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16!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6년 02월 03일(수) 19:28

설 명절은 우리에게 각별하다.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던 가족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그래서일까. 설 민심은 한국 정치사에서 크고 작은 변천의 전환점이 되어왔다. 가족끼리 하는 정치 얘기는 숨김이 없는데다 차례상에 모여앉아 나누는 정치 얘기는 진담에 가깝다. 자신의 생각을 밝히다가 나중엔 취기가 올라 말싸움 벌이는 이유도 너무 솔직한 속내를 얘기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 사이에 형성된 명절 민심은 변하지 않기 때문에 정치권은 밥상머리 민심을 자기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짠다. 이번 설에도 마찬가지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수십만장의 홍보물을 제작, 국민을 대상으로 물량 공세에 들어간다.

그러나 여·야가 아무리 용을 써도 필자가 내다보는 설 민심은 정치인들의 기대와 다르다.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모두 자신들에게 편리하도록 포장해 설 민심을 설득하려고 하지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명절이라는 핵심 코드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민이 무슨 답을 원하는지 모르고 있는 것 같다.

‘명절 정치 민심’이란 단어가 생겨난 지난 10여 년 간 정치인들 어떠셨나. 무슨 말을 들었나. 집안 살림살이 좀 나아졌다는 친인척 몇 되던가. 정치인들은 이른바 명절 민심에 민감하지만 대개 아전인수, 자화자찬 식이라 ‘막귀’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다. 필자가 언론생활 30여 년 동안 선거를 지켜봤지만 설·추석 명절 민심이 다음 선거의 명운을 좌우했다. 그러나 미리 눈치 채고 대비한 정당은 거의 없었다. 매년 설 민심은 흉흉했고, 매년 추석 민심은 살벌했지만, 최악의 민심을 어루만지기 보다는 표 계산을 먼저 했다.

필자는 올 설에 모든 정치인이 자기 자신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번 해보기 바란다. 자신의 지역구 주민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보는지, 객관적인 여론조사 기관에 맡겨, 자세히 물어본 뒤 그 결과를 직접 확인해보았으면 좋겠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게 되면 받는 막대한 특권을 지역민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라. 직접 뽑아 정치적 믿음을 실어 보낸 국회의원의 무능함을 지켜보다 지친 민초들이 내뱉는 정치적 냉소를 구체적으로 물어보라. 민생경제·노동개혁 법안처리를 포기하면서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는 국민의 살림살이를 알고 있느냐, 물어보라. 서로 욕하며 책임을 전가하면서 민생은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총선에만 쏠려 있는 정치인,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어보라. 보육대란이 현실화됐는데도 나 몰라라 팔짱을 끼고 국정에서 물러나 앉아 있는 모습, 어떤가 물어보라. 중요 현안에 대해 협상 테이블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하는 모습, 지켜보는 국민의 아픔을 아는지 물어보라. 불황으로 대학을 졸업한 수많은 젊은이들은 취직할 곳이 없어 매년 상당수가 실업자 군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보는지, 물어보라.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약 80% 정도가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을 정치인이라고 답하고 있다. 심지어 대학생 상대 설문조사에서 정치인들에 대한 신뢰도는 처음 대하는 외국인보다도 낮다고 한다. 국민을 대표한다면서 ‘국민의 마음’을 모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매일같이 TV는 물론 신문, 라디오에 단골 인물로 등장하기 때문에 가장 친근해야 되고 또한 국민들로부터 가장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여건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신뢰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 한국 정치인의 자화상이다.

정치인이라면 국민의 눈물을 닦아 줄 책무가 있다. 당선 전에는 너나없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 하지만 당선 후에는 언제 그랬냐 나 몰라라 한다. 늘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돌리고 어쭙잖은 자존심을 건 정치투쟁에만 골몰한다. 마치 자기들은 무슨 일 하든 지지하는 국민이 따로 있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은 사욕과 권력에 도취된 정치인보다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한국정치를 보고 싶다. ‘못살겠다. 갈아보자’ 6·25전쟁이 끝난 지 3년이 지난 1956년 3대 정·부통령 선거에 등장했던 구호다. 독재 때문에 못살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지금은 정치·경제적 측면이 더 강하다. 민초들의 아우성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당리당략을 놓고 주판알을 튕기며 대립만 하는 정치권을 바꾸자, 그 비판이 강하다.

스마트시대가 왔지만 정치는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다. 이번 4·13총선에서 정치권은 국민의 간절한 변화 요구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들어야 한다. 마음 없는 귀로 듣고 말로만 하는 소통으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청(聽)자를 풀어보면 그 의미가 그대로 들어 있다. 열린 귀(耳)뿐 아니라 열 개의 눈(十目)과 마음의 집중(一心)이 있어야 진정으로 듣는 것이다.

이제 설 지나면 4·13총선 본게임이 시작된다.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처럼 그렇게 정치해도 마음 편합니까? 설 명절, 민심을 얻으려면 국민 마음부터 헤아리고 민심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ssnam48@kjdaily.com