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을 쫓는 자 산을 보지 못 한다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6년 01월 20일(수) 19:00

아시아 어느 나라에서는 원숭이를 잡는데 아주 교묘한 덫을 사용한다. 코코넛 열매를 파내고 그 속에 달콤한 향기가 나는 것을 집어넣는다. 그리고 그 열매 밑에 조그만 구멍을 낸다. 그 구멍은 원숭이가 손을 집어넣을 수 있지만 무엇을 움켜쥐고 꺼낼 수 없을 정도의 크기다. 그리고는 그 열매를 말뚝으로 고정시켜 둔다. 원숭이가 냄새를 맡고 다가와서 그 속에 손을 넣고 먹을 것을 움켜쥔다. 그러면 덫에 걸린다. 사냥꾼이 다가와도 도망갈 수 없다. 누가 원숭이를 덫에 걸리게 했을까. 다른 어떤 무력도 아닌 바로 원숭이 자신의 집착이다. 원숭이가 살 수 있는 방법은 그냥 손에 잡고 있는 것을 놓고 손을 빼는 것이다. 그러나 원숭이는 그렇게 못한다. 이익에 집착하여 생명을 잃는 것이다.

사슴을 쫓는 자는 산을 보지 못한다(축록자 불견산 逐鹿者 不見山) 돈만 쫓다가 사람을 보지 못한다(확금자 불견인攫金者 不見人)는 말도 같은 의미다. 사람이 눈앞의 이익과 권력만 쫓다, 지킬 도리나 주변 위험을 알아채지 못하는 걸 경고하는 말이다. 필자는 광주와 전남의 정치·경제를 보면서, ‘원숭이 집착’을 본다.

18일 열린 한국여성경제인협회광주지회 이숙희 회장 취임사에서도 ‘축록자 불견산(逐鹿者 不見山)’이 회자 됐다. 이숙희회장은 ‘경제 엔진이 꺼져가는 이때, 광주와 전남의 경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생존을 위해선 무조건 상생해야 한다’는 메시지와 함께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에너지벨리 조성에는 광주와 전남이 무조건 상생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이회장의 절실한 호소는 아마 에너지벨리 사업과 관련해 최근 광주시와 전남도가 서로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갈등을 빚는 모습을 우려하며, 이러다가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니냐는 깊은 우려가 들어있었다. 이 여성기업인은 사슴을 쫓다 산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고 간절히 호소하는 듯 했다. 빛가람혁신도시가 경제발전, 인력양성, 성장거점 도시로 발전해야 광주전남의 미래의 효자가 된다는 점에서 에너지밸리 조성사업은 대의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

정치 이야기를 해보자. 오래전에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연설중에 ‘사슴을 쫓는 자…’라는 말을 했다가 그 진의를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한 적이 있었다.사슴 사냥 간 사람이 언저리의 토끼에 정신을 팔면 사슴을 잡을 수 없다며 정권 교체를 위해 결속해야 하고 추스를 일은 과감히 추스르되 목표를 잊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는데, 토끼는 과연 무엇에 비유하는 것이냐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그런데 요즘도 정치권엔 ‘사슴과 토끼’이야기는 기승 부린다.

19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의사를 밝히면서 자신의 사퇴를 계기로 ‘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야권내에서 이뤄지기를 바란다’ 말할 때, 필자는 좀 납득하기 어려웠다. 더민주당을 탈당한 안철수, 김한길 의원, 광주전남의원들은 문 대표에게 사퇴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하자 탈당했는데, 만일 문대표가 작년말 사퇴했으면 야권이 분열되지는 않았을터인데, 사퇴를 거부함으로써 야권을 분열시켜놓고, 이제와서 사퇴할 테니 통합해달라고 하는 것은 기껏 산을 못보고 사슴을 쫓다가 산이 어디있냐고 묻는거나 같다.

특히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을 향해 명분없는 탈당이라고 비판하면서 ‘지역을 볼모로 한 구태정치’라 비판한 점은 호남에 대한 모욕이다. 잘알다시피 지난 대선 때 호남은 90%이상 문재인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원해줬다. 그런데 왜 등을 돌렸겠나. 호남민심이 이반된 것이 먼저지, 탈당이 먼저가 아니다. 새로운 신당들이 호남을 볼모로 하고 있는 게 아니라 호남인의 정치에 대한 변화요구에 의해 다당구조가 되었고, 호남이 신당을 볼모로 잡고 정치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호남은 어떤 정치세력에게도 ‘볼모’로 잡힐 생각이 없으며 ‘볼모’로 잡힐 호남이 아니다. ‘산’을 보며 하는 호남인의 정치의식을 ‘사슴’ 쫓는 근시안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오로지 금을 쥐겠다는 생각만 하면 금만 보이지 사람(국민)은 보이지 않는 법이다. ‘엄이도종’(掩耳盜鐘). 사직의 종을 훔치러 간 도둑이 깨서 가져가려고 망치로 종을 쳐 소리가 나자, 사람들이 들을까 두려워 제 귀를 막았다는 고사성어처럼, 잘못을 저지르면서도 제 귀만 막으면 된다는 식의 어리석은 정치는 자신은 물론 국가를 망친다. 3-4년이면 사실상 놓게 될 권력을 언제까지나 행사할 듯 설치며 갖은 추악상을 드러내놓고 권력과 돈 노름 하는 동안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국민을 선거때가 되어서야 의식하는 것, 국민이 모를 리 없다.

우리 위기의 근본에는 무사안일한 정치가 있다. 사회 모든 부문이 위기의식에 잠을 설치지만 위기를 위기로 느끼지 못하는 집단이 정치권이다. 서로 특정 지역 독점정치를 부여받고 그 뒷을 믿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올해 4·13총선을 통해 우리 국민이 바라는 변화는 정치의 독점구도 파괴다. 따라서 국민의 요구에 의해 급히 부상한 신당세력도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 요구, ‘그 산’을 갈파하지 못하고 ‘사슴’만 쫓는다면 바로 퇴출될 것이다.

제발, 야당뿐 아니라 여당도 신당 세력이 형성돼, 보수 중도 진보가 한번 제대로 경쟁하는 구도, 그래서, 대한민국 정치도 ‘합리적인 의사결정’이라는 것, 할 수 있다고 국민에게 보여주기 바란다./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