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땔감·성탄절…다가오는 겨울 준비 ‘화폭에’ 대인시장·다다창작스튜디오 내달 3일까지 ‘월동’ 주제전 강영숙·류희남·박인선·서영실·이다애 등 18명 작가 출품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

2015년 11월 26일(목) 20:13

박재완 作 ‘월동 무 손질’

이제 서서히 겨울을 준비해야 할 시기가 오고 있다. 이 풍경을 미술로 들여다보면 어떤 느낌일까.

광주 대인예술시장 다다창작스튜디오(대인수산시장 주차타워 5층)가 오는 12월3일까지 ‘월동’을 주제로 전시회를 연다. 겨울초입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입동(8일)과 땅이 얼기 시작한다는 소설(23일)을 지나면서 본격적인 겨우살이 준비를 알리기 위해서다.

전시장엔 강영숙, 고재근, 김엽, 김좌현, 김창헌, 김태성, 김향득, 류희남, 박인선, 박재완, 백계철, 서병운, 서영실, 이다애, 이승일, 정영대, 조은솔, 황백 등 18명의 작가가 작품을 내걸었다.

월동하면 무엇보다 겨우내 구들장을 뜨끈하게 데워줄 연료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였다. 지금이야 각종 보일러와 난로, 온열기기 등 난방기구가 지천이지만 1970-80년대만 해도 광 한가득 구공탄을 채워놓은 후에야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김창헌 작가의 ‘장흥장’과 김향득 작가의 ‘장작불’은 추운 겨울을 버티게 해준 모닥불의 온기와 화롯가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그 시절의 정감어린 대화를 고스란히 전해주는 듯하다.

김장 담그기도 빼놓을 수 없는 대사 중 하나였다. 특히 김장은 입동을 전후해 담가야 제 맛이 난다고 해서 그 무렵이면 배추와 무 등 김장용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해야 했다. 강영숙 작가는 ‘월동’에서 먹음직한 배추김치를 한 소쿠리 담아냈고, 김태성의 ‘김장 담그는 날’에선 배추를 비비는 아낙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김좌현은 동시 ‘김장하는 날’에서 그날의 풍경을 생생하게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밖에도 고재근은 ‘나락의 종말’을 통해 가을추수가 끝난 들판에 휴식을 제안하고 김엽의 ‘눈(snow)’은 흰 눈에 덮인 세상에서 동면을 희구한다. 박재완은 머나 먼 길을 날아온 ‘가을철새’의 본격 월동나기를 보여준다.

또 류희남의 ‘해바라기 8F’와 이승일의 ‘올해도 어김없이’, 조은솔의 ‘Mirror-Flowers 9’, 황백의 ‘찔레꽃 8F’는 화려했던 날의 기억을 되새기며 겨울을 이겨내겠다는 의지를 내보인다.

반면, 백계철의 ‘월출산’과 서영실의 ‘대나무숲’은 어떤 고난에도 끄덕이지 않는 바위와 대나무의 기개를 통해 월동에 임하는 자세를 보여준다. 박인선은 ‘드로잉’에서 색채의 대비를 통해 겨울의 황량함을 표현하고 서병운의 ‘향수’는 늦가을의 정취를 한 자락 삼고, 이다애의 ‘Merry Christmas’는 나눔의 가치를 호소한다.

/진은주 기자 jinsera@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