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하나로 언제 어디서든지 돈사관리 ‘척척’ 위기의 축산업 위생사육·고품질로 극복한다 <2>영광 애니포크영농조합법인 ICT와 결합된 첨단 축사로 생산비 절감 효과 톡톡 악취문제도 해결…‘애니포크’ 성공 브랜드 자리매김 이경수 기자 kspen@kjdaily.com

2015년 12월 02일(수) 20:20

영광 애니포크영농조합의 김영용 대표가 축사의 내부와 급이상황 등을 한 눈에 보고 통제할 수 있는 최첨단 ICT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영광군 불갑면 함영로의 한 산자락. 돼지 1만5천두를 사육하는 큰 농장이 있다는데 으레 기대(?)했던 냄새가 나지 않는다. 대신 입구부터 방역장벽을 철저하게 구축해 놓았다. 이 곳 애니포크영농조합을 이끄는 김영용 대표의 안내로 철저한 방역과정을 거친 뒤 축사 앞까지 도착했으나 창이 없는 무창돈사만 웅장한 모습을 드러낼 뿐 돼지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김 대표는 사무실로 기자를 안내했다. 그 곳에서 돈사의 전체 상황은 물론이고 돼지 한 마리 한 마리의 상태까지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벽에 설치된 6대의 모니터에 돈사안 돼지의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그 아래 탁자에는 축사안의 온도·습도 등이 빠짐없이 기록되고 있었다. 한마디로 ICT와 결합된 첨단 축사에서 돈사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양돈 경력 20년이 된 김 대표는 일단 축사에 대해서는 최첨단 시설을 갖춘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덧붙여 IT기술을 접목한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사양관리로 경쟁력이 뛰어난 농장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는 그가 쏟은 정성과 노력의 땀방울이 가져다 준 성과다.

미래의 양돈장은 현대화된 시설을 갖추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한 김 대표는 국내 축산시설 가운데 뭔가를 갖췄다는 소문이 들리면 곧바로 달려갔다. 지난 2010년부터 덴마크 등 낙농 강국은 물론이고 미국 등 선진국들의 양돈시설도 끊임없이 방문했다. 2년간의 노력 끝에 그가 내린 결론은 친환경 축사를 만드는 것. 유럽식 최신설비와 기술을 도입하면 국내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각종 설비와 기술을 오스트리아에서 들여왔으며 운영시스템은 IT기술을 활용한 설비를 구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대표는 ICT 융복합을 위해 세밀한 부분까지 직접 체크하면서 돈사를 지어나갔다.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동물복지형 돈사를 지으려니 마리당 적정 사육면적이 늘어나고 이는 설계 및 공사비 증가로 이어졌다. 더불어 넓어진 면적에 따른 환기와 온·습도 제어에도 어려움이 뒤따랐다.

이 같은 과정을 극복하고 애니포크의 설비는 모두 IT기술로 연결돼 있다. 인터넷만 활용할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지 모든 축사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축사내부 온도나 습도 조절 등은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다.

돼지에게 먹이를 주는 것도 컴퓨터로 이뤄진다. 물과 사료 등을 배합한 액상 사료를 일정량 반복적으로 돼지들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인 액상급이시설은 사료량이나 시간, 장소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처리한다. 사료 공급작업이 사람이 아닌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진행되기에 생산비 절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더구나 돼지마다 체형에 맞게 적정 사료량을 제공하기에 돼지들의 건강은 물론이고 사료도 절감하게 된다. 김 대표는 “액상급이시설을 통해 원가를 15% 가량 줄였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또한, 양돈에서 가장 골칫거리인 악취문제는 복합미생물제와 분뇨순환식 시스템으로 해결했다. 돼지의 성장과 분뇨의 분해, 환경개선에 효과가 있는 군주들을 이용해 자체적으로 복합미생물제를 만들어 사료와 물에 섞어 먹여본 결과 사료의 소화흡수율이 높아지고 분뇨에서 나는 냄새도 크게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와함께 돼지 분뇨를 기계적 장치를 이용해 발효 액비로 만들고 이를 돈사로 계속 흘려보내는 액비순환식 시스템 역시 농장의 악취를 줄이고 환경을 개선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액비의 발효과정에서 활성화된 미생물이 유해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하고, 발생하는 오염을 즉시 분해시켜 악취발생을 크게 줄인 것이다.

