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편적 교육복지·청렴 교직사회 가장 큰 변화” 직선제 만 5년 맞은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
| 2015년 11월 30일(월) 20: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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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취임한 이후 직선제 교육감으로 올해 만 5년이 지났다. 지난 5년간 광주교육의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우선 학생들의 권리와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해 학생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하려 했고, 제도적으로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했다. 또 학교에서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는 교육의 기회를 주기 위해 중학교까지 무상의무급식을 실시했다. 초등학생들에게 학습준비물 비용을 주는 등 보편적 복지정책을 강화했다. 또 하나는 강력한 청렴정책이 정착되고 있다. 과거에는 학부모님들이 선생님을 잘 대접하면 학생에게 잘 해주고, 대접 안 하면 선생님들이 학생을 차별하고 무시한다 생각을 했었다. 이런 걸 없애기 위해 대접하거나 선물을 주는 것을 금지해야겠다는 생각에 욕 먹어가면서 청렴한 교직사회를 만들었다.
▲전국교육감협의회장을 맡아 누리과정 예산 문제를 주도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이유는.
-안 한 것이 아니라 세우지 못한 것이다. 추가재원 확보 없이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떠밀면서 지방교육재정이 심각하게 악화되고 있다. 특히 막대한 예산을 누리과정에 사용하면서 전국의 초·중등 학교교육의 황폐화로 이어지고 있으며 모든 피해가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들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학교기본운영비, 환경개선사업비, 초등돌봄교실, 방과후학교 및 교육감 공약사업들의 사업비를 축소해 재원을 마련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초·중등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와 직결되고 있다. 시·도교육청들의 부채도 막대하게 늘어나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들이 누리과정 지원을 처음 시작했던 2012년 1조9천억원에 불과했던 지방교육채는 2015년(8월말 현재) 5조8천억원으로 3년 동안 3조9천억원이나 증가했다. 현재의 재정압박 상황에서 전국의 각 시·도교육청들은 사실상 내년 예산 편성이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여전히 광주교육 학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상존해 있다. 공교육에서 학부모·학생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학력 수준에 대한 교육감의 생각과 보완대책은?
-주목해야 할 점은 대입 진학의 무게 중심이 수능 중심에서 학생부 중심의 수시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대학의 수시 선발 비중은 지난해보다 2.2%p 늘어난 67.4%로 신입생 3명 중 2명은 수시로 선발되는 셈이다. 수시 모집에서는 교과 성적을 비롯해 학교생활 전반을 평가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커지고 있으며 쉬운 수능의 영향력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결국 지방의 고교생이 수능 중심의 정시모집에서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된다. 변화하는 대입 제도에 맞춰 주요 대학의 전문가와 입학사정관 등을 초청한 대규모 진로진학박람회, 자기소개서 작성 컨설팅, 논·구술 및 심층 면접 캠프, 대학 전공 체험, 선배와의 멘토링, 대입 전형 간소화 대비를 위한 교사·학생·학부모 대상 연수 및 설명회 등을 40여 차례 추진했다. 맞춤형 진로진학 상담 강화를 위해 50여명의 대교협 및 광주진학지원단 전문 상담요원을 활용해 온라인·전화·방문 등을 통해 언제라도 1대1 진학상담이 가능토록 했다. 또 일선 학교에 대입 제도 매뉴얼과 수시 상담 프로그램을 제작·배포해 효율적인 진학 상담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찬반 논란이 거세다. 특히 광주지역의 경우 반대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우리 사회가 이룩해 온 민주주의의 가치인 자율성과 다양성을 전면 부정하는 행위다. 특히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아이들에게 한 가지 생각만 주입하고 강요해 사고력과 판단력을 마비시키고 사물에 대한 통찰력과 통합력이 없는 무비판적, 획일적인 바보 사람을 만드는 가장 비교육적인 우민화교육 정책이다. 또 꼭 국정화로 변경할 필요가 있다면 토론회, 공청회 등 절차를 거쳐 전문가들의 의견과 국민 여론에 귀 기울여 가면서 결정해야 한다. 필요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전격적으로 밀어붙이기로 추진하다 보니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크고, 경제, 예산 등 나라의 중요한 과제들을 다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돼서 너무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이다.
▲역사교사 출신인 만큼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고민이 더욱 클 것 같은데?
