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청정지대’ 전남이 긴장하는 이유 임채만 정치부 차장대우

2016년 01월 17일(일) 18:52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며칠 남지 않은 설 대목을 앞두고 전남지역 우제류(소·돼지·양·염소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군) 축산농가가 초비상 사태에 걸렸다. 구제역이 전남지역과 불과 5㎞ 이내까지 남하(南下)했기 때문이다.

전북 김제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고창까지 내려오면서 ‘청정지대’ 전남이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못하고 있다. 그것도 그럴 것이 지난 1934년 구제역 검사 이후 전북도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한지라 인접지역인 전남까지 ‘검은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더욱이 고창지역 구제역 발생농가에서 기르던 가축이 담양지역 도축장에서 도축돼 시중 유통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안감은 날로 커져만 가고 있다. 전남도는 검역 기관에 의뢰해 가축이 유통된 경로를 역추적하고 있다.

문제는 전북 구제역 발생농가에서 출발했던 차량이 이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구제역 균을 전파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전남도는 구제역이 주로 발생하는 양돈 농가를 비롯해 지역 우제농가에 24시간 방역에 대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북과 인접한 담양, 곡성, 구례, 영광, 장성 5개군에서 사육된 도축장 출하돼지 1천500마리에 대해 긴급 혈청검사를 실시해 적정 항체 형성률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처음으로 해외로 수출됐던 전남 한우의 피해 우려다. 홍콩 등지에 유통된 전남산 한우는 현지인으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우제류에 포함된 한우가 구제역이 걸린다면 막대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사례는 매년 영암, 나주 등지에 찾아왔던 불청객 AI 사태에서 쉽게 엿볼 수 있다. AI 발병으로 인해 오리농가의 피해는 막대했고 생계를 걱정해야 했다. 이들이 다시 본업에 복귀하기에 상당한 시일이 걸렸다.

80년 이상 구제역 청정지대를 어렵게 지켜왔던 전남은 중대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축산농가를 비롯해 관련 전남도 공무원들이 전북까지 내려온 구제역에 대한 방역대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또 이 노력이 헛되지 않아 ‘재앙’이나 다름없는 구제역이 유입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