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은 결코 이용당하지 않는다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6년 01월 06일(수) 19:53

호남은 역시 정치1번지다. 2016년 새해 들어 호남정치는 다시 한국 정치의 정수리에 침을 꽂았다. 불과 몇 달 전만해도 야당 독점정치에 갇혀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고, 뜻이 있어도 눈치만 보았던 상황과 다르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탈당이 이어지자 ‘호남을 팔지말라’며 애매모호한 모략을 하던 정치평론가들도 호남의 힘이 어디까지 뻗칠지 몰라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요즘 다른 지역에서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호남정치에 대해 묻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처음에는 탈당파에 대해 당선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을 한 것으로 폄하 하거나, 야권 분열은 ‘대선 필패’라는 명분을 내세워 잘못 계산한 정치놀음이라고 놀려댔었다. 그러나 요즘은 호남에서 난 들불이 전국으로 번져가는 상황을 넋 놓고 보고 있다.

필자는 현재 호남인의 정치의식을 폄하하는 세력에게 묻고 싶다. 안철수를 위시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광주의 박주선 김동철 임내현 권은희 의원, 전남의 황주홍 의원을 탈당하게 만든 주 요인이 뭐라고 보는가. 자신들의 지역구 주민 의견, 즉, 광주시민·전남도민의 정치에 대한 불만과 변화요구를 읽었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으면 찍지 않겠다는 지역민의 변화바람을 알기 때문이다. 과거 새정치민주연합이라는 낡고 무기력한 정당정치의 관성을 타파해 독점정치가 아닌 경쟁정치를 통해 호남정치 복원을 바라는 집단의 힘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4·13총선에 당선되기 위해 호남민심을 이용하고 잠시 눈속임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호남민심이 지역정치인에게 변화를 요구했고 지역정치인들이 호남의 마음을 대변한 행동의 결과이다.

따라서 현재 호남민심에 기대고 있는 안철수신당 천정배신당 박주선신당은 호남을 단순히 제1야당 되기 위한 교두보로만 생각한다면 큰 코 다친다. 현 정치관습을 바꾸라는 준엄한 호남인의 요구 때문에 몸담은 당을 뛰쳐나와놓고 그 본질을 망각한 채 세력확장만 꾀한다면 모처럼 만들어진 야권 경쟁에서 호남인의 선택을 받을 수 없다.

다른 지역 언론들이 광주에 취재를 와서 필자에게 전해준 광주 민심은 대략 이렇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생각한 것보다 나빴다. 문재인 대표 체제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안철수신당에 대한 일말의 기대는 변화다. 광주의 민심은 새롭고 참신한 인물의 등장을 바라고 있었다.”

잘 들은 것이다. 썩은 살을 도려내지 않으면 결국 온몸이 썩어 죽게 된다. 게임은 지금부터다. 신당 창당 주체들은 지금 여론조사만 가지고 호남민심을 속단하지 말라. 호남인의 정치개혁 요구의 본질을 외면하는 즉시 여론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정치사의 주요 국면마다 통합을 외치며 민주세력에 힘을 모아줬던 야권의 본산 호남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갈래갈래 나뉘어 야권 경쟁을 부추기는 이유는 뭐겠는가. 경쟁하지 않은 호남정치의 체력이 너무 약해졌기 때문이다. 경쟁해야만 호남인의 정치개혁 요구를 경쟁적으로 받아들일 것이고, 이를 통해 호남정치가 강하게 복원될 것이며, 종래에는 한국정치 개혁의 단초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작금의 호남정치 지형변화는 부패한 정치를 바꾸고자 하는 작은 목소리와 뜻있는 사람들의 신선한 행동으로 시작됐다. 따라서 신당 주도 세력이 호남 구애 과정에서 잊지말아야 할 태도는 책임감이다. 기득권을 과감히 포기하고 반성하며 참정치의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나만 옳다고 우겨대거나 우리 편만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는 독점의식은 위험하다. 편파성 강하고, 특정 계파의 독점체재가 지나치게 거대한 집단은 그만큼 고위험을 안게 된다.

자, 이제, 호남인의 정치역량과 정치신념, 그 속마음은 다 드러났다. 일부 세력이 이 변화를 거부하고 비난해도 큰 물줄기는 이미 결정됐다. 1980년대, 호남에서 빈번하게 민주화 요구 시위가 일어날 때, 타지역에서 많은 이들이 ‘민주화가 밥먹여주냐’며 철없는 행동으로 치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광주 한복판에서 불기 시작한 민주화 열기는 전국으로 번져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호남에서 시작된 야권 분열이 야권의 선거 참패로 이어질 것이란 속단은 말라. 역사적으로 13대 총선과 15대 총선에서는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도 승리했다. 특히 15대 총선은 민주당을 탈당한 김대중이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함으로써 1여3야 구도로 치러졌지만 국민회의는 79석을 얻어 원내 제1야당이 됐다. 급기야 이듬해인 1997년 정권교체까지 이뤄냈다. 반대로 지난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은 야권연대 후보단일화로 통합을 이뤘지만 승리하지 못했다.

따라서 호남인은 호남에 구애를 보내고 있는 신당들이 ‘정의’를 바탕으로 치열하게 경쟁하길 바란다. 가장 우수한 인재를 확보한 유력 정당이 여당, 타 야당과 당당하게 실력으로 경쟁해 호남인이 자긍심을 느낄만한 정치실력을 갖춰가길 바란다.

올해 총선 결과는 내년 대선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호남민심은 호남의 진심을 외면하고 ‘개혁 흉내’만 내는 ‘가짜 신당’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호남에서 시작된 정치 소용돌이를 전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정면 승부를 통해 ‘호남의 염원’을 대한민국 ‘정치 개혁’ 불씨로 확산시키기 바란다./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