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맞은 ‘수요집회’ 할머니들의 설움 주재홍 사회부 기자

2016년 01월 07일(목) 20:10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목표를 다짐하는 젊은이와 삶을 정리해 가는 어르신들이 새해를 맞이하는 마음은 다를 수 밖에 없다. 옛날 어르신들은 1월만 되면 ‘섣달’이라 일컬으며 나이 듦을 아쉬워했다. 나이를 더 먹으니 ‘서러운 달’이라 칭했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평균 수명이 짧았던 과거에는 어르신들에게 1월이란 또 한살을 자신의 춘추에 더했어야 하니 서러울 법도 하다.

6일 오후 12시께 광주시청 위안부 소녀상 앞. 올해 85세의 양금덕 할머니와 80세 송희성 할머니는 소녀상을 보며 ‘설움’에 눈물을 흘렸다.

팔순의 어르신들은 겨울중 가장 추운 ‘소한’인 이날 집회에 참가한 이들에게 서러운 노인들의 한을 풀어달라고 토로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위안부 수요 집회가 열린지 24주년이 되는 날로 1992년 1월 8일 시작된 이후로 1천212번째 집회가 열린 날이었다.

근로정신대에 끌려가 강제노동에 시달린 양금덕 할머니는 “70년 동안 고통 받아온 피해자들의 서러움을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며 “소녀상 철거 취소와 재협상을 하겠다는 의도를 보일 때까지 우리는 한마음 한뜻으로 시위를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송희성 할머니는 “1937년 해남에서 태어나 6살 무렵 옆집 언니들이 위안부로 끌려간 사실을 알았다. 같은 여자로서 고초를 겪었을 언니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눈물지었다.

한국정부와 일본 정부는 위안부, 근로정신대 피해자 할머니들의 ‘설움’을 들어 줄 생각이 없는 듯하다. 이들이 새해 벽두부터 집회에 나선 이유는 한살을 더 먹어 갈수록 일본의 진정한 사과를 듣지 못할 가능성이 커져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재 생존한 위안부 할머니는 46명. 고령의 할머니들은 절박하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형식적인 태도에 면죄부를 주기보다 피해자들 편에 서서 현실적인 보상을 촉구하고 위안부 할머니들의 ‘서러움’이 ‘한’으로 남지 않도록 하루 빨리 위안부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

우스갯소리로 전해지던 ‘서러운 달’이 영원히 ‘설움’을 간직한 1월로 남을지는 시민과 한국정부의 관심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