-25년간 중·고교에서 역사를 가르쳤다. 대부분 서슬 퍼런 유신독재와 군부독재 시대였고 그때 국사 교과서는 국정이었다. 양심과 소신에 따라 가르치지 못하고 진도에 따라 교과서를 읽고 진도에 따라 교과서에 써진 대로 가르치고 달달 외우게 했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 항쟁을 직접 보고 듣고 자라는 아이들에게 ‘한국적 자유민주주의를 완성하고, 정의·복지사회를 이루기 위해 전두환 대통령이 이끄는 제5공화국이 출범했다’고 써진 대로 읽고 외우게 하면서 양심에 따라 살지 못하는 무력함에 무너져 갔다. 광주와 인근 고교에서 국사를 가르치던 1980년대 내내 가슴 졸이며 울면서 가르치고 울면서 배웠다. 대학에서 강만길 교수의 ‘한국현대사’를 읽고 공부한 제자들이 찾아와 거짓을 가르쳤다고, 교과서 내용은 모두 거짓이라고 비판하며 원망할 때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진실은 교과서가 아닌 현실에 있다면서 진실과 정의의 편에서 거짓과 불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화염병을 들고 거리로 나서는 제자들, 줄줄이 엮여서 감옥으로 끌려가는 제자들을 보면서 가슴을 쥐어뜯으며 힘없고 부끄러운 교사임을 한없이 탄식했다. 우리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 정체성을 세울 수 있도록 광주시교육청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 고시에 맞서 모든 역량을 다해 대응할 것이다. 특히 생각이 같은 타 시·도교육청들과 함께 선택교과를 개설하고, 교육감 권한인 인정 도서를 공동 개발할 생각이다. 또 교사들이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참고자료, 보충자료, 장학자료 등을 자체 개발해 학교에 보급할 생각이다.
▲선택교과와 인정도서 개발은 어떤 형태로 이뤄지며 시기는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한국사 국정교과서의 문제점은 충분히 예견은 되지만 발간되기 전까지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일이다. 일단 국정교과서가 나오면 면밀히 검토한 뒤 문제가 있으면 거기에 맞게 인정도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한국사 국정교과서는 2017년부터 도입된다. 때문에 2016년에 ‘초중고 역사교육 방향 연구’를 먼저 진행할 계획이다. 국내 및 해외 주요국가의 교과서 제도를 분석하고, 역사교육 과정과 역사교과서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연구해 볼 생각이다.
▲교육부 등 정부와의 대립각이 지속되면 재정 지원 축소 등 재정적 불이익도 우려되는데.
-정부와 대립각을 지속할 생각은 없다. 다만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현재의 시도교육청 예산 구조로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다. 누리과정은 박근혜 정부의 대선공약이기 때문에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데 정부가 강제로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에 전부 떠넘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지난 9월8일 발표한 ‘2016년도 정부예산안’을 보면 누리과정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 의무지출경비로 지정하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지난 10월6일 개정·공포했다. 그러나 시행령은 상위법에 위배된다. 정부의 방침은 초·중등 교육에 써야 할 예산을 쪼개서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시도교육청들이 감당하라는 것이다. 이것은 언니와 오빠들 밥그릇을 빼앗아서 동생들 밥 먹이라는 것과 똑같다.
▲최근 배려교통문화 캠페인에 동참하고 토크콘서트 이야기손님으로 참여하는 등 배려교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것 같은데?
-배려교통문화 캠페인은 매우 의미가 깊다. 우리나라는 교통사고 사망률이 OECD국가 중 최상위권일 만큼 도로 위에 위험요소가 많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상대 운전자나 보행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다. 법으로 규제하고 계도하는 강제적 틀을 넘어서 참여를 통한 사회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측면에서 배려교통문화 캠페인의 의미에 큰 공감을 하고 있다. 특히 우리 학생들의 경우 도보로 등하교를 하는데, 가장 마음 아픈 사고가 스쿨존 횡단보도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이다. 운전자들이 우리 학생들을 배려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스쿨존 교통사고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광주 교육가족들과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이들을 믿고, 참고, 기다리고, 격려하고, 칭찬하는 말로 지도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지금 부모님들은 내 아이가 조금 더 놀고, 덜 공부하면 큰일 나는 걸로 생각하는데, 아이들은 놀면서도 성장하고 공부가 된다. 그러니까 내 자식이 많이 뒤쳐질 것이라는 조바심을 버려야 한다. 선생님들도 내 욕심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율과 자치, 인격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칭찬과 위로를 통해 지도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사진=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