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공장 같은 도축장 “냄새 전혀 나지 않아요” 위기에 축산업 위생사육·고품질로 극복한다 <4>덴마크 양돈산업 메카 대니시크라운 |
| 2015년 12월 17일(목) 2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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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서 서쪽으로 3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호센스(Horsens)마을. 사방을 둘러봐도 산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광활한 들판 한 가운데 마치 IT 기업의 연구소나 반도체 공장처럼 보이는 산뜻하고 깔끔한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도축장. 그것도 세계 2위 돈육 수출업체인 덴마크 양돈협동조합 대니시크라운의 호센스 도축공장이다. 그럼에도 도축공장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다.
한국에서 온 취재진을 환영하기 위해 태극기까지 내건 정문을 지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홍보담당자인 에그네트 폴센(Agnete Poulsen)씨의 안내로 둘러 본 내부는 한마디로 시스템을 잘 갖춘 큰 공장 같았다.
지난 2005년 준공된 호센스 도축장은 총 면적이 8만2천㎡에 달한다. 이는 축구장 8개가 들어설 수 있는 규모다. 그 안에서 도축작업은 거의 전 과정이 자동화시스템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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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축장은 돼지만 도축하고 있는데 매주 10만9천마리를 처리한다. 지난해 이곳에서만 9조6천억원의 연매출액을 기록했다.
누구나 관람할 수 있지만, 방역을 위해 덴마크에 입국한 뒤 48시간이 경과해야만 견학이 허용된다. 세계 최대규모의 육류 수출업체일 뿐만 아니라 최첨단 자동화 설비를 갖춘 이 곳 도축공장을 견학하는 내방객은 연간 2만5천명에 달한다.
도축장에서는 돼지가 입하되는 순간부터 동물복지를 추구한다. 돼지를 실은 차량이 도착하면 1시간 동안 계류장에 머물도록 한다. 돼지들이 계류장에서 숨을 고르며 안정을 취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계류장에서 도축장으로 이동하는 과정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진행한다. 돼지몰이를 위해 막대기로 돼지를 내리치는 직원이 발견되면 즉시 해고한다는 게 홍보담당자의 설명이다.
도축장에 도착한 돼지는 5-7마리씩 그룹별로 Co²주입실로 향한다. Co²를 3분여 주입해 돼지를 기절시킨 상태에서 30초 내에 칼을 꽂아 도축한다. 이때 산소가 결합되지 않도록 재빨리 호스를 꽂아 피를 뽑아내며, 피는 소시지 가공회사 등에 판매하고 있다.
이어 초음파센서가 돼지 몸통을 스캔해 지방, 골격, 고기비율 등을 분석한 뒤 X-선 촬영장비를 활용, 부위별로 정밀하게 자른다. 이 때 정부에서 파견한 수의사가 각종 균 검사를 실시한다. 내장도 일부는 실험실로 보내 수의사들이 검사한다. 고기는 물론 내장도 칩이 내장된 보관함에 담기기 때문에 문제 발생 시 전량 수거조치가 이뤄진다.
이 과정을 거쳐 분류된 돈육은 영국, 일본, 중국 등 각 수출국의 기호에 맞게 부위별로 깔끔한 포장 용기에 담긴다. 체계화한 자동화 시스템으로 종업원 1인당 1시간에 142마리의 돼지를 부위별로 분리할 수 있다. 분리가 완료되면 18시간동안 예냉한 뒤 판매한다. 계류장에 들어와 도축, 분리, 예냉 후 판매하기까지 이틀이 걸린다.
이처럼 철저한 위생기준을 준수하고, 동물복지를 실현하고 있기에 대니시크라운의 돼지고기는 가격 및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대니시크라운은 1970년대 54개에 달했던 덴마크 양돈협동조합들을 차례로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국내 육류 유통시장의 90%를 장악했고, 해외로 눈을 돌려 육류와 가공식품을 13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협동조합들은 대형화로 벌어들인 돈을 투자해 가공·판매·유통 자회사들을 설립했다. 농축산물 도소매는 물론 유통까지 직접 담당하기 위해서다. 대니시크라운은 현재 10개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다.
대니시크라운 도축·가공공장도 참여농부 모두가 조합원이다. 이 곳은 덴마크 축산농가의 80%가 참여하는 유럽최대 축산협동조합으로 돼지고기 제품 부문에서 세계 2위를 달리고 있다.
폴센씨는 “대니시크라운이 추구하는 최상의 가치는 농가로부터 비싸게 구입해서 비싼 값으로 판매한다는 것이다. 1차 생산자인 농부가 강해야 축산업이 발전하기 때문”이라면서 “협동하면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에 축산농가와 도축·가공공장, 그리고 유통회사 모두가 협동조합으로 뭉쳤다”고 말했다.
식품안전 시스템 구축 170개국에 제품 수출
●유럽 최대 육가공 기업 ‘튤립푸드컴퍼니’
대니시크라운의 최대 도축장인 호센스 근처인 베일리에는 유럽 최대 육가공 기업인 튤립푸드컴퍼니가 있다.
튤립푸드컴퍼니는 지난 1887년 이곳에서 운영된 개인 도축장이 모태다.
이 곳에서는 대니시크라운 등으로부터 고기를 받아 베이컨, 수프, 통조림 등 가공식품을 만든다. 지난 1998년 덴마크 축산협동조합 대니시크라운이 튤립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 현재 대니시크라운이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튤립푸드컴퍼니는 1인당 생산성이 가장 높은 곳이다. 이곳 공장에서만 297명의 인력이 연간 총 4만2천579t의 가공품을 만든다.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이뤄져 인건비를 낮추고 있다.
현재 튤립푸드컴퍼니에서 만드는 제품은 170개국에 수출된다. 튤립이 오랜 기간 전 세계적으로 수출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식품안전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수의사 시스템을 도입해 수출하는 국가의 수의사와 덴마크 수의사가 함께 식품안전 시스템을 구축했다. 안전성에 맞는 검증 기준을 만들고 제품은 이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대부분 식품안전 기준을 따르고, 국가별 시장마다 다른 검역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고 있다. 어느 나라로 수출되더라도 문제가 없는 시스템인 것이다.
튤립푸드컴퍼니의 헤닝 페이버 수출담당 매니저는 “덴마크 축산업에서 혁신을 이루는 데 가장 중요한 사람은 회사가 아니라 농부”라며 “농장 운영에 가장 중요한 것은 빠르게 돼지를 성장시키고, 회사에 납품하는 것으로 재료나 돼지의 크기 유지, 좋은 품질의 고기를 농부가 만드는 데 조합에서 도와주고 기업과 농부는 더 이익을 내며 상부상조해 비용대비 효율성이 높다”고 말했다.
/덴마크 호센스=이경수 기자 kspen@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