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어렵다?” 문턱 낮춘 소통 시도해야 亞전당 예술극장, 공식 개관 후 첫 공연작 팀 에첼스 ‘마지막 탐험’ 가보니 ‘애매하고 난해해’ 곳곳서 조는 모습 포착…공연 관계자도 문화전문가도 “어렵네” 설명, 대화 서비스 전무해 아쉬워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5년 11월 29일(일) 18:24

지난 28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에서 열린 팀 에첼스의 ‘마지막 탐험‘ 무대를 마친 퍼포머들의 커튼콜 모습.

지난 25일 공식 개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예술극장엔 어떤 작품이 올랐을까. 공식 개관을 알리는 첫 작품으로 예술극장은 팀 에첼스의 ‘마지막 탐험’을 선택했다. 지난 27-28일 무대에 오른 이 작품을 지난 28일 만나봤다.
예술극장 내 극장1은 이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관객들로 가득 찼고, 오후 7시 정각이 되자 안내방송이 나오며 공연 시작을 알렸다.
11명의 퍼포머, 1명의 음악가가 무대로 나오고, 전자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퍼포머들은 각자 준비해 온 의자에 앉아 ‘이 물은 사람이 먹는 물이 아니다’, ‘이 침묵 속으로 말을 해선 안 된다’, ‘파랑은 색깔이다’ 등 규칙 없는 문장들을 따라 외쳤다. 이들은 갖고 나온 의자를 정리하고, 나무로 변신했다. 줄을 맞춰 춤추는 나무들의 가장행렬을 이어나가며, 각자 거대한 바다 괴물, 유령, 전쟁터, 로봇 등으로 모습을 바꿨다. 그러더니 이들 모두는 사라졌다.
75분 가량 펼쳐진 이 공연은 탈장르적 아티스트라 불리는 팀 에첼스의 작품이다. ‘포스트 엔터테인먼트’란 장르를 표방하는 팀의 작품은 일반인들, 문화 전문가들이 해석하기에도 애매하고 난해했다. 퍼포머들의 움직임, 각 오브제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공연이 끝날 무렵까지도 쉽게 알 수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세계적 예술기획자 A씨는 “어렵긴 너무 어렵다. 나도 무엇이라 딱 잘라 설명할 순 없다. 관객 각자가 알아서 흡수하고 받아들일 부분”이라고 전했다.

특히 큰 변화가 없는 배경 음악, 대사 없는 움직임 때문인지 객석 곳곳에는 단잠을 청하는 관객들의 모습도 더러 보였다. 심지어 공연 관계자인 ‘아시아문화원’ 명찰을 목에 멘 관객도 객석 한 켠에서 졸고 있었다.

이처럼 어려운 작품임에도 해설이나 관객과의 대화 등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부대프로그램은 전무했다. 이후 28-29일 열린 팀 에첼스의 ‘더티 워크’ 공연 마지막시간인 29일 오후 3시께 ‘아티스트 토크’ 시간이 한차례 마련됐지만, ‘마지막 탐험’을 본 관객은 참여하기 어려운 자리라 실상 아무 정보 없이 작품을 관람하고 말아야 했다.

이와 관련, 아시아문화전당이 본격 개관했지만 부분 개관 이후 변화된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없어 관객들의 아쉬움을 사고 있다.

개관 이전부터 간간히 선보여온 예술극장의 공연작품들이 난해하고 어려운 만큼 관객과의 소통을 위해 작품설명이나 대화시간 등 부대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수없이 일었음에도 여전히 불친절한 공연 진행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아야 할 설명집은 온갖 난해한 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아시아문화전당 홈페이지도 이 설명집과 다를 바 없었다. 문화전당이 이 시스템대로 가다가는 향후 유료 관객을 얼마나 끌어 모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화전당이 주장하는 ‘컨템퍼러리(동시대) 예술’ 관련 컨텐츠를 올리고 있지만, 작품의 예술성과 가치를 떠나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저변 자체가 잘 갖춰져 있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이날 공연을 관람한 시민 김모(26)씨는 “시즌프로그램의 내용을 담은 설명집을 봐도 이날 작품을 단번에 이해하기엔 역부족이었다”며 “설명서에 조금 더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고, 각 작품이 전달하는 의미를 관객들에게 알려주는 장치가 마련된다면 앞으로 더 자주 문화전당을 찾아 다양한 컨텐츠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