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원에서 풀 뜯는 돼지들… 동물복지 이룬 친환경 농장 위기의 축산업 위생사육·고품질로 극복한다 <3>덴마크 유기농 양돈농가 |
| 2015년 12월 09일(수) 20: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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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2시간30분을 달려 도착한 한적한 엘민드 마을. 저 멀리 드문드문 농가들이 하나씩 자리잡은 광활한 대지를 좌우에 두고 시골길을 달려가니 한 양돈농가가 나타났다. 덴마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벽돌집이 하나 있고, 농장을 관리하는 트렉터 등 농기계 보관창고, 그리고 실내축사가 눈에 들어왔다.
두터운 겨울점퍼 차림의 농장주 라우스 파르소 라우센은 반갑게 취재진을 맞았다. 20년 이상 돼지를 키워 온 그는 농기계보관창고 앞에서 간략하게 농장을 소개한 뒤 곧바로 유기농 양돈농장으로 기자를 안내했다.
축사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새로운 풍광이 펼쳐졌다. 눈 닿은 끝까지 온통 푸른 풀밭이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군데군데 흰 돼지들이 풀을 뜯어 먹으며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농장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했다. 이 농장의 부지는 총 73㏊(약 25만평). 이중 사료재배지로 63㏊를 사용하고 있다. 나머지 10㏊(3만300평)의 초지에서 불과 700마리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그야말로 자연친화적인 방목형 돼지목장이었다.
이 넓은 목장은 라우스씨 부부 단둘이 운영하고 있다.
농장 안에서는 어미돼지 한 마리에 10여마리의 새끼돼지들이 무리를 지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풀을 뜯어 먹기도 하고 흙탕물에서 뒹굴기도 했다. 초원 이곳 저곳에는 큰 돼지 한 마리와 새끼돼지가 쉬고 잠을 잘 수 있는 소형 축사가 놓여 있다. 칸막이 없는 개방형으로 바닥에는 톱밥이 깔려 있는 작은 축사는 ‘후드(HOOD)’라고 불린다. 이 집은 한마디로 자연공간에 놓인 모유실 겸 주거지다. 마름모꼴 형태의 통으로 어미돼지가 누워 모유먹이기 용이하게 바닥은 넓고, 새끼돼지 체온유지를 위해 상층부는 좁아지는 형태다.
어미돼지가 초지에서 풀을 뜯다 언제든지 새끼돼지에게 모유를 먹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준 것이다.
이곳에서 덴마크식 오르가닉(ORGANIC·유기농)농장의 전형을 볼 수 있었다.
이곳 새끼돼지들은 태어나면 항체를 높이기 위해 어미로부터 7주간 모유를 먹으면서 자란다. 또한 송곳니를 자르지 않고, 꼬리 또한 자르지 않는다. 특히, 질병에 대한 예방주사 접종도 제한받게 되며 사육기간(출하 전) 총 3번 이상의 접종이 이뤄지면 유기농 돼지로 인정받지 못한다. 씨돈(새끼 낳는 돼지)은 건강한 새끼를 낳기 위해 3년간 총 6번의 번식 후 도태된다.
국내의 일반적인 돼지농장에서 어미 돼지는 폭 60㎝, 길이 2m 정도의 철제 우리에 갇혀 지낸다. 어미 돼지들은 그 안에 3-4년씩 갇혀 1년에 두 번 이상 새끼를 낳다가 도태된다.
새끼돼지의 경우도 어미돼지의 유방에 상처를 낼 수 있는 송곳니를 태어나자마자 뽑고, 꼬리 자르며, 보통 3주만에 이유를 해 일반 돼지들과 사육을 하게 된다. 항생제·성장 촉진제 사용 등은 보편화 돼 있는 것이 국내의 현실이다.
라우스 농장주는 “21년간 돼지 농장을 운영했고, 지난해 초 유기농 돼지사육을 처음 도입해 동물복지를 위한 친환경 목장과 유기농 사료 등을 먹여가며 씨돈 80마리에서 연간 1천500두의 유기농 돼지를 생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일반 돼지를 사육할 때보다 사육 마리수는 크게 감소했지만 관리 규모가 축소되고, 매출 또한 훨씬 좋아졌다”고 밝혔다.
이처럼 친환경적인 축산시설에서 생산된 덴마크의 유기농 돼지들은 6개월간 사육돼 120kg이 되면 출하가 이뤄진다. 도축된 유기농 돼지고기는 1kg당 일반돼지(9크로네)에 비해 3배가 넘는 30크로네(덴마크 화폐 단위, 1크로너 한화 164원)를 받는다.
현재, 덴마크의 유기농 돼지 사육농가는 총 60곳으로, 전체 도축되는 돼지고기 중 2%를 차지하고 있다.
유기농 돼지고기는 대부분 유럽으로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갈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 덴마크는 유기농 축산품 수출국가 선점을 위해 유기농 축산 사육농가를 2020년까지 현재보다 2배 이상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덴마크 농·축산식품협회(각 협동조합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사설기관)는 기존 농장에서 유기농 농장으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유기농 농장 전환을 위한 각종 컨설팅 비용 뿐 아니라 유기농식품을 국내를 비롯해 다른 나라에 수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마케팅 활동까지 지원하고 있다.
덴마크는 전통적으로 세계적인 유기농 식품 강국이다. 지난 1980년대부터 유기농 생산 발전을 국가 농업 정책에 포함시켜 집중적으로 키워왔다. 유럽에서 유기농업을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시킨 나라이기도 하다.
유기농 강국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덴마크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덴마크 엘민드=이경수 기자 kspen@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