이처럼 항상 연구하고 새로움을 시도한 애니포크는 이미 성공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에는 ‘전남도 동물복지형 친환경 녹색축산 육성조례’에 따라 친환경녹색축산농장으로 지정됐으며, 지난 10월에는 (사)친환경축산협회에서 주관한 ‘2015 친환경축산 대상’에서 양돈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미래를 향한 김 대표의 발걸음은 쉼이 없다. 그는 “외형적으로 2020년까지 10만두 규모로 성장시키고, 발효사료 공급으로 품질의 고급화를 이뤄 FTA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과학화·체계화로 양돈 성공시대를”

●서두석 대한한돈협회 전남도협회장

“‘기록하고, 분석하고, 개선하는 양돈인이 되자’는 한돈인의 생활헌장을 실천하면 실패할 수가 없습니다.”
대한한돈협회 전남도협의회 서두석 회장은 “양돈업이 사료주고 새끼받고 출하하는 단순한 개념의 1차산업이라면, 지금은 돼지의 요구를 파악해 배려하고 집중관리하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생산성적을 최대한 높이는 양돈산업의 시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돼지의 라이프사이클을 토대로 한 철저한 사양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 회장은 “포유모돈이 출산 후 이유기간과 자돈사 생활기간, 비육사를 거쳐 출하까지 기간은 물론 생산효율성이 낮은 어미돼지의 도태 결정까지 모든 과정이 체계화된 분석자료를 토대로 이뤄진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자세로 일하는 한돈인은 절대 실패할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FTA 대상국인 덴마크나 네덜란드와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을 경쟁력을 갖춘 성공한 한돈인으로 꼽히는 서 회장이지만 회원들의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

서 회장은 “무허가 가축사나 거리제한 규제, 액비화시설 확충 등 분뇨환경과 관련된 애로사항에 대한 당국의 배려가 없는 한 한돈산업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면서 또한 “등급판정 개선, 통합도축장, 지급율 개선 등 유통의 체계화 및 돈가 안정화, 수입량 조절 등 가격의 문제점 등 해결해야 할 사안이 많다”고 지적했다.

“동물복지형 녹색축산 실현 주력할 것”

●권두석 전남도 축산과장

“전남 축산업의 방향은 뚜렷합니다. 미래성장 동물복지형 녹색축산 실현이 그 지향점입니다.”
선진축산업 현장 취재를 위해 전국에서 모인 기자들 앞에서 전남도 권두석 축산과장은 “친환경 녹색축산의 선도지역인 전남의 축산시책의 방침은 확고하다”면서 이렇게 강조했다.

권 과장은 “우리 농업에서 축산업의 비중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현재 축산농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가축질병과 농축산물 개방화만 잘 대응하면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권 과장은 가축질병에 대해서는 선제적 동물방역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가축질병의 근본적인 예방을 위해 사육환경의 개선을 추진하고, 구제역 100% 예방 접종은 물론이고 미흡농가에 대해서는 불이익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고병원성 AI 재발방지를 위해 가금 질병 전문가의 농가 맞춤형 질병 컨설팅 사업 지원과 사육환경이 불량한 농가는 병아리 입식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동물복지형 녹색축산을 추진하는 세부 과제로 친환경축산물 생산과 가축사육환경 개선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과장은 “친환경 축산물 인증농가가 2014년 1천736호에서 올해는 3천600호로 늘어나고 소비자 신뢰확보를 위해 인증농가 사후관리를 보다 철저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경수 기자 kspen@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