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물갈이? 마음갈이 하라!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5년 12월 09일(수) 19:36

‘문제는 경제야, 바보들아(It‘s the economy, stupid)’ 지난 1992년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선거 구호였다. 클린턴은 이 구호로 현직인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대통령을 눌렀다.

필자는 2016년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들아’가 먹힐 것으로 본다. 서민경제가 너무 힘들어서 ‘제발 경제 좀 살려줬으면 좋겠다’는 국민 여망을 안다면 말이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링에 올라가지 않아서인지 최근 총선 이슈는 ‘경제’가 아니라 ‘물갈이’다. 올 여름 새정치민주연합은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슬로건으로 ‘육참골단(肉斬骨斷):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방의 뼈를 끊는다)’을 내세우면서 부패 정치인 물갈이를 혁신 과제로 내세웠다. 예를 들면 현역 의원의 40%선 까지 물갈이해야 국민이 혁신이라고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야당의 혁신 개혁안을 접하면서 국민은 40%가 아니라 ‘100% 물갈이 해야한다’며 물이 아니라 고기, 어항까지 싹 엎어야 한다는 격앙된 주장도 했다.

여론이 이렇다보니 영남지역의 신문이나 호남지역의 최근 언론 기사를 보면 양쪽 모두 ‘물갈이’에 대해 예민하게 기사를 다루고 있다. 대구와 부산에서는 새누리당이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물갈이 바람이 예상되면서 현역 국회의원들에게 비상이 걸렸다. 친박(친박근혜)계의 요구로 경선 시 결선투표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일반 국민과 당원의 참여 비율 등은 추후 공천특별기구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결선투표제는 다자 대결 구도를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지지율을 확보한 후보자를 추려낸 다음 이들만을 대상으로 다시 한 번 투표를 진행하는 절차를 말한다. ‘현역 프리미엄’을 줄인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현역 의원에 비해 불리한 경쟁을 벌이는 원외 인사, 정치 신인에게는 ‘1대 다’ 구도보다는 ‘1대 1’ 구도가 유리한 만큼 내각, 청와대 참모 인사들이 대거 출마를 준비하는 친박계에 보다 유리하다는 전망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현역 의원들로서는 ‘물갈이 공포’가 더욱 커진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물갈이 방법을 택했다. 전남도당위원장인 황주홍 의원(장흥·강진·영암)과 전북도당위원장인 유성엽 의원(정읍)에 대한 징계에 착수했다. 핵심 지역인 전남·북의 도당 책임자들이 모두 징계 대상에 올랐다는 상징성 때문에 ‘호남 물갈이가 시작된 것’이라는 얘기가 나올만한 상황이다. 둘 다 호남 지역 비주류(非主流)를 대표하는 의원들이기도 해서 ‘비주류에 대한 압박’이란 해석도 나왔다.

작금의 여·야 물갈이 형태를 보면서 정치개혁과는 거리가 먼 ‘구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국정치엔 윤회는 있어도 진화는 없다’는 말이 생각난다. 정치가 풀어야 할 시대적 요구는 급증하는데, 정치는 오히려 퇴행하는 심각한 ‘시스템상 불일치’가 나타나고 있다. 적대 정치의 구조화, 요구와 이익을 담아내지 못하는 진영 대립, 중장기적 미래 전략을 무력화하는 포퓰리즘, 국회의원을 선거꾼 정치인으로 내모는 소선거구제 폐해가 정치를 무력화·희화화하며 정치혐오를 불러일으키고 있는데 근본 처방은 없다.

지금, 물갈이에 대한 정치권과 국민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정치권은 다른편 잘라내기를 물갈이라 하고, 국민은 ‘새로운 정치인 발굴’을 물갈이라 한다. 최근 여·야가 골몰하고 있는 물갈이는 국회의 역량과 효율성을 높이는 개혁의 기준에서 볼 때 최우선 순위가 아니다. 매 선거때마다 물갈이가 있었지만 정치는 별로 나아진 것이 없었다. 따라서 물갈이 논란은 엄밀히 말해 개혁 보다는 여·야 내부의 권력투쟁 성격이 더 짙다.

필자는 기존 정당 안에서 뿐 아니라 정당 밖에서, 혹은 신당에서, 새로운 정치질서를 만들어갈 수 있는 혁신 주체를 만드는 일, 지금 해야 할 물갈이라고 본다. 국민이 원하는 정치는 뭔가. 나라가 경제·복지·생활수준 등에서 지속 가능하게 발전해 갈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고, 그 과정에서 부정부패와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하고, 환경과 생태계, 문화와 예술, 공동체 가치가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야당은 이런 기대와 요구를 실현시키는 데 정부 여당보다 더 나은 미래지향적·혁신적 대안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야당이 그것을 못해서 지지율이 바닥이라면, 이런 것들을 할 수 있는 인물을 영입하고 영입한 인물이 그런 고급정치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정치혁신을 넘어 정치혐오가 일상화된 우리나라에서, 총선 4개월 남겨놓고 여·야가 내세운 ‘물갈이’는 ‘정치 쇼’다. 썩은 풍토에 맑은 물을 갈아 넣은 들 식물이 살겠나. 정치=권력으로 생각하는 마음갈이를 하지 않는 한 우리 정치는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현재 한국이 처해 있는 심각한 도전 상황을 보건대, 작금의 정치시스템으로는 응전 하기 어렵다.

위기에 걸 맞는 정치체제와 시스템 변화를 통해 현 정치 풍토를 물갈이·맘갈이 해야 한다. 클린턴이 2016한국총선에 나온다면 이렇게 외쳤을 것이다.

“문제는 물갈이가 아니야 통갈이야, 이 바보들아”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