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문화전당 성공 위해 ‘민심’을 담자 진은주 문화팀장

2016년 01월 31일(일) 18:09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라 했다. ‘백성의 소리가 곧 하늘의 소리이니 백성의 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지혜의 말이겠다. 비단 정치권에서만 통하는 말이 아니다.

최근 지역 문화계에서 이 말이 화두다. 높은 수준의 거대한 문화시설이라도 그것에 이웃하고 그 땅에 뿌리 내린 이들의 사랑이 전제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당연한 이치가 다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10여년 산고 끝에 본격 개관된 지 2달을 넘어섰지만 이렇다할 바람을 일으키지 못한 채 지역과 괴리되는 양상을 보이자 결국 지역민이 품고 나섰다.

실제로 며칠 전 광주지역 각계 인사 100명이 모여 ‘아시아문화전당을 지키는 시민회의’를 꾸렸다. 이 단체는 앞으로 광주시민들과 지역 문화예술인을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의 역량을 결집, 아시아문화도시 광주의 실현과 문화전당 발전 방안을 모색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앞서 광주시는 전방위 협력체제를 가동키로 해 주목된다. 유관기관 및 단체, 전문 활동가, 상인, 주민 등이 참여하는 다방면의 민·관 협업시스템이다. 문화전당 주변에서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하나로 묶어 ‘프린지 페스티벌’(가칭)도 열기로 했다. 효율적인 행사 추진을 위해 시는 문화재단, 예총, 민예총, 관광협회, 충장로번영회 등 유관기관들로 TF를 구성할 예정이다.

문화전당 활성화를 위한 지역의 이 같은 전방위적 움직임은 처음이다. 유관 기관과 시설, 전문가에 주민들까지 하나로 묶는 민·관 협업 체제는 그래서 기대가 크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 민심의 유무다. 민심을 빠트린 껍데기의 향연을 경계해야 한다. 광주사람이니 향유해야 하는 의무감이 아닌, 사랑할 수밖에 없는 콘텐츠의 매력을 꺼내 보일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어쩌면 그동안 ‘지역이니 당연히 사랑해야 한다’거나 ‘천대받아온 호남의 부활을 위해 성공시켜야 한다’는 전근대적인 계몽과 또 다른 지역주의만 넘쳤을지 모른다. 지역의 역사와 예술성을 담아달라거나 지역민의 삶을 매개로 해달라는 민심의 무수한 애원과 주장은 외면한 채 말이다.

이젠, 민심을 담아 천심으로 잇자. 지역의 삶을 녹아내자. 그것이 문화전당이 성공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