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주인은 누구일까?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5년 12월 02일(수) 19:16

‘민주국가의 주인은 누구일까?’ 우리나라 중학교 교과서 사회·도덕책에 기술된 ‘민주 정치의 기본 원리-민주국가의 주인은 누구일까?’는 그 정의를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오늘날 민주국가에서는 주권이 국민 전체에게 있다는 국민주권원리를 바탕으로 국가가 운영된다. 따라서 국가 권력의 성립과 행사는 국민의 지지나 동의가 있을 때에만 정당화된다. 국민 주권의 원리는 민주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로 우리나라 헌법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함으로써 국민 주권을 보장하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국민은 나라의 주인으로서 스스로 나라를 다스릴 수 있는데, 이를 국민자치의원리라고 한다. 국민자치의원리를 충실하게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민주정치제도이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 국가는 영토가 넓고 인구가 많기 때문에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하여 대신 정책을 결정하게 되는 대의정치를 실시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은 자신들이 선출한 대표를 통해 간접적으로 정치과정에 참여한다.’

문제는 오늘날 대부분 나라가 대의정치(代議政治)를 하고 있지만 대표에 의한 국민의 의사 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다. 국민을 대신해서 정치 해달라고 뽑아준 정치인이 대의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치’를 고집하고 민심보다는 권력에 집중하면서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역시 정치1번지 답게 광주에서 그 ‘직무유기’에 대한 회초리를 먼저 들었다. 최근 광주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신당 바람은 수년간 1당 독점정치로 인한 피로감, 불만, 고립에 대한 분노다. 그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은 호남에서 개혁 요구가 있을 때마다 내부 개혁실험을 여러 차례 했다. 그러나 매번 실패했다. 필자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추락하고 있는 결정적인 이유는 새정연의 중추 지지기반인 호남이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호남의 민심이 북상하여 수도권 거주 호남출신 유권자에게 영향을 주는 상황이다. 수도권의 경우 호남출신 유권자가 전체의 20-30%를 점하고 있는데 이들 중 5% 정도만 이탈해도 야당에는 치명적 타격이 된다.

최근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호남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패하는 원인은 호남향우의 등돌림에 있다. 광주에선 문재인 대표의 지지율이 5%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대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표가 부랴부랴 광주를 찾아 ‘문안박 공동대표제’를 제안한 이유다. 그러나 안철수 의원은 ‘혁신 전당대회’를 역 제안해 혼돈 상황이다. 꿈쩍도 않던 새정치민주연합을 뿌리채 흔들며 다급하게 만든 것은 호남정치가 변했기 때문이다. 여름까지만 해도 문재인 대표 사퇴를 주장하며 신당 창당을 공언하자 코웃음치며 ‘호남당’이라고 비아냥거렸던 정치인들도 이젠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29일 박준영 전 전남지사의 신민당(가칭) 발기인 대회를 시작으로, 11월 18일엔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개혁적 국민정당 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이어 11월 29일 박주선 무소속 의원도 통합신당 추진위원회 출범식을 통해 신당 창당을 알렸다. 박 의원은 통합신당 출범식 대회사를 통해 모든 신당 지지세력이 참여하는 ‘통합발기인대회 공동준비기구 설치’를 공식 제안해 더욱 이목이 쏠렸다. 박준영 천정배 박주선 신당 주체들은 일제히 안철수 의원에게 신당으로 오라고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안철수 의원이 탈당을 강행하고 신당으로 올 경우 20-30여명의 동반 탈당이 예상된다는 전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대통령리더십연구원이 지난달 11월25일 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호남! 대한민국의 미래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개최한 토크쇼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날 토크쇼에서 신당 찬성론자들은 호남사람이 하고 싶은 말을 쏟아냈다. ‘죽음이 뻔한 정당에서 탈피해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도리이자 사명이다’ ‘모든 세력을 뜨거운 용광로에 넣어 통합하는 것은 국민의 명령이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신당 바람은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진 않다. 일각에선 신당 행보가 순탄치 않을 거란 우려를 하면서 애써 폄훼하고 있지만, 이미 시작된 신당 추진체는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정치개혁의 단초를 제공하고 있으며 ‘호남정치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적어도 ‘나쁜정치’를 간과하지 않고 변화를 주도하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다. 희생하며 먼저 걸어나가는 호남정치철학을 관통하고 있다.

해서, 다시 서두에 꺼낸 화두를 던진다. ‘민주 정치의 주인은 누구일까?’ 국민이다. ‘호남정치의 주인은 누구일까?’ 호남인이다. 따라서 신당은 호남정치의 주인인 호남인의 생각과 변화요구를 잘 읽어야 한다. 적어도 세력결집과 권력욕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신당이 성공하려면, 시대과제를 정확히 읽고 그 대안을 제시하여 미래 가치와 비전을 분명히 내세워야 한다. 대한민국의 경제와 정치의 틀을 새로 짜는 혁신정당이어야 한다.

2015년 12월, 광주에서 불고 있는 신당 실험은 2017년 대통령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성공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