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님, 학생들과 한 약속 언제 지킬 겁니까’ 박은성 |
| 2016년 01월 11일(월) 19: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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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로부터 편지를 전해 받은 윤 시장은 “이번 일은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며 애당초 아파트건설 허가가 잘못됐음을 지적하고 “우리가 학생들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해 미안하다. 학생들의 안전한 학교생활과 건강권을 지켜주겠다”고 학생대표와 포옹을 나누는 등 깊은 공감을 나눴다.
이처럼 학생들의 애절한 목소리는 광주 북구 국제고와 전남여상 인근에서 아파트 공사를 진행중인 모 건설사가 교사동 및 급식소 옆에 154kv 초고압송전탑을 세우려 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학생들은 광주시의 행정 사무를 총괄하는 광역자치단체장인 윤 시장의 명쾌한 답변에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믿고 학교로 돌아갔다. 그러나 윤 시장의 답변처럼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해결될 줄으로 기대했던 고압선 지중화 문제는 8개월째에 접어들지만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다.
한전이 지중화 사업에 필요한 총 공사비 99억 중 50%를 지급키로 한 반면 광주시는 공중송전선로 전자파 때문에 주민의 건강을 해친다는 객관적인 근거가 아직 확인된 바 없어 타당성 검증이 선행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참여를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동안 송전탑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연구들이 꾸준히 발표됐던 점 등으로 미뤄 광주시의 주장에 설득력을 잃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송전선에 의한 전자파가 어린이 백혈병을 유발할 수 있고 발암물질에 해당한다고 발표한데 이어 영국 옥스퍼드연구팀은 백혈병 어린이 9천7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서 고압선이 200m 내에 있을 경우 백혈병 확률이 70%, 200-600m에서는 20%로 각각 나타났다.
또 1995년 미국 국립방사선방호학회도 송전탑 전자파에 장기간 노출될 경우 소아백혈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며 전기장에 의한 인체보호기준을 설정할 것을 각국에 권고한 이후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이스라엘 등에서도 전자파에 대한 인체보호기준을 설정했다. 이들 국가에서는 학교, 유치원 등에 송전파 전자파를 제한하고 이격 거리를 설정하는 등의 노력을 펼쳐왔다고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2년 WHO가 송전탑 등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를 ‘인제 발암가능 물질’로 지정하면서부터 잠시 전자파에 관심이 모아졌지만 지속되지는 못했다. 송전선 설치를 반대하는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지역이기주로 매도되거나, 매우 지엽적인 사안으로만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송전탑에서 나오는 고압 전자파로 인해 각종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더욱이 애당초 이번 사태의 발단은 광주시가 학교 앞에 건축 중인 아파트의 사업부지를 용도 변경해 건축할 수 있도록 허가를 해주면서 비롯됐지만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한 발 뒤로 뺀 셈이다.
우리는 304명이 사망하고 아직도 9명의 시신은 찾지 못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에 많은 국민이 애통해하고 있으며, 아직도 사고 원인과 사후 대책과 관련해 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그중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많은 분이 원칙을 무시하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을 들고 있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는 정의로운 사회라고 볼 수 없으며, 결국 사회적 약자만 고통을 받는다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처럼 분노하지 않으면 절대 고쳐지지 않고, 다시 터질 수밖에 없는 필연적 사고에 다음 차례로 나와 내 가족이라는 사실에 광주 국제고와 전남여상고 학생, 학부모, 교사들이 격분하고 있는 이유다. 이에 윤 시장에게 한 말씀 드리고자 한다. 어릴 때 배가 아프다고 하면 예외 없이 어머니의 투박한 손이 배 위에 올라와 한참을 쓸어내리면서 따뜻하게 해주면 아픔이 싹 가시듯이 이번에는 윤 시장의 손길로 학생들의 간절한 요청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