는가 아니면 ‘법인화’로 가야하는가 등)은 차치하더라도 콘텐츠에 대한 정체성은 아직도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요약해서 말하면 ‘아시아 문화 전당’에 어떤 콘텐츠를 제작·유통하고 또 어떤 콘텐츠로 채울 것인가이다. 이제 ‘아시아 문화 전당’이 문체부에서 운영하는 국가 기관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문체부가 이 기관을 운영하게 된다.
‘민주평화교류원’을 제외한 공연과 전시는 아시아 문화전당의 5개원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아시아 컨템포러리 콘텐츠’라는 개념으로 채워지고 제작·유통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이 논의는 오랜 시간동안 전문가들이 검토해서 내린 결론이므로 당위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9월 부분 개방에서도 느꼈듯이 전문가를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이제 개관 초기이기 때문에 평가를 내리기가 빠르지만 만약 앞으로도 외부에서 만들어진 공연물과 전시물이 주가 되고 전문가 외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공연?전시만 계속된다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이 왜 그러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확대될 것이다. 물론 외부에서 만들어진 공연물과 전문가용 공연·전시도 있어야 하지만 결국은 균형의 문제다. 외부의 예술가들이 광주에 와서 광주를 호흡하며 또는 광주와 아시아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을 바닥에 깔고 작업한 것이라야 의미가 살아난다고 본다. 다양한 것들이 이 공간에서 실험을 거쳐 창조되며 나아가 광주의 미래를 밝히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그걸 기대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진지하게 생각해볼 게 있다. 우리가 기대했던 게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또는 요구하는 게 먹혀들지 않는다고 외면할 수 없다는 거다. 법적인 정체성도 애매해지고 콘텐츠의 정체성도 모호해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있다. 광주를 파트너로 여기지 않는 정서적 이질감 역시 얼마나 우리를 서글프게 하고 있다. 우리의 소소한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돌릴 수 없다는 게 광주가 처한 현실이다. 아시아 문화전당은 세계와 아시아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은 올바른 방향이지만 동시에 광주가 사랑하고 꽃을 피워야할 광주의 문화 자산이라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공간적 위치가 광주여서가 아니다. 광주의 정신이 아시아문화전당을 출범케 한 에너지였기 때문이다. 광주의 숭고한 정신이 광주를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 이끄는 힘이 아니고 무엇이랴. 광주시민의 뜻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다 해도 광주가 아시아문화전당을 보듬어내야 할 이유이다. 아시아문화전당의 행보가 다소 광주의 마음에 쏙 들지 않더라도 광주는 전당을 품에 안고 가야 한다. 광주와 광주시민은 전당을 더욱 사랑하고 비전을 함께 세워야 한다. 아시아문화전당은 광주의 자녀이기 때문이다. 자녀가 맘에 안 든다고 어떻게 부모가 자녀를 버릴 수 있겠는가. 광주와 아시아문화전당은 바로 그런 관계임을 우리 모두 잊지 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