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노니, 낭군님의 옷자락에 한껏 뿌리고 싶어요

장희구 박사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164)

2016년 01월 18일(월) 18:10
別郞 (별랑)
연단

보내는 눈물에 또한 눈물 머금어라
비치는 햇빛에 그대 누대 만들어라
낭군님 옷의 자락에 뿌려 보고 싶구나.

君垂送妾淚 妾亦淚含歸
군수송첩루 첩역루함귀
願作陽臺雨 更灑郎君衣
원작양대우 갱쇄낭군의

별리는 숱한 눈물을 뿌렸다. 밤새워 이별을 아쉬워하는 술잔을 나눴고, 사랑의 밀어를 속삭였다. 떠나는 남정네는 그런다고 하더라도 남아있는 여인네는 한과 눈물만이 남아있어 별리의 아픔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픔은 더했다. 옷자락을 부여잡고 가지 말기를 바라는 하소연이 있고, 말의 고삐를 잡고 애원하는 이별도 있었다. ‘눈물 머금고 하염없이 돌아왔었으니, 원하노니 그대여 햇빛 비치는 누대에 한 줄기 비를 만드시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원하노니, 낭군님의 옷자락에 한껏 뿌리고 싶어요(別郞)’로 번역해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연단(姸丹)으로 평안도 성천의 기녀 출신 여류시인이다. 생몰연대와 자세한 행적은 알 수 없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그대는 나를 멀리 보내면서 눈물을 드리우셨고 / 나 또한 눈물을 머금고 하염없이 돌아왔었지요 // 원하노니, 그대여 부디 햇빛 비치는 누대에 한 줄기 비를 만드시어 / 낭군님의 옷자락에나마 한껏 뿌리고 싶어요]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낭군님과 이별하고]로 번역된다. 임을 찾아간 여인과 밤새워 시와 노래로 선문답을 해가며 사랑을 나눴겠다. 둘은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 앞에 섰다. 여인은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돌렸을 것이고, 임을 두고 떠나는 여인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지는 아픔을 참아야만 했을 것이다. 멀어져 가는 임의 얼굴을 스치는 순간 그리움은 다시 만나자는 말밖에, 더는 다른 말이 필요없었으리.



시인은 이런 심정을 부여잡고 시심을 떠 올리고 있다. 그대는 나를 보내면서 눈물을 드리우셨고, 나 또한 눈물을 머금고 하염없이 돌아왔었다는 시상이다. 임과 헤어지기 싫다고, 가까운 시일 내에 임을 만나야겠다는 다짐이 한껏 묻어나는 선경에 버금가는 선심(先心)이었을 것이다.



이런 시상을 머릿속에 그려낸 화자의 바람은 간절했을 것이다. ‘그대여 내 진정 원하노니, 햇빛 비치는 누대에 비를 흠뻑 만드시어, 낭군님의 옷자락에 한껏 뿌리고 싶어요’라는 시상이다. 얼마나 깊은 사랑 속에 낭군이 자리 잡고 있었으면 화자의 눈물을 담아 임의 옷자락에 뿌리고 싶다는 시상을 떠올렸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한자와 어구

君: 그대. 낭군. 垂: 드리우다. 送: 보내다. 妾淚: 신첩의 눈물. 妾亦: 첩도 또한. 淚含: 눈물을 머금다. 歸: (눈물을 머금고) 돌아오다(혹은 돌아가다) // 願: 원하다. 바라다. 作: 만들다. 陽臺: 햇빛 비치는 누다. 雨: (누대에) 비를 만들다. 更灑: 다시 뿌리다. 郎君衣: 낭군님(혹은 그대)이 입고 있는 옷.

/시조시인·문학평론가·(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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