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동떨어진 ‘유독물질’ 관리 주재홍 사회부 기자

2015년 11월 26일(목) 20:08

황산과 수은 불산 등 유독물질은 산업에 유용하게 사용되지만 취급 부주의 등으로 사고가 나면 치명적인 피해를 끼친다. 그래서 이들 유독물질에 대한 관리와 대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잊을 만 하면 사고가 나곤 한다.

여수에서는 지난 5년간 총 5건의 화학물질 사고가 발생해 전국 최고의 발생건수를 기록했다.

지난달 광산구 하남산단내 남영전구에서는 수은 노출로 철거 작업에 참여했던 노동자 20여명이 수은에 중독되는 사고가 발행했다.

지난 16일에는 울산 이수화학공장에서 불산 1천L가 노출돼 불산 농도가 10ppm까지 오르기도 했다. 불산은 독성이 강해 0.5ppm에서 8시간 이상 노출되면 심각한 통증을 유발하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한번 유독물질 사고가 발생하면 사고 지역 인근은 순식간에 독성 물질이 퍼져 나간다.

그래서 시민들은 유독물질 사고에 매우 민감하다. 지난 달 사고가 발생한 하남산단 인근 주민들도 예외는 아니다. 단순히 수은 중독 문제를 넘어 현재 인근에 유독물질이 얼마나 되는 지에도 관심이 많다.

정부에서도 유독물질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으로 공분을 사기도 한다. 올해부터 발효된 정부의 안전거리 고시도 그중 하나다.

‘유해화학물질 취급시설 외벽으로부터 보호대상까지의 안전거리 고시’에 따르면 유독물질 취급 업체는 주거지역으로부터 10m에서 최대 20m 떨어져야 한다.

이 마저도 지난해에는 존재하지 않다 올해 신설했다고 한다. 게다가 장외영향평가를 통해 시설을 점검하고 큰 문제가 없으면 이를 면제해주는 규정도 있다.

과연 이 같은 20m의 거리 제한이 실효가 있을지 의문이다. 유독물질은 한번 사고가 나면 파장 범위가 넓고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유독물질 취급업체의 주거지역과의 거리 제한은 ‘님비현상’과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 이는 주민들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사고가 나면 땜질식으로 대처하는 방식으론 안전사고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각종 유해물질의 관리를 보다 강화하고,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그것이 행복한 사회를 지향하는 가장 기초적인 안전대책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